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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팬픽] 은빛의 마수와 춤추는 오토마톤 (3)

RT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2.19 04:39:31
조회 642 추천 24 댓글 11
														


4장 - 전사대(戰士袋)




공기중에 은은한 혈향이 섞여있는 감각은 평범한 시골 소녀인 엔리 에모트에게는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더 이질적인 것은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 자신보다도 어려보이는 외모의 소녀라는 점일지도 모르지만.


“저기, 이런걸로 정말로 괜찮아?”


생명의 은인에게 감자와 풀이 전부인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시골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은 대단히 힘들고, 그렇다고 농사일에 써야 할 소를 잡아서 대접할 수는 없었으니까.

마을 어른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소를 기꺼이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시즈라는 이름의 소녀는 '괜찮아.' 라는 말로 짧게 사양했다.

자신들을 배려해줬기 때문이라고 어른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엔리 에모트는 시즈의 입에서 진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는 귀여우니까 먹는 건 싫다니, 역시 조금 별나지….’


“…?”


무심코 속내가 표정에 드러나버렸던건지, 시즈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엔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깨달은 엔리는 멋쩍게 웃으면서 낡은 목재 테이블위에 나름대로 신경써서 만든 요리들을 내려놓았다.

그것들은 빈말로라도 진수성찬이라고 할 것은 아니었지만, 시즈는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다.


“…고마워. 잘 먹을게.”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시, 시즈는 그야말로 호쾌한 몸동작으로 찐 감자를 입안에 들이부었다.

무표정인 채로 양 볼을 한껏 부풀리면서 '우걱우걱' 거리는 효과음이 들려오자 엔리는 표정이 굳는 게 느껴졌다.

아니, 그 방식은 아무리봐도 같은 여자로서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맛을 보긴 하는걸까.


“그,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부족하다면 더 있으니까..”


엔리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넴도 시즈의 먹는 방식에는 충격을 받았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두 자매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신비한 소녀'의 이미지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두 자매와 시즈가 식사를 끝마쳤을 무렵, 창문 밖의 하늘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물어보았지만 역시 나자릭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없었기에, 시즈는 내심 낙담하고 있었다.

한 시라도 빨리 돌아가야만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모를 주인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모몬가 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종자로서 실격…’


겉으로 드러난 표정은 여전히 인형처럼 단아했지만, 지금 시즈의 마음은 무거운 쇳덩이를 올려놓은 것 같이 무거웠다.

이 세계로 전이해오고 어느덧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돌아갈 방법도 나자릭에 대한 정보도 무엇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시즈?”


이름을 불려 현실로 돌아오자, 눈 앞에는 붉은 머리의 작은 소녀가 걱정스럽다는듯 시즈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날카로운 직감으로 알아차린 듯, 넴은 조약돌같은 작은 손으로 시즈의 볼을 어루만졌다.

작지만 따뜻한 손이라고, 시즈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워.”


솔직한 감사를 입에 올렸다. 나자릭의 일원인 자신이 인간에게 위로를 받을 줄이야, 스스로도 놀라고 있었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ㅡ 다른 주민들의 상태를 보러 나갔던 엔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시즈, 미안하지만 조금 와줄 수 있을까? 촌장님이 할 말이 있다고 하시는데.”


“…알겠어.”


엔리 에모트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자, 다른 주민 몇 명과 촌장은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 얘기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 촌장의 얼굴에 빛이 감돌았다. 마치 구세주를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다.

시즈로서는 이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기에, 이 이상 귀찮은 일에 엮이고 싶지는 않았지만ㅡ


‘아까 일은… 빚이려나….’


넴의 작은 손이 닿았던 볼에 자신의 손을 올리면서, 시즈는 고개를 들었다.

인간 따위에게 진 빚을 남겨두다니, 그것은 나자릭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닐테니까.


“무슨 일…?”


짧은 물음이었지만, 시즈가 먼저 물어오자 촌장의 얼굴에 화색이 번졌다.


“아, 시즈. 이 마을에 말을 탄 자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해서 말입니다….”


