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멘스 2부 20장 1~2화

ㅇㅇ(175.200) 2023.08.20 18:05:28
조회 782 추천 14 댓글 1
														

20장. 이끌 각오


1화.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에바: 잘 들으렴. 베인 일가의 도련님.


브래들리: 브래들리다. 슬슬 기억해줘, 에바. 내 이름을 기억해서 손해는 안 본다고.


에바: 후후, 건방진 아이……. 좋아. 잘 들으렴, 브래들리.


브래들리: 어.


에바: 우리는 북쪽의 마법사. 강인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 강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가져서는 안 돼.


브래들리: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에바: 그래.


브래들리: 마도구도?


에바: 그래. 내 몸의 일부처럼 사랑하면서도, 항상 버릴 수 있는 각오를 해. 나도 너도, 고고의 왕. 아무리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만나도. 자기 자신 이외의 것에 영혼을 빼앗기고 포로가 되지 마.


브래들리: 포로? 둘도 없는 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죄수나 다름없다는 거야?


에바: 이 북쪽 땅에서 생명과 같은 가치가 있는 걸 손에 넣으면, 그건 우리를 얽매는 사슬이 돼. 오즈를 봐. 어떤 것에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어떤 것에도 관여하지 않아.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영혼. 그래서 무적인 거야.


브래들리: 에바는?


에바: 뭐가.


브래들리: 아무리 마음에 드는 거라도 버릴 수 있어?


에바: 물론. 내 마음 따위에 내가 휘둘릴 것 같나.

7fed9d77abd828a14e81d2b628f1776f657a93f2

무르: 사랑스러운 너……. 너를 위해서라면 이 영혼의 형태를 바꾸어도 상관 없어. 네가 너로 있다면 내가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샤일록: …………. 사랑은 현자도 우자(愚者)로 만든다고 하지만…….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저속하고 긍지가 없는 말을 하시네요. 자신의 영혼을 바꾸어버리면 그건 애모도 연모도 아닙니다. 그저 종속 아닌가요?


무르: 종속이라도 좋아. 사랑한 것에 속해있을 수 있다니 행복하잖아. 나는 불변의 영혼 따위 필요없어. 있는 그대로의 영혼을 지키는 건 멋진 일이야. 불굴한 것은 아름다운 것. 하지만 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이 광대한 은하에 나도 너도 혼자만 있어도 돼. 마찰도 연마도 필요없다면, 충돌하고 붕괴하고 폭발하고 탄생하는 수억 개의 별들이 빛날 필요는 없어. 나를 상처주고 깨닫게 해줬으면 좋겠어. 모르는 것을 보여주고, 불안하게 하고, 공포를 주고, 경희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이 아름다운 세계를 사랑하고 있어. 손이 닿지 않는 저 빛을……. 항상 생각하고 있어.


샤일록: …………. 굉장히 유감스러운 이야기지만……. 당신만큼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저는 알지 못해요.


무르: 아하하. 그건 정말 유감스러운 이야기네.


샤일록: ……그러니까……. 영혼을 바꾼다는 말 같은 건 하지 말아줘…….


7fed9d74abd828a14e81d2b628f1776b21fe234d

라스티카: 오늘은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당신에게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자라.


???: 오늘 일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거예요. 상냥한 아리아 덕분에 평생의 추억이 생겼어요…….


라스티카: 앞으로도 추억을 쌓아가도록 해요. 사랑하는 아리아의 언니라면, 당신은 저의 누이나 다름없어요.


???: ………….


라스티카: 그리고, 우리는 같은 마법사예요. 저는 숨겨지지 않고 사파이어 성에서 자유롭게 자랐어요. 자라. 당신도 언젠가, 꼭 자유롭게…….


???: 라스티카 님.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얼굴을 보여주세요……. 좀 더 가까이에서……. 이 눈에 새겨져서, 사라지지 않도록.


라스티카: 물론이죠. 얼마든지요. 하지만 눈에 새겨넣지 않아도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몇 번이라도, 당신이 원하는 한.


???: ……고마워요. 하지만, 더 이상……. 상냥한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날이 갈수록 죄가 깊어져요. 당신을 몰랐다면……. 이 가슴에 소원의 불이 켜지지 않았다면, 저는……. 아리아도 이 세상도 사랑할 수 있었는데.


