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대중가요든 연예인의 이름이든.

내가 중학생 시절 보던 수많은 영화들은 대부분이 90년대에 평론가-매니아층 사이에서 정립된 명작 레파토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고, 거기서 벗어나 또다른 가지를 뻗어나가게된 계기는 순전히 아버지께서 가르쳐준 홍콩 영화들과 ebs에서 해주던 <세계의 명화> 프로그램 덕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유행이 돈다는 말이 있다. 새까만 후배와 노래방을 갔는데 우리때의 유행가를 부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과거에 유행을 했기때문에 후에 돌 수 있는 것이다.

유행하지 못했던,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은 '물려주기'의 바운더리 밖으로 빠지게 된다.

몇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인터넷, 유튜브 등의 발달은 정말로 다원화와 관계가 있는 것인지.

없다고는 말못하겠다. 10년전에 그렇게 찾아헤매던 작품들이 왓챠나 웨이브에 떡하니 올려져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하지만 바운더리랄까 조류의 방향성이랄까 그런것은 더욱 강해지는것 같다. 네트워크는 매트릭스라는.

그래도 영화에 대한 리뷰다.

아톰 에고이안의 <엑조티카>를 보며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봤다.

이 영화를 아직 기억하는 사람.
이 영화를 이해하는 사람.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이 과연 몇명이나 될진대 영화평론은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평론이야말로 영화를 보는 창이 아닐까.

창이 있으면 그 창밖으로 보이는것밖에 보지 못한다는..

그래도 평은 해야겠지.

<엑조티카>는 그렇게 야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신성한 영화다.

예전에 아톰 에고이안에 대해 어느 평론가가 얘기한 구절이 생각난다.

'등장인물간의 비선형적 관계에 집착하는 감독'

캐릭터 구축과 행동에서 작가의 개입이 배제된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감독은 그 만큼을 신(神)의 개념으로 채운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지식)의 근본이라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등장인물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나 할까.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는데, 이것의 무엇(어떤 요인)이 저것의 무엇으로 되어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빈 공간은 신의 은총이 함께한다.

그렇게 등장인물들은 똑똑해지고 작가의 개입에 의해 인위적이지 않게 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인데 많은 사람들이 더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깐느에서 <세가지색-레드>를 제치고 이 영화에 상을 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것이다. 누군가는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본것이겠지. 그것으로 위안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