자매와는 달리 딱딱한 경어였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겁 먹은 자 특유의 눈빛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시즈는 알겠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의 의미를 유추한 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는 병사들과의 전투에서 이미 알았겠지만, 역시 손녀 뻘 여자아이에게 이런 일을 맡기는 자신에게 환멸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혼자서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촌장은 모든 걸 시즈에게 맡기는 것 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는지 시즈와 함께 마을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일단의 기병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마을을 습격한 제국의 기사들과는 달리, 그들의 무장은 통일성이 없었으며 각자 나름대로의 개조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대열을 짜서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온 기병들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의 간격을 유지하고 동시에 말을 멈춰섰다.

선두에 달리고 있던 멋들어진 갑옷을 입은 굴강한 사내가 시선을 움직여 촌장과, 그 옆에 서 있던 시즈에게서 눈길이 멈춰섰다.


“나는 리 에스티제 왕국의 왕국 전사장, 가제프 스트로노프요.

 이 주변을 어지럽히는 제국의 기사들을 토벌하기 위해, 폐하의 명령을 받아 마을을 순찰하는 중이네.”


“왕국 전사장…”


촌장이 깊은 침을성을 냈지만, 시즈는 여전히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단아한 얼굴을 한 채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제프라고 밝힌 사내는 메이드복을 입은 이국적인 외모의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촌장에게 향했다.


“이 마을의 촌장이군. 옆의 소녀는 누구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나?”


“이 분은 시즈 ㄴ.. 아니, 시즈라고 하는 분입니다. 제국의 기사들에게 습격당하고 있던 이 마을을 구해주신 은인이시죠.”


무심코 '님'자를 붙일 뻔 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은 '님' 자가 입 밖으로 나오려고 하자 시즈의 표정이 살짝 흐트러졌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가 지금껏 표정을 망가뜨렸던 적은 모두 싸우고 있었을 때 뿐이었던지라, 촌장은 아까의 참상을 떠올리고 표정이 흔들렸다.

촌장의 그런 이상한 반응을 보며 가제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흥미가 사라진 듯, 말에서 뛰어내리며 시즈 쪽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이 마을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리네. 시즈 공.”


왕국 전사장 씩이나 되는 인물이 이름 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에게 고개를 숙이자, 주민들 사이에서 술렁거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즈가 입고있는 것이 메이드복이라도 그 재질이 자신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아마도 가제프는 그녀의 신분이 귀족 출신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왕국 전사장이라는 지위는 확실히 높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가제프 스트로노프라는 이 남자는 국왕의 최측근 심복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출신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평민이었고, 실력을 인정받아 높은 자리까지 출세하긴 했지만

왕궁 내에서도 그를 싫어하는 무리가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귀족 자녀일지도 모르는 시즈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은,

이 이상 궁정 내에서 적을 늘리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괜찮아… 별 거 아니니까.”


무장한 기사들을 상대하는 일을 '별 거 아니다' 라고 표현할 수 있는 소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너무나도 예상 밖의 대답이 튀어나오자 가제프는 어찌 대응해야 할 지 몰라 도움을 청하듯 촌장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촌장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쓴웃음이 올라와 있었기에, 가제프 역시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 제국 기사들은 어디에?”


가제프의 질문에 촌장은 다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촌장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가제프는 수상쩍은 것을 의심하는 듯한 눈빛으로 촌장에게 캐물었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촌장.”


“아, 아닙니다. 제국의 기사들은 몇 사람을 빼고는 모두 죽었습니다만..”


“흠, 그렇군. 하지만 그들은 왕국의 영토를 습격한 무리들이네. 설령 전멸시켰다고 하더라도 죄가 되지는 않네.”


촌장의 얼굴에 떠오른 곤혹의 원인이 혹시 사람을 해한 것으로 인해 시즈가 벌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 생각해서라고 짐작한 듯,

가제프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촌장은 여전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저기, 도저히 마을 안에 놔둘 수가 없었기에.. 마을 외곽에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모아 두었습니다.”


“으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미안하지만 안내해줄 수 있겠나?”


촌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 뒤를 가제프와 시즈는 조용히 뒤따랐다.

그의 안내를 따라 마을 외곽에 도착하자, 백전연마의 용사들인 그들도 구덩이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모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사람의 형태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그저 고깃덩이의 집합소였다.

비위가 약한 전사들 중 몇몇은 바닥에 토악질을 하고 있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시즈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군. 확실히 이건 심하군. 정말로 이걸 시즈 공이 한건가?”


