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부쿠레슈티를 강타한 규모 7.4의 지진은 그 피해가 상당해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준이었다.

당시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있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루마니아로 돌아와서 재해 현장을 둘러보았다.

세계대전 때 지어진 낡은 건물들과 역사적인 유적들이 대부분 붕괴하고 공산주의 시절에 지어진 건물만이 상대적으로 멀쩡한 것을 확인한 차우셰스쿠는 이 기회에 낡은 도시를 싹 밀어버리고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를 재건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건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 아니었다. 이미 차우셰스쿠는 1971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거대한 구조물들로 이루어진 인공 도시 평양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1974년부터 재개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지진은 그의 망상에 본격적인 방아쇠를 제공했을 뿐이다.

500여개의 마을, 7000여개의 가옥, 15개의 교회와 각종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파괴되었으며, 자신들의 집을 폭파시키고 허물어버릴 것이란 소식을 당일날 전해들은 그곳의 주민들은 부엌이나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교외의 간이 주거지로 쫓겨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관청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섰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상호 감시가 한결 더 쉬워졌지만, 사람들은 상하수도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부패의 온상인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주된 육류 공급을 담당했던 토끼나 닭 등의 동물들조차 기르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폐허나 다름없던 부쿠레슈티의 모습을 보고 핵폭탄을 맞은 히로시마와 다를게 없다며 "차우셰스쿠"와 "히로시마"를 합친 "차우시마"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