라스티카: 자라?


???: ……아름다운 눈동자……. 아름다운 세상밖에 모르는 상냥한 눈빛……. 태어난 그 날부터 동화같은 행복으로 가득차,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사람……. 상처받은 적도 없고, 두려움의 대상이 된 적도 없고, 더러운 것을 본 적도 없는……. 라스티카 님의 아름다운 영혼은 어떤 세계에 있어도 결코 변하지 않겠죠.


라스티카: 자라. 당신도 사랑받고 축복받고 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저도, 아리아도.


???: …………. ……저도 사랑해요……. ……라스티카 님…….


7fed9d75abd828a14e81d2b628f1776db7dd9f00

오웬: ………….


카인: 오웬…….


히죽거리며 웃지도 않고 오웬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나는 오웬을 노려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으니까. <거대한 재앙>의 상처 때문에 아서가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꺼림칙함 때문에 직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변명이 하고 싶어질 만한 짓을 하고 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아서: 괜찮아. 일행이 있어. 아아, 저기야.


아서가 이쪽을 돌아본다. 오웬은 고개를 돌린 채 모르는 체하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흘긋 오웬이 이쪽을 살핀다. 나는 사양하지 않고 그를 계속 노려보았다. 아서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답답함과 자기혐오가 드는 만큼 사정없이 그를 증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순간 오웬의 눈동자가 맥없이 흔들렸다. 죄책감을 느끼고 나는 당황했다. 어린 아이인 오웬……. 기묘한 상처의 상태가 된 건가 하고 착각한다. 하지만 오웬은 곧바로 짐승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았다.


카인: (저 표정, 진짜일 때도 짓는 건가.)


아서: 알겠어. 고마워. 오웬. 너도 와줘.


아서는 오웬의 한쪽 팔을 잡고 함께 이쪽을 향해 왔다. 나는 당황했다. 오웬도 당황하고 있다. 각오를 하고 나는 아서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경멸도 낙담도 하지 않았다. 연습복을 입고 밝은 푸른 눈동자로 눈을 깜박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나는 험악한 얼굴로 그를 매도했다.


카인: 아티, 무슨 생각이야!? 여기는 상급사관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일개 병사가 분수를 알라고!


나는 가볍게 아서를 밀어내고 가슴팍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아서의 신분이 알려지는 것이 여기서는 제일 문제다. 그를 안전하게 퇴거시키기 위해서였다. 아서는 당황하고 있었지만, 주위의 상황을 살피고 나에게 맞추었다.


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웬: 사과할 거 없어, 아티. 자, 거기 앉아. 기사님. 좀 당겨앉아봐.


오웬은 억지로 내 옆에 아서를 앉혔다. 말상대를 해주고 있던 여성이나 장교들도 자리를 옮긴다. 나, 아서, 오웬, 그리고 나와 오웬의 옆에 여성들, 그런 배열이 되었다.


여성: 한 잔 하시죠.


여성: 이쪽도.


나와 오웬은 잔을 내밀면서 아서의 몸 너머로 서로 노려보았다. 목소리를 낮추어서 따졌다.


카인: 무슨 속셈이야. 장난하는 거면 가만 안 둬.


오웬: 흥. 장난하는 건 너겠지. 각오를 한 거라면 왕자님 앞에서도 똑같은 짓을 할 수 있을 거 아냐.


여성: 왕자님?


오웬의 실언에 나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오웬은 다리를 다시 꼬며 곁에 있는 여성에게 미소짓는다.


오웬: 나 말하는 거야. 나는 지옥견의 나라 왕자거든. 널 물어죽여줄게.


오웬은 위협할 생각이었지만, 술자리라 그런지 여성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뺨을 물들이며 고개를 으쓱인다.


여성: 어머, 무서워라. 하지만 먹혀도 좋겠어.


오웬: 바보 아냐? 기사님이랑 마음이 잘 맞네. 저 녀석도 개 먹이가 된 적이 있거든.


카인: 이봐…….


반론하려 한 순간, 아서가 몸을 일으키고 나를 보았다. 온 시야가 그의 얼굴이 되어서 주춤거린다.


아서: 할 얘기가 있어. 아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카인 님.


카인: 뭐야, 아티. 여기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야? 벌써 밤은 늦었어. 어린애는 쉬는 게 좋아.