많은 경험을 가진 가제프조차도, 한 명의 소녀가 무장한 기사들을 저렇게 만들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녀가 매직 캐스터라면 충분히 가능할 지도 모르지만, 설령 제 3 위계 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인간을 저정도로 뭉개는 것은 어려울테니까.

게다가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시신을 살펴보니 그 상처는 마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날카로운 창에 전신을 여러 번 관통당한 것에 가까워보였다.

하지만, 시즈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기묘한 형태의 무기를 그러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한 사람도 아니고, 그것도 중무장한 기사들을 저렇게 만들 수 있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가녀린 외모의 소녀에게 그런 것을 캐묻는 것도 거부감이 있었기에, 가제프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자들은 그럼 도망친 건가?”


이번에 대답한 것은 시즈였다.


“…응. 아무래도, 전부 죽이는 건, 좀 껄끄러워서.”


참상을 본 직후만 해도, 이 소녀가 정말 저 많은 기사들을 저 꼴로 만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으나,

지금의 대답으로 가제프는 확신했다. 수단은 불명이지만 틀림없이 이 소녀가 저 많은 기사들을 저렇게 만든 것이 틀림없다. 고ㅡ

게다가 기사들의 처참한 몰골과는 별개로, 시즈라는 이름의 소녀에게서는 잔상처 하나 보이지 않은데다 피로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일인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이 시즈라는 소녀는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5장 - 양광성전(陽光聖典)




“전사장 님, 복수의 누군가가 이 마을을 향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부하의 보고에 가제프는 서둘러 마을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의 매처럼 날카로운 눈매가 저 멀리 보이는 언덕 너머로 향하고, 이윽고 사람의 그림자처럼 보이는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마을 쪽을 향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무장은 없었지만, 하나같이 신관풍의 차림새였다.

하얀 천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정확한 정체까지는 알 수 없지만 신관을 저 정도로 모을 수 있는 세력은 이 주변에선 딱 한 곳 뿐이었다.


“…슬레인 법국, 인가.”


가제프는 무거운 침을성을 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그들을 '신관'이라고 판단한 이유는 옷차림이 아니었다. 그들을 뒤따르듯이 떠있는 기묘한 형체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천사Angel라고 불리는 몬스터의 일종이었다. 그것 자체는 신앙계 매직 캐스터가 흔히 소환하는 몬스터였고, 그리 드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가제프의 눈에 들어온 천사들은 하나같이 그가 처음 보는 종류였다.


제 2위계 신앙계 마법, 《제2위계 천사 소환 Summon Angel 2th》으로 소환할 수 있는 수호의 천사Angel Guardian는 그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 앞의 신관들이 소환한 천사는 명백하게 수호의 천사가 아니었다. 일렁이는 듯한 불꽃의 무기, 은색으로 빛나는 찬란한 갑옷.

게다가 결정적으로 신관들의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뒤에 있는 것은, 다른 천사들보다도 훨씬 크기가 큰데다

느껴지는 기운Aura 역시 차원이 달랐다. 그가 판단하기에, 저것은 불꽃의 무기를 가진 천사보다도 위계가 높은 천사로 생각되었다.


상황은 절망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천사라고 하는 몬스터는 마법이나, 혹은 마법이 걸린 무기 외에는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는다.

가제프 자신처럼 특수한 무투기를 가진 자들이라면 예외겠지만, 왕국의 최정예라는 전사대조차 그런 무투기를 가진 이는 가제프 외에는 없었다.

설령 전사대에 소속되어 있는 인원 모두가 그런 무투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 공격마다 무투기를 발동해야 한다는 것은 크나큰 약점이 된다.


무투기라고 하는 것은 사용할 때 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제 아무리 일류 전사라도, 항상 집중을 유지하고 있다간

금새 피로감에 찌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매직 캐스터가 한계까지 마력을 사용하면 탈진해버리는 것처럼,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가제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위험하군.”


가제프의 걱정과는 별개로, 그의 옆에 서있던 메이드복을 입은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그대로였다.

이 정도까지 표정에 변화가 없으니 한 층 더 인간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다.

가제프는 시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었다.


“시즈 공.”


“…아까도 말했지만, 그 호칭, 귀엽지 않아. 시즈면 괜찮아.”


기분이 상한 것처럼 살짝 눈썹이 치켜올라가는 모습에, 가제프는 쓴웃음을 지었다.

유일하게 소녀다운 표정을 지은 것이 호칭을 정정할 때 뿐이라는 사실에 아이러니를 느끼면서.


