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이맘때 쯤의 일 입니다.
철없던 시절의 전 부모님의 극구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덜란드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일 생기면 꺼내보거라"
라 하시며 신문지로 싸맨 무언가를 가방에 넣어주셨습니다.

우덜란드 입국 첫날밤.. 홍어냄새에 피로해진 저는
찜질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목이 너무 말라서 카운터에 가
"거 아지매요! 식혜 한사발 주이소!"
라고 저도 모르게 경상도 사투리를 썼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니 학생 시방 지금 뭐라고 씨부렸당가?"
"여보소! 여기 반동분자가 있당께!"
라며 격분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사람들의 눈빛이 제 뒤통수를
노려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끈질기게 추격당하던 중 누군가 홍어를 던졌고
하필 제 뒤통수에 맞았습니다....

순간 홍어냄새와 통수충격으로 기절할 뻔 했지만
섬노예와 인신매매 만큼은 당하기 싫어서
정신 차리고 달아났습니다.

피를 철철 흘리며 무등산까지 도망쳐서야
사람들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아.. 죽을뻔했노"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거대한 바위 하나가 저를 향해 굴러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힘이 풀린 저는 털썩 주저앉아 체념할 뿐이었습니다.
"이제 끝인가 이기...삼기..."
그때 제 가방에서 슨상님 자서전이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어머니가 챙겨주셨던 그 자서전 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거대한 바위는
"오오미 슨상님!!"
라고 울부짖으며 저를 피해갔습니다..

저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다시는 이 위험한 우덜란드에
오지 않겠다 다짐하며 감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