아서: 어린애?


아서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아서: 카인 님의 명예에 대해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카인 님은 충의가 깊은 분이지만, 그걸 위해서 마음을 배신할 만한 일…….


아서의 뺨에, 뒤에서부터 손끝이 뻗어왔다. 오웬이 아서의 얼굴을 돌려 마주보게 한다. 아서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내 모습을 살피면서 귓속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친밀해 보여서 당황한다. 안 좋은 소리를 불어넣고 있는 건 아닐까.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아서: ……알겠어.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며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오웬에게서 몸을 뗐다. 이번에는 나에게 다가와서 소파의 등에 팔을 두른다. 아서의 입술이 내 귀에 다가온다. 그의 머리칼과 피부에서는 아무리 숨겨도 숨길 수 없는 고가의 향료 냄새가 났다. 밀담하는 느낌에 조금 긴장한다. 아서의 어깨 너머로 턱을 괴는 오웬이 보였다. 작은 목소리로 아서가 속삭였다.


아서: ……기사로서의 영혼을 파는 행동은 하지 말아줘.


오웬에게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들은 걸까. 진지하고 성실한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다. 아서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나도 귓가에 속삭인다.


카인: ……오해입니다. 니콜라스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서쪽나라 군인들을 회유하고 싶어. 당신이야말로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지금 바로 떠나주세요. 오즈네라면 숙소에…….


힐끗 시선을 들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삼엄한 분위기로 몇 번의 구두 소리가 이쪽을 향해 온다. 규칙적이고 중후한 구두 소리는 상관과 그를 따르는 장교들을 생각나게 했다. 담소를 나누던 주위의 분위기도 어딘가 긴장되어 있다. 아까 그 장교가 말한 바넷 장군일지도 모른다.


질: ………….


서쪽나라의 장군이라면 중앙나라의 왕자인 아서의 평소의 얼굴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카인: (긴장 상태에 있는 이웃나라 왕자가 장교클럽에 몰래 들어가거나 하면 어떤 소동이 될지 몰라.)


나는 재빨리 아서를 끌어당겨서 등을 쓸었다.


아서: ……뭐……!?


카인: 왜 그래? 상태가 안 좋아? 너무 많이 마셨나 보네. 빨리 돌아가는 게 좋겠어. 오웬!


오웬: 하?


카인: 아티를 부탁해. 숙소까지 데리고 돌아가줘.


오웬이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오웬: 왜 내가 기사님이 하는 말을 들어야 돼?


아서도 욱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서: 내 얘기도 아직 안 끝났어.


어느 쪽도 말을 듣지 않는다. 나는 바넷 장군의 눈치를 살피며 한손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장군이 좋아한다는 통속소설이다. 책을 낭독해 장군의 눈길을 끈다, 라는 작전이었다.


카인: 부탁이니까, 둘 다 빨리 사라져줘.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해.


아서: 지금?


오웬: 왜?


카인: 장군이 좋아하셔. 좋아하는 것이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살잖아?


아서: 카인은 좋아해?


카인: 난 아직 안 읽어봤지만…….


아서: 좋아하는 척을 해도 기쁘지 않잖아.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슬플 거야.


아서의 말에 엄마가 생각나서 마음이 흔들린다. 나는 쓰라린 마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주위를 살피며 귓속말을 한다.


카인: ……너도 오즈도 거짓말을 못하잖아. 그럼 이건 내 역할이야. 잘 비위를 맞춰 볼게.


아서: 신용은 그런 게 아니야. 거짓말로 이루어진 신용은 중요한 때에 무너져버려. 전장에서 신용을 잃은 자에게 누가 목숨을 맡기겠어?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덮쳤다. 아서의 말대로 불성실한 인물의 지휘하에서 사기는 떨어진다. 누구라도 정의와 긍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싶을 것이다. 애매하고, 흐릿하고, 썩어가는 권위나, 가짜 정의. 그것을 위해서는 달려나가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마치 그랑벨 성에 장식되어 있는 초대 국왕폐하의 초상화처럼 한결같이 숭고한 눈동자로 그는 고했다.


아서: 카인은 내 기사야. 간계를 부릴 필요는 없어.


