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독의 히틀러 사건은 그의 미숙한 영어와 그의 뒤틀린 유머감각이 빚어낸 헤프닝이었음.

그리고 그 헤프닝이 그의 커리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줌. 라스는 말한마디 잘못해서 큰 손해본거임. 사회성 부족한 사람들의 숙명임.

근데 그 히틀러 발언 한 마디만 보더라도 그의 영화들에서 그가 추구하려는 '도발'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도발'의 차이를 발견하게 됨.

일단 그의 히틀러 발언은 도발적임.

근데 사람들은 그게 왜 도발적이라고 여기냐면, 그 한 마디로 자기들을 놀리거나 시비걸거나 아님 관심끈다고 생각함.

하지만 만약 그 실언으로 라스가 의도한 도발이란 게 있다면(없지 않았을 듯, 워낙 그의 성격이라서)

우리가 아주 당연하게 히틀러를 악의 화신으로 여기는 것에 어떤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자 함임.

왜냐면 우리는 왜 그가 악인지 별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다시 되짚어보자는 거임.

마찬가지로 그의 영화들도, 마냥 평론가들 욕먹이거나 비꼬거나 혹은 자신을 변명하겠다는 의미에서 도발적인 게 아님.

세상에 사람들 내부에 먼지처럼 가라앉은 관념들을 뒤흔들고 환기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도발적인 거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전 그가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걸 듣기도 했는데, 근데 사람들이 전자의 도발만 받아들이지 후자의 도발은 잘 안받아들임. 잘 안 받아들이는 걸 넘어서 요즘은 도발하면 악당 취급받기까지 함. 워낙 PC기조가 강하다보니 어쩔 수 없음. 아무튼 그래서 좀 안쓰러운 감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