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

국민학교 백일장 한 번 나가지 못한 무지랭이 나 같은 놈도

아무거나 붙잡고 가슴으로 시를 쓴다

쓰고 나서 부끄러우면 찢어버리고

솔직히 썼으면 그만이다

애인이 볼에다 뽀뽀 해주고 부끄러운 듯

좋아라 달려간 그날 밤에 시를 쓰고

해맑게 웃는 세살동이 조카를 보며

교정에 피어난 고운 진달래를 보고도

버스 안 어여쁜 여고생의 무거운 책가방을 보고

핵무기 떠올리며 시를 쓴다.

바람 방향이 북쪽에서 불어오면 임진강 철책선을 노래하고 

남쪽에서 불어오면 남도의 삭막한 들판을 시로 쓴다

시를 쓴다

아버지의 늘어만 가는 검버섯 저승꽃을 보며

어머니의 거친 볼에 흐르는 영롱한 저 이슬방울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 나는 시를 쓴다

청소하는 수위 아저씨를 보며

파업장 노동자의 당찬 주먹을 보며

신발마저 벗겨지소 옷도 찢어진 채 개처럼 끌려가며

악을 쓰며 덤비던 빼빼마른 여공을 보며

분노의 시를 쓴다

전선에 서서 부끄러웠던 날도

영웅적인 동료가 잡혀간 날도

후배가 비판해 주던 날도

선배가 술상을 치며 울부짖던 날도

부끄러운 마음 시를 쓴다

솔직한 마음, 시를 쓰면

모든 세계가 나의 것이요

잃어버린 것은 껍데기뿐이었다.

멋과 칭찬을 떠나서 

심장으로 쓰기만 하면 누구나가 시인이고

나로부터 시를 쓴다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가 시인이어야 한다고 

나로부터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