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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샘 멘데스, <레볼루셔너리 로드>

누붕이(222.234) 2024.05.15 23:18:29
조회 518 추천 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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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멘데스는 현대미국영화의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일 것이다. 샘 멘데스는 1965년 생으로, 원래는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샘 멘데스가 연극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입증했던 작품이 안톤 체홉의 희곡 <벚꽃동산>을 연출했을 때다.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가 바로 주디 덴치다. 주디 덴치는 훗날 샘 멘데스의 007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주디 덴치가 연기하기도 한다. 샘 멘데스는 이후 브로드웨이 90년대 초반 뮤지컬 <카바레>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을 통해서 동시대의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그렇다고 샘 멘데스가 현대극에만 강점을 보인 작가는 아닌데,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역시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리처드 예이츠의 1961년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한국에 2009219일에 개봉했고, 원작소설은 25일에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1962년 전미 도서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작품이고 <타임>지 선정 100대 영문소설 중 한 편이지만, 대중적으로 많이 팔린 작품은 아니었다. 작가인 리처드 예이츠도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소개된 작가는 아닌데 2차 대전 이후의 불안, 공포, 황폐 등을 그린 이른바 불안의 시대를 상징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리처드 예이츠 역시 비트세대의 일원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 같다. 샘 멘데스는 리처드 예이츠의 원작이 지닌 파괴적이고 일견 폭력적으로 까지 느껴지는 인물들간의 감정적 전투와 대사의 공격성을 최대한 재현하고 원작이 가진 서사도 크게 비틀거나 변형하지 않고 인용한다. 오히려 원작보다 영화가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샘 멘데스의 버전이 이 정도라면, 리처드 예이츠의 버전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2019년 재개봉 되었고, 당시 흥미롭게 본 감상평이 “<라 라 랜드> 주인공들이 결혼했으면 아마 이렇게 됐을 것 같다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렇다. <라라 랜드>를 떠올려 보면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하는 캐릭터 세바스찬은 처음엔 자유로운 영혼이면서 순수예술주의자. 예술근본주의자다. 극 중에서 존 레전드가 연기하는 캐릭터인 키이스가 하는 이른바 퓨전 재즈스타일에 대해서 극도로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이 태도는 감독 데이미언 셔젤의 전작인 <위플래쉬> 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결국 세바스찬은 키이스의 퓨전 재즈 밴드에 합류한다. 그러면서 쉴 새없이 연주 투어를 다니게 되고 엠마 스톤이 연기하는 파트너 미아와 멀어지게 된다. 해석의 여지가 다를 수 있지만 세바스찬의 선택이 마냥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미아와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그 자신이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자 하는, 즉 예술적 비전이 아니라 현실적 안정성에 기반한 선택으로 볼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등장하는 프랭크와 겹쳐보이고, <라 라 랜드>에서 끝까지 자신의 미적 선택을 고수하며 밀고 나가는 미아의 모습은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험을 시도하려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과 겹쳐보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리처드 예이츠가 2차 대전 이후 불안의 시대를 상징하는 작가라고 앞서 말했다. 원작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혁명의 기운이 사그러진 50년대 미국의 모습을 비유한 작품이라는 접근이 작가의 의도에 가깝다고도 알려져 있다. <라 라 랜드> 역시 두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예술이라고 하는 어떤 추상적인 개념을 실증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멜로 드라마의 사회적 측면을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아마도 정석적인 접근이 아닐까 한.


 1950년대의 미국은 말 그대로 전성기였다. 물론, 인종차별 같은 악습이 잔존했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전쟁특수를 겪으며 물자산업이 발달하고 세계 제1강대국으로 발돋움 한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문화적으로도. 즉 뮤지컬이나 헐리우드 역시 전성기 구간에 진입한다.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 잭 케루악이나 앨런 긴즈버그를 위시한 비트 제너레이션들은 이 폭발적으로 발달한 산업사회에 대한 반작용으로 원시적인 빈곤을 선택한다. 즉 비트 제너레이션들이 등장한 원인에는 급속 성장한 미국의 산업사회가 있다. 급속 성장한 산업사회 안에서, ‘혁명적 기운이라는 것. ‘모험적 태도라는 것은 사실 그 힘이 약해진다. 프랭크는 바로 이 고도 산업사회를 사는 미국 중산층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영화전체에서 프랭크가 자유와 낭만을 꿈꾸는 사람이라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오프닝 뿐이다. 이후 프랭크는 늘 정장을 입고 사무직에 종사한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서, 마을에서 가장 우아하고 가장 높은 계급의 사람들인 것 처럼 행동하는 프랭크의 모습은 사실은 허상에 가깝다. 영화는 아주 친절하게 이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주는 캐릭터 을 등장시킨다. ‘팩트폭력을 넘어 팩트폭격에 가까운 대사들이 쏟아진다. 게다가 존을 연기한 마이클 섀넌의 연기가 워낙 압권이라 긴장감이 폭발한다. 조금 다른 얘기로,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거의 극단적인 실내극이라 굉장히 연극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는 은 끊임없이 스크린 바깥의 사람들이 프랭크를 보면서 하는 생각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스크린과 스크린 바깥이 마치 상호작용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발생시킨다. 연극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지금도 거장 연출자인 샘 멘데스의 재능이 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다시금 구현되고 있기도 하다.


 프랭크가 고도발달한, 그러나 허상뿐인 50년대의 미국을 상징한다면 에이프릴은 비트 제네레이션들의 태도와 닮아 있다. 안정적이고 짜여진 어떤 구조 바깥으로 나가서 외부의 시선과 외부의 평가에 부응하기 위한 연기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당연히 이 두 캐릭터는 반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두 캐릭터는 말 그대로 전쟁을 벌인다. 다시 한번 <라 라 랜드>를 떠올리면, 미아와 세바스찬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장면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세바스찬이 투어 기간에 미아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 정도가 두 사람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장면이다. <라 라 랜드>는 두 사람의 삶 모두를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립은 최소화 되어있고 엔딩에서도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거의 시종일관 대립한다. <레볼루셔너리 로드>가 다른 두 태도의 충돌에서 오는 어떤 안타까움보다 두 태도 사이의 파괴적 대립에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아는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지만, '에이프릴'은 극단적으로 밀고나간다.


 이 부분 역시도 해석의 여지가 잇겠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이 행하는 마지막 선택은 극단적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영화에서 아이는 어떤 축복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삶에 대한 모험성과 혁명성을 저지하는 현실의 제약처럼 비유된다. 에이프릴은 이 제약을 파괴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추구하는 삶의 태도를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구현한다. 실제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혁명의 기운은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결국은 어떤 안정성 안으로 수렴된다. 여피들이 그랬고, 우리의 86세대들이 그러했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의 관계 역시 이 작동방식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선택은 파리로의 이민이고, 두 번째 선택은 임신중절이다. 그렇다면, 에이프릴의 입장에서 보자. 과격한 해석임을 전제한다면 에이프릴의 마지막 선택은 자신을 둘러싼 구조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아주 극단적이며 파괴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해피엔딩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밀어붙여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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