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처음 만년필을 시작할 때 펠리칸을 빨았었고, 워터맨은 한물 간 브랜드라고 생각했었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시절이 꽤 길었었는데... 맨 끝에 있는 익셉션 슬림을 인상 전에 싸게 사보고, 그리고 익셉션 슬림의 필감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다보니 워터맨 플래그십의 파격적인 디자인이나 최초로 만년필 만든 회사 등 뭔가 있어보이는 네임밸류에 솔깃하게되어 이것 저것 사 모으게 됐는데... 산 놈들 중 단점 없는 놈들이 없더라.
일단 익셉션 슬림은 나쁘지 않고 무난함. 그런데 워터맨 기존 플래그십 싹 단종되어서 익셉션 슬림이 현행 워터맨 플래그십인데 그 정도 가치가 있냐 하면 좀,,,?
금속 재질이라 얇아보여서 그렇지 체급 자체는 M800 이상급이지만 닙이 너무 작은 게 실망감을 주는 큰 요인임. 이게 워터맨 대부분의 공통적인 면이기도 하고.
락카 재질인데 기스가 좀 잘 나는 편도 문제임. 크게 패이는 기스는 거의 안나지만 헤어라인 수준의 실기스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하면 됨.
사각그립은 호불호가 심하긴 한데... 난 별 문제 없던 쪽이라 따로 언급은 않겠음.
두번째로 리에종, 리에종이 그나마 괜찮은 편이긴 하지만 다른 워터맨 펜들과 비교하면 리에종은 캡마름이 좀 더 심하게 느껴짐. 그리고 세레니떼랑 공유하는 구조인 노브를 돌려서 닙파츠를 분리하는 기믹 때문에 워터맨 자체 컨버터 아니면 거의 호환 안된다고 보면 됨. 닙파츠에는 끼워져도 컨버터가 두꺼우면 배럴에 안 들어감.
또 내가 걸려서 된통 고생했던 문제인데, 닙 하우징 플라스틱이 약한건지 크랙이 나는 경우가 있음. 실제로 난 경험해봤고, 다른 갤럼도 사보고 나니 하우징에 크랙이 있었다는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이게 좀 심각한게, 닙하우징에 크랙이 나면 잉크가 새는건 디폴트인데 글씨를 쓰면 힘을 받는 부분이라 그런가 해당 부분을 때워서 쓰는 것은 힘들다고 보면 됨.
세번째는 익셉션 라지. 내가 산 놈은 N&D인데 겉모습 빼곤 별 다를건 없으니...
이 펜만 그런건지 다른 익셉션의 공통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가진 익셉션 N&D는 다른 워터맨 만년필의 닙이 경성인데 반해 이녀석은 낭창한 느낌이 좀 있음. PF닙이나 KOP가 사알짝 연상되는 수준의?
하지만 무지막지한 무게가 큰 문제다. 캡 제외해도 38g이었나? 거의 40그램 육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실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됨.
익셉션 슬림과 같은 헤어라인 기스에 약한건 락카의 숙명같으니 어쩔 수 없고.
그 다음은 세레니떼. 내가 산 건 맨 마지막에 나온 그레이임.
세레니떼가 블랙 > 블루 > 그레이 순서로 나오고 대충 2010년 즈음에 단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레니떼는 문제점이 각 모델 별로 있다.
일단 블랙은 뽕따임. 근데 뚜껑을 열 때 잉크가 튄다. 아마 압력차를 고려 안하고 만들어서 그런듯.
블루랑 그레이는 잉크튐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스크류로 변경하긴 했는데.. 스크류로 만들기 위해 추가 공간이 필요했는지는 몰라도 닙 크기를 팍 줄여버림.
워터맨 이 새끼들은 당근만 주면 안 되나? 꼭 채찍을 휘둘러야 직성이 풀리는 놈들 같음.
그리고 세레니떼 최대의 문제점인데, 노브를 돌려 열어야 하는 펜인데 닙파츠 나사산 쪽에 크랙이 생김.
이런 식으로 나사산 쪽이 대각선으로 쫙 갈라지는데, 어지간하면 쓰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저게 심하게 벌어지면 과연 제대로 닙 수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함.
웃긴 건 내가 중고거래 하러 만년필 보러 다닐 때 세레니떼 블랙을 본 적이 있는데, 사놓고 거의 20년간 보관만 했다는 물건도 저 부분 크랙이 어김없이 있더라.
블루랑 그레이는 재질이나 구조를 좀 바꾼 건지는 몰라도 내가 봐왔던 세레니떼 블루 몇 자루나 내 그레이는 나사산에 저런 크랙이 난 것을 본 적은 없었음.