내 마음은 흔들렸다. 때묻지 않은 아서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하지만, 아서의 마음을 배신하는 쪽이 그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니콜라스와 백발의 여성. 바다에 가라앉은 애덤스 섬의 연구. 지금은 포기하고, 다른 방면에서 노려야 할까? 내 명예는 상관없다. 대체 어느 쪽이 진짜 충의일까? 레노나 시노라면 어떻게 할까?


2화. 장군의 말을 듣고


나는 오웬을 훔쳐보았다. 오웬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쉰다. 아서의 몸 너머로 내 목덜미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인다. 오웬의 목소리는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마치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오웬: 있잖아……. 꼭 원한다면. 서쪽나라의 장군이라는 녀석을 죽여줄 수 있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오웬은 인상을 찌푸리며 쑥스러움을 감추는 듯한, 어색한 표정으로 다른 쪽을 본다. 불쾌한 듯 앞머리를 매만지며, 하지만 어딘가 득의양양하게 오웬은 나를 보았다.


오웬: 오늘 밤만이야, 이런 거.


나는 창백해져서 고개를 저었다.


카인: 절대 하지 마, 그런 거. 외교 문제가 될 거야.


오웬: ……하?


오웬에게 있어서는 창피할 정도의 선행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훌륭한 암살이었다. 북쪽의 마법사가 서쪽나라의 장교를 중앙나라의 왕자 앞에서 죽이다니, 지나치게 복잡하다.


카인: 괜한 짓은 안 해도 되니까 너는 아서를 데리고…….


오웬: 괜한 짓? 내가 힘을 빌려주겠다는데 괜한 짓이라고?


카인: 마음은 고맙지만, 지금은 별로 네 힘은 도움이 되지 않아.


오웬은 마도구를 출현시켰다.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나서 다시 한 번 그를 설득하려 한다.


카인: 지금은 필요 없다고 했잖아?


오웬: 너를 돌로 만들 거야. 누군가의 명령으로 내가 움직일 것 같아?


여성: 바, 방금,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트렁크가……. 설마, 마법?


파랗게 질리는 여성에게 오웬은 미소를 지으며 위협했다.


오웬: 그래. 말했잖아. 너를 잡아먹을 거라고.


아서: 그만두지 않을래, 오웬.


여성: ……, 안 무서워! 마법사 같은 거. 여기는 마법과학병단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다들 와줘……!


카인: 진정해! 오웬, 트렁크를 닫아! 절대 덮개를 열지 마!


오웬: ……나한테 명령하지 마!


아서: 명령 같은 거 안 해. 북쪽의 오웬을 따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나도 카인도 하지 않아.


아서는 오웬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아서: 카인한테도 그래. 나는 바라기만 할 뿐이고, 너를 다스릴 수는 없어. 마음을 따르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야.


그 말은 서글프고 편안했다. 마음. 생각이 모든 걸 바꾸어버린다. 그런데도, 쉽게 변해버린다. 이 마음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질: 무슨 일입니까.


나와 오웬은 동시에 경계를 취했다. 우연히도 둘이서 아서를 감싸는 형태가 된다. 상대의 모습은 나에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 있으면 주위의 공기로 알 수 있다. 이 인물이 바넷 장군이다.

기분 좋게 취해서 편안하게 있던 장교클럽의 공기가 조금 전부터 일변해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공포로 등줄기를 곧게 펴고 있는 게 아니다. 그의 앞에서, 그가 전사임을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이 떠올리고 있다. 그의 존재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서쪽나라의 군인들은 긍지를 부여받고 사기가 넘쳤다.

바넷 장군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나는 압도되었다. 일상에서 이만큼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 전장에서 어느 정도의 통솔력을 발휘할까. 이웃나라의 군인으로서 어쩐지 두려워진다.


카인: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중앙나라의 전 기사, 카인이라고 합니다.


우호적으로 웃으며 나는 손을 내밀었다. 악수에 응해줄까. 걱정했던 것은 단 몇 초의 일이었다. 곧바로 큰 손바닥이 느껴진다. 그 순간, 눈 앞에 유능해 보이는 장신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교적이고 의지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관 같은 느낌의 남자다.


질: 질 바넷이다. 그들은 너의 친구들인가?


나는 긴장을 느끼며 두 사람을 소개했다.


카인: 부하입니다. 아티와 웬.


오웬: 너, 마법사지.


