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와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 '리즈와 파랑새'는 자신감 넘치는 플루트 연주자인 카사키 노조미(왼쪽)와 훨씬 수줍음이 많은 오보에 연주자인 요로이즈카 미조레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리즈와 파랑새’: 아니메 팬들을 위한 화려한 귀환작

By MATT SCHLEY, 자유기고

원문) https://www.japantimes.co.jp/culture/2018/04/18/films/film-reviews/liz-blue-bird-brilliantly-executed-return-anime-favorite/#.W5z3MOgzZhE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주로 화제가 되는 대상은 운동부 선수들이었지만, 사실 가장 유쾌한 드라마에 휘말린 것은 밴드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울려라! 유포니엄』은 이것이 미국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방영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교토 키타우지 고등학교 취주악부의 인물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들을 따라가며 그려낸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제작사인 '교토 애니메이션'은 이제 영화 『리즈와 파랑새』로 키타우지 고교와 취주악부를 다시 찾아갔다.

유포니엄 시리즈의 스핀오프로도 볼 수 있는 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요로이즈카 미조레와 카사키 노조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숫기가 없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오보에 연주자 미조레는 활달한 성격의 플루트 연주자 노조미에게 의존한다. 전국대회를 준비해나가면서(그리고 이 둘은 졸업할 준비를 하면서) 미조레는 노조미와 헤어질 때가 다가옴을 인식하고 점점 우울해진다. 한편으로 이 때 취주악부에 지정된 곡은 "리즈와 파랑새"라는 동명의 독일 동화를 바탕으로 한 곡으로, 두 친구가 서로 작별을 고해야 하는 내용이다.

『울려라! 유포니엄』시리즈 제작의 지휘자는 이시하라 타츠야 감독이었지만, 『리즈』의 감독직은 교토 애니메이션의 떠오르는 신동 야마다 나오코에게 일임되었다. 2016년에 히트작 『목소리의 형태』를 감독한 야마다는 이번 작에서도 그녀의 물오른 역량을 십분 발휘하였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은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성과이지만, 야마다는 특히 인간 관찰 연구의 대가이다. 많은 관객들이 본작에서 이 캐릭터들을 처음 접할 것이지만, 야마다가 연출한 대화 없이 길게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 - 미조레가 학교 정문에서 노조미를 기다리는 방식, 몇 발짝 뒤에서 따라가는 모습, 감정적으로 안도한 것처럼 벽을 잠깐 잡는 방식 - 들을 보면서 우리는 둘 간의 관계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모두 알아낼 수 있다.

드라마가 둘 사이에서 전개됨과 동시에 극중극 "리즈와 파랑새"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이 판타지 장면들은 풍부한 수채화 스타일로 애니메이션되어 있는데 이는 교토 애니메이션 팀이 그들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주면서, 또한 시청자들이 과묵한 미조레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서사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한다. 동화에서 리즈는 파랑새가 인간세계에 갇혀 있어서는 결코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를 자유롭게 날려보낸다. 미조레도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이 영화의 중심 드라마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한 편인데 이 점이 야마다 감독에게 활동할 공간을 준다. 그녀의 카메라는 부원들이 수다를 떨고, 악기를 조율하고, 선후배간의 복잡한 문제들을 대처해가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비춘다. 동화 파트를 제외하면 『리즈』는 전적으로 키타우지 고등학교 구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고,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선율을 이룬다면 취주악부의 매일의 일상은 영화의 리듬으로 작용한다.

모든 사람이 밴드활동을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친구와 작별하는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울려라! 유포니엄』 팬들에게 『리즈』는 작품세계로 다시 맞이해주는 여행이 될 것이지만, 고교시절이라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본 모든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마찬가지로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