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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철력사글] 우리의 마지막을 눈에 새겨주세요, 사은 프리킷푸

다루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23 02:25:48
조회 1124 추천 12 댓글 18
														

Q.작중에서 마음에 든 장면은 어디죠?

제가 상정한 것 이상으로 멋지게 완성시켜준 장면은 잔뜩 있지만 (중략) 그리고 2화 가부키쵸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 그건 제 실체험이 기반이 된 겁니다. 옛날에 국철최후의 날 한정으로 국철 전노선의 자유석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감사의 프리표'란 게 발매된 적이 있거든요. 그걸 써서 고향인 센다이에서 토쿄까지 친구랑 같이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가부키쵸에 갔더니 무서운 사람들이 좇아와서 전력으로 도망쳤죠. 엄청 두근두근거렸지만 돌이켜보면 그건 내 청춘의 한페이지였습니다. (후략)

 - 각본가 하나다 쥿키, 《우주보다 먼 곳》 관련 인터뷰에서



2018년을 대표하는 세기의 명작이 될 수 있었지만 명작력이 과도한 나머지 애니업계가 붕괴되는 것을 우려하여 일본은피해자거든여징징질을 티 나도록 억지로 집어넣음으로서 애니업계를 지킨다는 독한 수를 쓴 애니인 《우주보다 먼 곳》에 대한 각본가의 인터뷰를 읽어보다가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오길래 생각나서 이 티켓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정리. 그래도 일철력사글의 이름에 어울리는 역사성 있는 네타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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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 프리킷푸. 위풍당당하게 기재된 '국철 전선'이 보이는가. 실로 기념비로서 어울린다. 그러니까 가오 없는 '자동차선(버스)을 제외'는 못 본 척 해주고 버스에 올라타도... 안 된다고요? 아 왜요?

해서 역자가 번역하길 감사의 프리표, 근데 우리 입장에선 역시 뭔가 어색하니까 직역해서 사은 프리킷푸라고 해두자. 각본가가 언급했듯 이 티켓은 1987년 3월 31일 딱 하루 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전설의 티켓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승차 범위와 가격인데, 전국의 신칸센과 연락선을 포함한 모든 국철 노선 무제한 승하차가 단 돈 6천엔. 당시 일본의 물가는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크게 차이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철갤러들도 이게 얼마나 싼 건지 대충 어림짐작이 가능할 거다.

이런 파격적인 물건이다 보니까 무제한으로 판 게 아니고, 전국의 86개 지정된 역에서 10만장 한정으로 21일부터 발매했다. 또 표만 준 것이 아니라 JR화 시점의 전국 노선도도 함께 줬다는데, 사이즈는 무려 105㎝×77㎝로, 역에 붙어있는 포스터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노선도도 노선도지만 상징성이 대단한 혜자 패스다 보니까 전국 각지에서는 발매 전날부터 밤을 새는 철덕들이 속출, 대단한 장사진을 이루며 발매 당일 10만장이 매진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 날 이 패스를 사용했다는 여러 경험담 사이에는 JR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진다. 철도 라이터 스기야마 준이치는 이 날 귀가길에 모리오카에서 올라선 토호쿠 신칸센의 승강장에는 전 차량 자유석, 심지어 그린샤까지 헤드커버만 떼버리고 자유석으로 전환해서 운행한 혜자 열차가 들어왔다고 한다. 아예 임시편도 대폭 운행해, 그야말로 임시열차 대잔치. 문라이트 나가라의 전신이 되는 오가키 야행 열차는 이 때 처음으로 임시편이 설정되기도 하고...

뭐 근데 이렇게나 표를 풀어놨으니 승객들도 대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 날 첫 차였던 6시 도쿄발 히카리 1호는 자유석 승차율이 200%을 넘는 기적을 선보였으며 신칸센을 한 번 타려면 차를 두어 대는 보내야 했다는 증언도 많다. 이 날 저녁에 신칸센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자정 전에 종착하는 것이 철칙인 신칸센이 자정을 넘겨 도쿄역에서 종착하는, 마지막 날까지, 그리고 첫날부터 멀쩡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다 싶은 해프닝도 있었다 전해진다.

이후 JR 10주년에 해당하는 1997년에는 JR 발족 10주년 기념 프리 킷푸가 발매되었는데, 같은 범주에 그 가격도 3일간 3만엔. 사은 킷푸 급 혜자는 아니라도 꽤 쓸만한 가격이었다. 2007년에는 이 티켓 대신 청춘 18 티켓을 가격만 첫 발매 당시로 복각하는 이벤트를 벌였으며 호쿠토세이와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를 합쳐 이걸 JR 화물 소속의 (당시에는 최신 기관차였던) EF510형에 매달아 삿포로에서 나가사키까지 달려대는 호화 열차 운행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30주년이 되는 2017년에는 공동 기획은 진행되지 않았다. 현역 국철맨 출신들의 영향력과 인맥이 흐려지기 시작한 것일까? 이 해에는 각사 개별 이벤트만 진행되었다.

코로나 시대다. 한국의 철도 상하분리 모델로 이야기되던 영국 국철의 민영화는 올해 들어 완전히 실패했음이 확정되었고, 영국 정부는 2023년 출범을 목표로 대영철도(Great Britain Railway)라는 상하통합 국철 조직의 출범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일본의 JR 각사 또한 순탄한 운행 속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시대를 누리다가 코로나라는 강한 풍랑 한번에 휘청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나섰다. 이는 결국 비용 삭감, 투자 삭감, 고용 축소를 의미한다. JR 그룹 정도의 덩치가 이렇게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경제에도 적잖은 부정적 영향이 갈 것임이 자명함에도, 민영화된 기업은 그저 수익 하나만을 좇으며 그 이외의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철의 마지막을 되짚다 보니 결국 오늘 이 시대에 눈길이 다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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