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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오늘의 뻘글

니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01 04:30:24
조회 1007 추천 19 댓글 26
														

오늘의 뻘글의 주제는 여행물이고, 테마는... 글쎄, "역마차", 혹은 "삼포 가는 길" 혹은 둘 다.


들어가며

옛날 옛적, 서부개척시대에는 역마차(Stagecoach)라고 해서 역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운행하는 마차들이 있었음. 그러니까 어느 역이 있는 마을에 가야 한다? 개인적인 이동 수단이 없는 사람은 좋든 싫든 그리 가는 역마차를 찾아서 그걸 타고 가야 하던 구조임. 그럼 이거 '기차'나 '배', '비행기'라고 예시를 들어도 되지 않음? 할 텐데, 이런 소재로 나온 전설적인 명작 영화가 있으니 바로 존 포드의 역마차(Stagecoach) 되겠다. 그래서 이번 뻘글의 테마가 역마차인 것. 아 물론 지금 굳이 찾아서 보라는 건 아니야? 아무튼 이번에는 "PC들마다 목표가 따로 존재하는 형태의 여행"을 어떻게 다룰 지 생각해 보도록 하자. 목표가 없어? 그게 여행이냐? 최소한 던전도 목표가 거기와 연관이 있으니까 기어 들어가 보는 거야. 아무튼 PC들이 하나의 목표로 똘똘 뭉쳐 행동하는 집단이 아닌 여행물에서는 일단 플레이어들에게 각 캐릭터들은 "공통의 이동 수단을 타고(다른 선택지는 여의치 않다는 설정으로) 그게 가는 공통의 목적지에 도착한다"가 PC들이 공유하는 1차적인 / 최소한의 여행 목표라고 잡아주면 편할 것임.


이동 수단 / 목적지 설정을 통한 통제

위애서 말한 대로 "역마차"의 승객들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마차에 탔지만, 어쨌거나 목적지인 로스버그까지 이동하기 위해서 동일한 교통수단인 역마차를 이용해야 하며, 일단 역마차에 탄 이상 그게 이동하는 과정 및 정차하는 역에서 다 같이 동일한 문제를 공유하게 되는 구조임. "삼포 가는 길"도 이와 유사하게, 주역 세 사람의 목적은 각기 다르지만 아무튼 배경이 되는 동네를 멀리 떠나기 위해서는 감천에 있는 역에 가서 기차를 타야 하고(다른 길도 있지만, 눈이 와서 막힌 상황), 그래서 셋이 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러 가는 과정에서 하나로 모이게 되고, 역에서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기차를 타고 헤어지는? 아무튼 그런 구성의 단편 소설임. 다만 역마차보다는 이동 과정에서의 인카운터가 좀? 부족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음. 이쪽은 단편소설이니까. 물론 이것도 역마차와 마찬가지로 굳이 지금 찾아서 읽어봐야 한다는 건 아니야?


아무튼 이렇게 목적지 / 그에 도달하는 핵심적인 이동 수단을 통일 / 통제함으로서 근본적인 목표가 다른 캐릭터들을 특정 이동 수단 하나로 묶어 놓고, 그들이 어딘가 이동 수단의 목적지에 도착한 뒤 각자 자신들의 목표를 위해 다른 길로 갈라지기 전까지의 여정 안에서 여러 인카운터들을 내주는 식으로 모험을 시키고, 에필로그 정도로 이들이 각각 자신들의 여행 목표를 달성했나를 보여주면서(사실 안 그래도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끝내는 방식이라고 정리하면 되겠다. 바꿔 말해서, "여러분은 여관에 모였습니다. 밖에서는 불이야! 하는 고함소리가 들리는군요."하는 대신에 "여러분은 아우슈비츠로 가는 역마차에 타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온 흑표의 울음소리가 생각보다 가까이서 들리는군요" 같은 걸로 시작하는 방식이라 이거지. 다만 이렇게 일행의 목적지와 주요 통제 수단을 마스터가 꽉 잡고 통제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마스터가 원하는 대로 아주 일방적으로 흘러가야만 하는 건 아니야.....


여행 중의 선택지의 제시

이렇게 목적지 / 이동 수단을 가지고 통제하면, 결국 일방적인 레일로드지 않나? 싶을 텐데 그건 좀 아님. 내가 통제하는 것은 "교통 수단과 그 목적지"지, "그게 가는 경로" 같은 것까지 엄격하게 통제하는 게 아니거든. 뭔 말이냐고? 예를 들어서 "역마차"에서는 처음 출발점에서는 역마차를 호위하는 기병대와 같이 출발함. 근데 이 기병대는 도중에 복귀해야만 하고, 다른 역에 주둔하던 다른 기병대가 역마차를 호위해서 다음 역까지 가 주는 방식임. 근데 역에 도착하니까 거기 있어야 할 기병대가 사정상 자리를 비웠음. 그래서 역마차의 승객들은 호위 없이 목적지를 향해 역마차만 계속 갈 거냐, 아니면 일단 돌아가려는 기병대를 따라 돌아갔다가 나중에 올 거냐를 놓고 다수결로 결정해서 호위 없이 목적지로 가는 쪽을 택하고, 인디언을 피해 돌아가는 좀 더 추운 길로 다음 역을 향해서 가기로 함.