오웬이 바넷 장군에게 말했다.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이유를 알아차리고 그에게 설명한다.


카인: 무례야, 웬. 말을 조심해. 각하는 마법과학병단을 이끄시는 분이야. 마나석을 소비한 기척이 마법사처럼 느껴지는 거겠지.


오웬: 마나석을……? ……얼마나 쓰면 이렇게 기척이 배어들어 있는 거야.


혐오와 적의를 머금으며 오웬이 옅은 미소를 띄운다. 바넷 장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서를 바라보며 착석을 재촉한다.


질: 자. 앉게.


아서: 감사합니다.


아서가 착석할 때까지 바넷 장군은 착석하지 않았다. 인사를 하고 떠난 여성 대신에 내 옆에 걸터앉는다. 여유 있는 그의 몸짓은 스마트했다. 그렇다고 해서 위압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곳곳에 배려가 느껴진다.


질: 중앙나라의 전 기사라고 했지.


카인: 예.


장군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질: 나는 서쪽나라의 군대를 대륙 제일의 용사라 자랑하지만, 중앙의 기사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지지. 중앙나라의 기사들은 어떤 노기사라도, 젊은 견습기사라도 두려움이 없고 용감해. 그들은 진정한 명예를 알고 있지. 눈앞의 승리에 빠지지 않는,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영웅들뿐이다. 너도 그 중 한 사람이겠지. 만나서 반갑군.


카인: 가……. 감사합니다. 과분한 말씀입니다.


아첨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가슴은 감격으로 가득찼다. 내가 동경했던 중앙의 기사들, 그들의 훌륭함을 장군은 알고 있다. 아서도 눈을 빛내고 있었다.


질: 그건?


장군은 내 옆에 있는 책을 시선으로 가리켰다. 통속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인 듯하다. 이걸로 겨우 본래의 목적을 완수할 수 있다. 나는 기합을 넣고 책을 집어들었다.


카인: 제가 좋아하는 통속소설입니다. 각하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낭독하겠습니다.


장군에게 미소를 보내고 나서, 나는 뒤돌아보며 오웬에게 말했다.


카인: 웬, 아티의 귀를 막고 있어줘.


오웬: 하? 왜?


카인: 어린애한테는 들려줄 수 없는 전개가 될 가능성이 있어.


아서: 아까부터 어린애 어린애 하는데, 나는 이제 어린애가……. 어린애가 아닙니다, 카인 님.


오웬: 내가 들려줄게. 아티가 악몽을 꾸고 잠들 수 없을 만한 이야기를 해줄게.


아서: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잠들 수 없거나 하진 않을 거예요. 어린애가 아니니까.


카인: 무서운 이야기는 아냐. 무서운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


아까 소설의 첫머리를 읽었을 때 선정적인 장면이 있었던 것 같다. 힐끗 장군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조금 전의 우호적인 태도가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살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카인: 무……, 무슨 일이십니까, 각하…….


장군은 내 눈을 응시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질: 그 책은 좋게 말하면 번안물……. 나쁘게 말하면 천박한 개악작품이다.


카인: 앗……. 그…….


질: 원래는 영지 계승 분쟁에 휘말린 여주인과 하녀의 우정을 그린 성장담이자 모험활극.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인: 네.


질: 주인공인 그녀들이 여행 상인을 사랑하여 총애를 겨룬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 이 책을 너는 좋아한다고 했나?


카인: 네, 네.


질: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도 슬프군. 이 이상 할 말이 없다.


카인: 자, 잠깐만! 미안해. 사실을 말할게. 나는…….


질: 현자의 마법사, 카인 나이틀리지. 그쪽도 마찬가지로 현자의 마법사, 북쪽의 마법사 오웬. 그리고 이분……. 존함을 입에 올리는 건 그만두지.


장군은 아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서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분명하게 고했다.


아서: 내가 소개할게. 중앙나라의 왕자, 아서 그랑벨이다. 신분을 속여서 미안했어. 바넷 장군.


정정당당하게 소개하는 그를 향해 장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처음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신중하게 주위를 살피고 나서 어깨를 움츠린다.


질: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일단 못 들은 걸로. 당신의 정체를 알면 저는 무릎을 꿇어야 하겠죠. 그러면 꽤, 눈에 띄게 됩니다.


아서: 미안해. 신경쓰게 했어.


