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창형이 로그북 얘기를 해서 생각난김에,

로그북은 다이빙에서 일기같은거잖아? 뭐 "탐색"을 목적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 다이빙이기때문에 수중환경이라던가 지형지물 등등 그런걸 기록해두는 것이 "목적"이긴 하지만 보통의 로그북은 자유로운 형태를 띄고 있는게 맞지. 다이빙관련 커뮤니티 구경하다보면 어떤사람들은 사실 위주로 적는 사람들이 있고 어떤사람들은 느낀 점 위주로, 또는 어떤 사람들은 그림한장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뭐 여튼 다양한 형태가 있거든.

나도 로그북은 잘 기록하진 않았어, 이번에 올린것처럼 핸드폰 메모장에다가 잘 기록하는 성격도 아니고. 근데 혼자다니다보니까 아무래도 저녁에 시간이 남는단 말이지? 미드나 보고 하면서 시간떼울 수도 있지만 그냥 여행왔던것에 대해서 기록을 해둔다 라는 그런 형태로 로그북을 기록해.

말하자면 저번에 왔을땐 이랬으니까 조심할 점이 있으면 조심하고 더 준비할 게 있으면 더 준비해야겠다 이런식으로 기록하고 있어. 단 문법이고 스펠링이고 엉망이지만 가급적이면 영어로 기록하자는 주의야. 누군가랑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을때 아무래도 영어로 되어있는게 편하겠다 싶어서. 그리고 이렇게 하면 영어 조금이라도 늘긴 하겠지 뭐 ㅋㅋㅋㅋ

근데 단점이라면 그걸 다시 안본다는게 단점이네.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그 포인트가 어떤 곳인지 로그북을 통해서 다시 복습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거든. 근데 이번엔 안그랬어. 그냥 뭐 몸도 안좋았고 귀찮았고 그렇지. 근데 다이빙 몇일 지나고나서 문득 생각이나길래 예전에 말파왔을때 로그북을 보니까 초반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자세히 기록되어 있더라고, 그 중 기억나는 두가지가 있는데 수온이 25도였다는 거랑, 파이프피쉬가 많았다는 거야. 그당시가 자격증을 딴 거의 직후라는 걸 감안한다면 물고기 이름도 잘 모르고 마크로에는 관심도 없었을텐데 수온과 파이프피쉬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는 건,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었다는 거거든. 실제로도 이번 다이빙에서도 그랬고.

내가 만약 로그북을 미리 보고 왔다면 분명 샵에다가 물어봤을거야. 혹시 5미리 슈트가 있는지 말이지. 내거 2.5미리거든... 진짜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파이프피쉬도 처음에 사진찍다가 점차 너무 많아서 안찍기 시작했는데 옛 로그북을 보니 파이프피쉬는 서로 신호할 건덕지 조차도 안되는거지 뭐. 물론 특별하게 생긴 몇몇 녀석들 제외하고.

그리고 얼마전부터 추가로 기록하기 시작한게 다이빙샵에 대한 평가야. 마찬가지로 여행을 가고 우리는 돈을 쓰는 입장인데 가급적이면 경제적으로 그리고 보다 즐겁게 놀아야 하지 않겠어? 여행자의 입장에서도 그날에 대한 기록을 간단하게만 적어두면 나중에 여행정보로서도 도움이 되겠더라고. 일반적인 여행자라면 갔던 지역을 다시 가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다이버들은 아니잖아. 같은 지역 여러번 가게 되거든. 그럼 굳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 없이 보다 즐겁게 놀 수 있는거지.

뭐 여튼 이번에 핸드폰에 메모해두면서 들었던 생각들이야. 그리고 그렇게 해야겠더라고. 내가 누군가랑 같이 간다면 서로 기억을 공유할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혼자다니다 보니까 이런식으로 적어둬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더라고.

아참 난 로그북은 거 인투블까페에서 어떤분이 전에 올렸던 자작 로그북 파일을 사용해. 성원아빠였던가 여튼. 그거 양면프린트해서 A5크기로 잘라서 쓰고, 200회 단위로 제본떠서 한권씩 완성할까 생각중임. 내가 직접 디자인해보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디자인쪽은 난 아주 재능이 없는거 같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