블루는 외장이 락카인데 잘 깨진다고 들었음. 실제 갤에서 본 세레니떼 블루도 외장이 깨진 사진을 몇개 봤고, 나도 실물로 외장에 실금이 가거나 깨져있는 모습을 여러번 봐서... 락카 내구도가 많이 약한게 아닌가 싶더라.
그레이는 락카칠은 안 했는데, 표면 코팅이 벗겨지는 문제가 있다고 들었음. 내 건 다행히 아직 멀쩡하다만 마음 졸이면서 쓰는 중이지.
그리고 블랙 > 블루, 그레이로 오면서 재질이 레진에서 금속 위주로 바뀌다 보니 무게가 존나게 무거움. 블랙은 그래도 캡 제외 20그램 중반? 충분히 실사하기 좋은 무게로 알고 있는데 블루,그레이는 기본이 금속 재질이어서 그런가 캡 빼도 35그램쯤 됨.
세레니떼 그레이로 A5 몇 장 써봤었는데 손목이 시큰거리는 경험을 만년필 쓰면서 처음 겪어봤음.
마지막으로 에드슨인데.... 최근까지도 에드슨을 사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에드슨 구매할 때 주의점들, 즉 문제점을 알게 됨.
일단 가장 유명한 닙 파츠 그립 장식부 기스 나는거인데... 이건 그냥 운명이니 받아들여야 함. 에드슨 구조상 기스가 안날수가 없게 되어 있음.
천신만고로 기스가 전혀 없는 새삥을 구해도 뚜껑 한번도 안 열고 보관만 하지 않는 이상에야 니가 쓰는 순간 결국 기스 날 운명임.
구글에서 퍼온 에드슨 구조도인데. 이너캡이 캡마름을 방지하려고 닙 장식부분을 감싸서 그런가 저 부분이 뚜껑 열때 장식부를 긁어서 결국 기스 나게 되 있다는 소리임.
그리고 어지간하면 다들 들어봤을 단점인 컨버터 연결부 파손이 다른 만년필들에 비해 잘 발생한다는 문제도 있음.
그 외에는 에드슨은 캡을 닫을 때 배럴 파츠와 거의 직접적으로 닿는데, 그 충격 전달이 배럴 파츠에 꽤 크게 작용하는 건지 배럴과 캡 닿는 쪽에서 크랙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음. 그래서 캡 닫을 때 힘줘서 닫지 말고 조심해서 살살 닫아야 함.
배럴의 맨 끝쪽이 깨지는 문제도 있는데, 이건 원인은 모르겠고 그냥 그런 문제가 있다는 말만 들음.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파이어 블루의 후반 생산품이나 블랙 다이아몬드같은 경우 조그만 코인같은 걸 배럴 맨 끝에 달아놓았음.
또 위 구조도에서 볼 수 있듯 닙파츠도 그립부랑 실제 닙에 해당하는 부분이 완전히 분리되는 구조인데, 해당 파츠를 붙이기 위해 발라둔 실런트 같은 것이 유실되면 잉크 흐름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음. 아마 실런트가 많이 유실되면 잉크가 새거나 닙 파츠쪽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어 보임.
실제로 해당 증상으로 인해 에드슨을 수리 받으러 연구소에 오신 분을 줄 서다가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은 닙파츠 경계의 갈색 실런트를 닦아내다 잉크 흐름이 이전보다 좋지 않아져서 연구소에 의뢰했다고 들었음. 그래도 소장님이 결국 고쳐 내시긴 하더라...
대충 내가 아는 에드슨의 문제점은 이 정도? 그래도 캡을 빼면 무게는 20그램 중후반 대라 오히려 실제 필기하기에는 쓸만하더라.
하여간 워터맨 만년필 사놓은 것들을 보다 보니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려고 장황하게 쭉 썼는데... 단점은 존나게 많지만 결국 저 특이한 기믹, 디자인이 소수의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워터맨에게 있지 않나 싶다...
느낀 점이라기보단 그냥 단점만 주구장창 쓴 것 같은데 워터맨이 싫어서 그런건 아니고 위 펜들을 살 생각이 있으면 고려해볼 정보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써봤음.
난 앞으론 만년필은 충동구매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모아다가 에드슨이나 세레니떼 여유분을 아마 연 1자루 정도의 페이스로 더 구한 후에 종결 내야겠다 싶다.
149를 못 산게 아쉽긴 하다만... 현행 만년필에서 필감은 KOP B닙을 쓰니 미련이 많이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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