순간적으로 사과하는 아서에게 장군은 미소를 지었다. 몸을 내밀어 목소리를 낮춘다.


질: ……놀라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우리나라 주요 인사가 급병으로 쓰러졌습니다. 순식간에 병세가 악화되어, 이대로라면 오늘 밤을 넘길 수 있을지 어떨지 위태롭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시기에, 존귀한 분의 미복잠행이 있었다고 알려지면 쓸데없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조속히 돌아가시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서: 서쪽나라의 주요 인사…….


질: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겠습니까?


아서: 알겠어……. 고마워. 그런데, 하나만 물어도 괜찮을까?


질: 그럼요.


아서: 어째서 충고를 해준 거야?


질: 하찮은 일로 이야기가 꼬여서 저에게 성가신 일이 닥치는 것은 면하고 싶으니까요.


장군은 주눅 들지 않고 웃었다. 거만한 태도이기는 하지만 아서를 보는 눈빛은 상냥하다.


질: 당신은 젊고, 가슴에 희망이 있지. 망가져가는 세계에 살면서 세계는 아름답게 재생할 거라고 믿고 있어. 당신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쳐 양국을 험악한 상황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당신에게 은혜를 입히고 싶어.


아서: 감사하지, 바넷 장군.


질: 질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조언이라 할 정도는 아닙니다만……. 급한 예정이 없으시다면 당분간 풍요의 거리에 체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인: 왜?


질: 멀지 않은 날에 대관식이 열릴 겁니다. 현자의 마법사들도 초대받겠죠.


그 말로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서쪽나라의 주요 인물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서쪽나라의 국왕이다. 우리는 심각한 시기에 서쪽나라에 내방해버린 것 같다.


질: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는 수행원을 대동해드리겠습니다.


장군은 인사를 하고 우리 앞에서 떠나갔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공정하게 대해주었다.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나는 뭔가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카인: 기다려줘.


질: 뭐지?


카인: ……거짓말을 해서 미안했어. 아니, 죄송했습니다.


장군은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모욕의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질: 정말 중앙의 기사다운 예절이야. 오히려 기분이 좋군. 어째서 내 비위를 맞추려 했지?


카인: 에?


질: 내 비위를 맞추려 읽지도 않은 책을 읽었다는 녀석들은 싫을 정도로 만났지.


카인: 그건……. 정말 미안한 짓을 했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


질: 그래 보이는군. 중앙 사람은 모술에 적합하지 않아. 니콜라스도 그랬지.


니콜라스의 이름 앞에 나는 눈이 커졌다.


카인: 니콜라스를 기억하는 건가?


질: 당연하지. 중앙나라 기사단장이었던 영웅이라고. 그런 위인을 객장*으로 삼아 부하로 맞아들이지 않으면 안 됐던 내 마음 고생을 헤아려주게.


*객장: 손님으로서 대우받고 있는 장수.


장군은 투덜댄 뒤에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질: 네 얘기는 그에게서 듣고 있었어. 백 년에 한 명 있는 인재라고. 네 얘기를 하는 니콜라스는 아주 자랑스러워 보였지. 중앙나라와 중앙의 기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느꼈다. 그의 일은 아주 유감이었어.


장군의 손바닥이 내 어깨에 닿는다. 치밀어오르는 뜨거운 충동에 숨이 떨렸다. 악으로서 사라진 과거의 동경하는 사람. 그를 기리는 말에 가슴이 떨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타이르면서, 줄곧 사실은 괴로웠다. 동경했던 공정한 기사를 몰아붙여서 악인으로 만든 것이 나라면, 정말 악한 건 나였던 거 아닌가? 자신을 책망하는 소리 없는 목소리를 부정하듯이 장군이 고개를 젓는다.


질: 내가 불만인 건, 니콜라스 정도 되는 무인을 몰아낸 후에 네가 기사단을 이끌고 있지 않다는 거다. 너는 이런 데서 첩보활동 흉내를 낼 인물이 아니야. 사람에게는 적재적소가 있다. 서쪽나라도 마법사에게는 차별적이지만, 하트 박사를 경의를 갖고 왕궁으로 맞이할 정도의 도량이 있지. 중앙나라의 인사는 폐쇄적이다. 마법사와 나라를 일으킨 영웅왕 알렉의 너그러움은 지금 중앙나라에 없다. 성실한 기사들을 불성실한 자처럼 욕보이고 있는 것은 중앙나라의 제도와 관습이다. 네가 그런 얼굴을 할 필요는 없어. 검 솜씨를 닦고, 그분의 버팀목이 되어라.