“괜찮다면 고용되지 않겠나? 보수는 그 쪽이 원하는 대로 주겠네.”


“….”


소녀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승낙인지 거절인지조차 애매모호했기에, 가제프는 강한 어조로 다시 한 번 부탁했다.


“부탁하네. 솔직히, 나와 부하들만으론 이 마을을 지켜내기가 힘들겠지.

 하지만 시즈 ㄱ… 아니, 시즈가 있어준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만… 저 마수도 있고 말일세.”


가제프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평화로운 표정으로 낮잠을 자고 있는 거대한 햄스터였다.

주민들의 얘기를 종합해본 결과 그 정체가 전설의 마수, 숲의 현왕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그조차 식은 땀을 흘렸지만

평화롭게 잠든 모습에서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아 지금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알겠어. 대신, 정보도, 원해.”


“정보? …알았네. 이 쪽이 알고 있는 거라면 뭐든지 대답해주지.

 그 쪽이 원하는 정보가 국가의 기밀이라거나 하는 것만 아니라면 말일세. 설령 우리가 모르는 것이라도,

 전력을 다해 조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하지. 그거면 되겠나?”


“…응.”


시즈의 입에서 승낙의 말이 나오자, 가제프는 큰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표정이 풀어졌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든지 이 작은 소녀를 피비린내나는 전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지금도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 나라의 국민을 수호하는 왕국 전사장. 그 개인의 바람은 어쨌든, 그로서는 가능한 한 최선의 수를 두어야만 한다.

그것이 왕국 전사장이라는 존재였다.


가제프와 전사대는 나란히 말에 기승하고 마을의 출구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그들이 적의 시선을 끌고있는 사이, 주민들은 촌장 부부의 지시로 마을 뒤쪽에 난 샛길을 통해 토브 대산림 쪽으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만약 적을 성공적으로 격퇴하는데 성공하면 나중에 전사대의 사람을 보내 그들에게 안전이 확보되었음을 전할 계획이었다.

적의 강함은 미지수였기에, 비록 숲의 현왕과 시즈의 협력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즈는 메이드복의 주머니에서 작은 향수병을 꺼냈다가, 이내 그만두듯이 다시 주머니로 되돌려놓았다.

그녀가 꺼냈던 향수병은 제 1위계 마법, 《무취 Odorless》의 효과가 담긴 매직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소모품이며,

부탁을 받았다고는 하더라도 고작 인간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지고의 존재가 내려준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은 역시 거부감이 들었다.

시즈는 목에 두르고 있는 머플러 쪽으로 손을 옮겼다.


‘…모몬가 님…’


이것은 향수병과는 달리 소모성 아이템이 아니다. 이 역시 지고의 존재가 내려주신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지만,

하루 빨리 자신을 찾고 있을 주인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역시 정보가 필요하다. 그걸 위해서라면, 이 정도 쯤은 허락해 주실 것이다.

시즈는 내심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머플러의 힘을 발동시켰다. 그녀의 작은 몸이 점차 투명해지며,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설명은 들었지만 정말로 시즈의 모습이 사라지자, 햄스케가 감탄하는 소리를 냈다.


“오오! 정말로 투명해졌구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소이다!”


“…그럼, 난, 예정된 위치로 갈게.”


햄스케의 시야에선 시즈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그녀가 붙이고 간 정체불명의ㅡ1엔씰이라는 물건이라고 가르쳐주긴 했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ㅡ 물체를 쓰다듬는 감각과 함께.

이제 슬슬 애완동물 취급은 그만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햄스케는 내심 어느정도는 포기한 듯 멋쩍게 웃었다.

이내 손의 감촉이 떨어져간것을 느끼고, 햄스케는 마지막으로 인기척이 느껴진 방향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조심하시게! 시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인 듯한 기척을 느끼고 햄스케는 사족보행수답게 몸을 쭉 폈다.

그 모습은 숲의 현왕이라기보단 잠에서 깬 강아지가 할 법한 행동이었지만, 딴죽을 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유일하게 이제는 꽤 익숙해진건지, 엔리와 넴 자매만큼은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럼, 소인도 준비해야겠구려. 인간들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지만,

 시즈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지 말이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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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및 플룻 제공 : adada(오버로드 갤러리)

일러스트 제공      : 거미성애자(오버로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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