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약에 대해서 거부감도 있고 불안이 심하긴 한데 빈도가 높진 않아서 불안 올라올 때마다 먹는 필요시약을 받아옴 (자나팜 0.125) 며칠 전에 거의 공황처럼 불안 세게 와서 먹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
이게 약물이 단순히 불안을 당장 없애줘서 좋은 것보다도 '지금까지는 통제할 수 없었던 불안을 내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라는 인식을 갖게 된 데서 오는 안정감과 만족감이 엄청 컸음
보통 강박증 환자들은 불안을 견디기 힘들어서 그걸 당장 떨쳐내고 뿌리뽑기 위해 강박행동을 하고, 그 불안이 다시 찾아올까 봐 예기불안을 느끼면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잖아? 비록 약물의 도움을 받아서지만 내가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각을 컨트롤할 수 있고 병적인 상태까지 가지 않도록 막아낼 수 있다는 게 스스로에게 의미하는 바가 큰 듯
물론 약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주지도 않고 의존하면 당연히 안 되겠지만 이런 인식의 전환 기회를 마련해주는 건 분명히 좋은 점인 것 같다 아직까지 병원 안 가본 사람들은 이렇게 필요시약으로라도 먹어보는 거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