이국의 장군의 강건한 말은 나에게 있어 구원이자 이정표였다. 어쩌면 달콤한 말로 회유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카인: 감사합니다, 각하.


질: 그분을 모시면서, 나쁜 관습은 바꾸면 된다. 뭐, 혁명에 실패하면 망명하면 되는 거다. 너 정도의 기사라면 극진히 맞이하지.


카인: 나라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중앙의 기사니까요.


장군은 환하게 웃었다.


질: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카인: 바넷 장군 각하. 서쪽나라에서 지내던 니콜라스에게 뭔가 이상한 기색은 없었습니까?


질: 왜 그런 질문을?


카인: 바다에 가라앉은 애덤스 섬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바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뭔가 못다 한 일이 있는 거라면 그 마음을 이루어주고 싶어서…….


질: 그렇군. 중앙의 기사다운 우정이야. 중앙의 기사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 같아서 좋아하지. 니콜라스의 당시 모습이라……. 그는 예의바르고, 특히 나에게는 선을 그었지. 마음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 같아.


카인: 그런가요…….


질: 다만, 하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독서가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그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서쪽의 옛 이야기나 전설에 걷는 지옥에 대한 기술이 있는가 하고.


카인: 걷는 지옥……?


질: 그래.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어. 중앙나라는?


카인: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질: 그런가. 미안하지만, 아는 건 그 정도밖에 없어.


-


아서: 걷는 지옥……. 나도 들어본 적이 없어. 오웬은?


오웬: 글쎄.


아서: 오웬의 가방 안은 지옥으로 연결되어 있어?


오웬: 맞아. 들여다보고 싶어? 왕자님.


카인: 그만둬, 오웬.


오웬: 흥. 기사님은 악당이 되지 못했네. 뭐, 시간 문제겠지만. 그때를 기대하고 있을게.


카인: ……사라졌어……. 정말이지, 저 녀석은 진짜…….


아서: 오웬은 카인을 걱정하고 있었어.


카인: 설마.


아서: 그래서 나를 부른 거라고 생각해. ……내 착각일까?


카인: 착각이야. 저 녀석은 생각만큼 싫은 녀석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싫은 녀석이야. 속지 않도록 해.


아서: 그런가……?


카인: ……걷는 지옥……. 하아……. 하룻밤 달라붙어서 얻은 단서는 이것뿐인가.


아서: 서쪽나라의 장군도 만났어. 카인이 잠입해준 덕분이야. 고마워, 카인.


