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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일본어 잔재라고 억까당한 명시

ㅇㅇ(118.217) 2023.05.26 22:24:19
조회 2413 추천 27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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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제정된 해인 1923년

방정환 등의 주도로 아동문학을 전문적으로 싣는 문예지인 <이린어>가 창간됨 (사실 '어린이'임)


당시 마해송, 윤극영 등 젊은 아동문학가들이 <이린어>에 동시, 동화를 발표하는 한편으로

정식 등단을 하지 않은 청소년의 작품들도 공모를 통해 게재하곤 했음

(이를 통해 윤석중, 박목월 등이 10대의 나이에 동시를 발표한 바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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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의 하나가 1926년 당시 불과 15세였던 이원수가 쓴 <고향의 봄>이었음

이후 홍난파가 곡을 붙임으로써 이 시는 국민적인 애송 동요가 되며 널리 알려지게 됨


그런데 세월이 한참 지나고 해방 이후가 되자 이 시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하는데,

다름아닌 첫 구절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 일본어투의 잔재라는 주장이었음


이 주장을 폈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의 한 명이 바로 아동문학계 후배였던 이오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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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왼쪽)과 이원수(오른쪽)



이오덕(아동문학가, 재야(!) 국어학자):

"우리말 문법대로라면 '나의 살던 고향'이 아니라 '내가 살던 고향'이라고 해야 맞다.

조사에 '의(の)'가 많이 들어가는 일본어투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탓에 이런 잘못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 이오덕의 글쓰기 책이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면서 거의 통념화되기에 이르렀고,

더구나 원작자인 이원수와 곡을 붙인 홍난파가 모두 친일 전력이 있다는 문제와도 맞물리면서 까임의 대상이 되었음

심지어 이원수가 생전에 이에 대한 지적을 듣고 반성했다는 썰까지 돌기 시작함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이 주장은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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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인석보>의 한 페이지. '인욕태자(忍辱太子)가 만드신(이루신) 약입니다'라는 말을 '忍辱太子의 일우샨 藥이이다'라고 적고 있다.



유종호(문학평론가):

"주격조사에 '의'를 쓰는 건 15세기 중세 국어 문헌인 <법화경언해> <월인석보>에서 이미 보이는 것이다. 전혀 문제될 게 없는 표현이다.


이런 어투는 20세기에는 홍명희의 <임꺽정>에도 나오고 이병기, 이태준, 김광섭의 글에서도 잘만 나온다. 홍명희나 이태준은 일제 때 우리말을 가장 잘 다룬 작가에 해당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조사부터가 오염되고 있었으면 그들이 그걸 갖다가 썼겠는가? 님 설마 우리말 우리글 제대로 쓰기를 논한다면서 <임꺽정>도 제대로 안 읽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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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런 반박이 제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오덕이 사망했기 때문에 그의 책에서 이 부분은 제대로 수정되지 못한 것으로 보임


현재까지도 일각에서는 이오덕의 글쓰기 책이 교재처럼 추종되고 있지만 이 오류 때문에 별로 신용하지는 못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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