분명히 여기에는 "승객들의 결정"이 적용했지? 이런 식으로 특정한 인카운터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서 플레이어들이 판단해서 결정을 내리게 하고, 그 결정을 따라서 이후의 진행 양상이 변경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플레이어들의 영향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변화하는 인상을 주면서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음. 뭔가 어렵다면 여정 도중에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에 이런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도 괜찮음. 역마차의 경우에는 목적지까지의 경로에서 도중에 경유하는 역에 도착해보면 뭔가 일이 발생했거나 발생하는 그런 식이었지.


다만 이렇게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인카운터를 내서 뭔가 플레이어들이 선택하는 느낌을 확실히 주려면 = 결국 네가 정해 놓은 대로 따라가는 거라고 느끼지 않게 하려면, 제시되는 방안에 대해서 각각 저거보다 좋은 점 같은 걸 제시하는 식으로 나름 선택지 사이의 밸런싱을 할 필요가 있음. 예를 들어서,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가는 항해 도중에 각각 해협 한 쪽을 차지하던 괴물인 스킬라와 카리브디스 사이에서 어떻게 해협을 지나갈 지 "선택"을 해야 했는데, 스킬라 쪽으로 가면 선원 몇 명이 잡아먹히겠지만 카리브디스 쪽으로 가면 높은 확률로 배가 난파되어 몰살인 상황이라 당연히 스킬라 쪽을 골라서 선원 몇 명을 잃고 지나감. 근데 오디세우스 입장에서 이게 "제대로 된" 선택의 여지가 있긴 했냐? 아닌 거 같지? 이런 식으로 선택지를 제시하긴 했는데 그 내용 차이가 명백하다거나 하면 당연히 답정너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거라는 데는 유의할 필요가 있는 거임.


목적과 관계의 변화 제공

또한, 여행 도중에 캐릭터들과 그들의 목적에 "변화"를 주는 것도 그에 따른 플레이어들의 선택을 유발하는 등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임. 서로 간의 인간 관계가 쌓이기도 하고, 원래 각 PC들 마다 정해 놓았던 "진짜" 목표가 도중에 들은 정보나 특정 인카운터의 결과로 인해서 바뀌어야만 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말이지. 그리고 이런 인카운터는 누구의 사정에 초점을 맞춰주냐 등에 따라서 또 여행의 방향성 같은 게 달라질 수 있음. 각자 목표와 인간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반대로 그런 것 중 특정한 하나 내지는 그런 것들과 관계된 특정한 캐릭터를 축으로 잡아서 내는 인카운터는 결국 특정 캐릭터가 중심에 서는 인카운터가 될 테니까, 그런 걸로 스포트라이트를 주고 그걸 다른 캐릭터들까지 얽혀서 수습하는 과정에서 캐릭터들 간의 인간관계가 누적되며 변화하는 그런 게 가능한 거.


예를 들어서 "삼포 가는 길"에서 정 씨와 영달은 역으로 가는 도중에 주점에 들렀다가 거기서 도망친 '백화'라는 여성을 잡아오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상태였지만, 정작 백화를 만나고 난 뒤에는 서로 간에 인간관계가 쌓이면서 오히려 나중에 역에 도착해서는 백화에게 여비를 보태 줘가며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태워주는 사이가 됐고, 그 외에도 정 씨는 원래의 여행 목적이던 "추억 속의 고향인 삼포로 간다는 것"이 개발로 인해 이제 자기가 알던 삼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거라, 여행 출발 시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됨. 역마차에서도 처음 보는 사이인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원래 탈옥수인 남주인공을 잡으려고 역마차에 탔었던 보안관도 나중에는 복수에 성공한 남주인공이 여주인공과 함께 멕시코로 달아날 수 있게 배려해줬음.


뭐 이 정도면 충분히 목적과 관계가 변화한 거 맞지? 물론 이건 단편 소설 / 영화가 예시인 거지만, 여정이 좀 더 길 수 있고, 여행 도중에 마주칠 인카운터도 좀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여행 플레이에서는 좀 더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을 거임. 너나 너희 플레이어들이 그만큼을 원한다면 말이지.....


3줄 요약

여행은 목적지와 이동 수단만 공유하고 해도 진행이 생각보다 괜찮게 될 수 있음

이럴 때는 경로 등에 대한 선택권을 제시함으로서 일방적인 느낌을 줄일 수 있음

또한 캐릭터들의 목표 / 인간 관계 등에 손을 대 보면 좀 더 흥미로워질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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