카인: 아서……. 아니야, 나야말로.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56 설문 주위 눈치 안 보고(어쩌면 눈치 없이) MZ식 '직설 화법' 날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9 - -
7733 공지 드림충 안받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6.07 4300 183
5870 공지 황국신민갤러리입니다 [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5.01 4393 99
8439 공지 스토리 ㅂㅇ 모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12 38827 16
8391 공지 신고불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7.07 859 0
11407 일반 갤 좆망했노 [4] ㅇㅇ(118.235) 04.17 306 3
11405 일반 메인스 1부 2부 다 봤더니 뽕차노 우어엉 [1] 마갤러(58.230) 23.12.17 463 1
11403 일반 드디어 오늘 후편 볼 수 있겠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2 395 1
11402 일반 돚거 미틸 생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2.01 410 5
11400 일반 4주년 오메데토 [2] ㅇㅇ(118.235) 23.11.26 616 10
11398 일반 주년스 놈 기대된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14 522 1
11397 일반 본인 일러랑 스토리 번역 몇 개만 깔짝댄 늒네인데 [2] 마갤러(14.52) 23.11.12 696 1
11396 일반 좆니화 윽어엉!!!!!!!! [16] ㅇㅇ(118.235) 23.11.12 1051 14
11395 일반 즉넨스 멘스작 윽어엉!! [3] ㅇㅇ(118.235) 23.11.12 342 0
11393 일반 왜 중앙만 찢겼노? [1] ㅇㅇ(59.15) 23.11.07 599 0
11392 일반 중머발표 궁금하노 [6] ㅇㅇ(118.235) 23.11.06 418 0
11391 일반 클로에쟝 생카는 매년 레전드노 [4] ㅇㅇ(121.171) 23.10.29 546 0
11390 일반 좆리 좆기 더 못까게 중성화 수술 못함? [2] ㅇㅇ(211.234) 23.10.28 387 0
11387 일반 카어엉 [2] ㅇㅇ(59.15) 23.10.22 268 0
11385 일반 섬냐들 재판늑이 뽑은거 보는데 웃겨 [3] ㅇㅇ(118.235) 23.10.14 598 0
11384 일반 스알인줄 알았는데 [2] ㅇㅇ(118.235) 23.10.10 358 0
11382 일반 늑이 재판하노 [2] ㅇㅇ(118.235) 23.09.29 336 0
11380 일반 최근에 적자 기사 떴었노 [5] ㅇㅇ(118.235) 23.09.24 779 0
11379 일반 산리오 늑이 나왔노 [4] ㅇㅇ(39.7) 23.09.21 528 1
11378 번역 멘스 2부 22장 11화 [2] ㅇㅇ(175.200) 23.09.07 1123 25
11377 번역 멘스 2부 22장 10화 [1] ㅇㅇ(175.200) 23.09.07 706 17
11376 번역 멘스 2부 22장 8~9화 [1] ㅇㅇ(175.200) 23.09.07 690 16
11375 번역 멘스 2부 22장 7화 [1] ㅇㅇ(175.200) 23.09.07 613 13
11374 번역 멘스 2부 22장 6화 [1] ㅇㅇ(175.200) 23.09.07 533 14
11373 번역 멘스 2부 22장 4~5화 [1] ㅇㅇ(175.200) 23.09.07 507 14
11372 번역 멘스 2부 22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621 13
11371 번역 멘스 2부 21장 9~10화 [2] ㅇㅇ(175.200) 23.09.07 660 17
11370 번역 멘스 2부 21장 7~9화 ㅇㅇ(175.200) 23.09.07 709 16
11369 번역 멘스 2부 21장 4~6화 [1] ㅇㅇ(175.200) 23.09.07 554 14
11368 번역 멘스 2부 21장 1~3화 ㅇㅇ(175.200) 23.09.07 740 16
11367 일반 좆리샵 흑기 [4] ㅇㅇ(111.83) 23.09.04 542 15
11366 일반 뭘 잘못건드린거노 [2] ㅇㅇ(111.82) 23.09.01 451 0
11365 일반 예고영상 코왓 ㅇㅇ(39.7) 23.08.29 331 0
11364 일반 21장이 2부 완결이군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8 385 0
11363 번역 멘스 2부 20장 9~10화 [2] ㅇㅇ(175.200) 23.08.20 1023 18
11362 번역 멘스 2부 20장 7~8화 [2] ㅇㅇ(175.200) 23.08.20 904 17
11361 번역 멘스 2부 20장 5~6화 ㅇㅇ(175.200) 23.08.20 602 13
11360 번역 멘스 2부 20장 3~4화 ㅇㅇ(175.200) 23.08.20 571 15
번역 멘스 2부 20장 1~2화 [1] ㅇㅇ(175.200) 23.08.20 782 14
11358 일반 갱신분 약ㅅㅍ [1] ㅇㅇ(112.166) 23.08.03 460 0
11357 일반 갱신분 뜨기 전에 또 복습했는데 놈딱 재미있노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02 345 1
11356 번역 멘스 2부 19장 7~10화 ㅇㅇ(175.200) 23.07.30 878 18
11355 번역 멘스 2부 19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682 13
11354 번역 멘스 2부 19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68 11
11353 번역 멘스 2부 18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564 12
11352 번역 멘스 2부 18장 4~6화 ㅇㅇ(175.200) 23.07.29 524 15
11351 번역 멘스 2부 18장 1~3화 ㅇㅇ(175.200) 23.07.29 626 12
11350 번역 멘스 2부 17장 7~10화 ㅇㅇ(175.200) 23.07.29 604 13
11349 번역 멘스 2부 17장 4~7화 ㅇㅇ(175.200) 23.07.29 778 11
11348 번역 멘스 2부 17장 1~3화 [1] ㅇㅇ(175.200) 23.07.29 766 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