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CoC - 이성을 깎는 혼란스러운 설정들

니컬(112.168) 2017.10.23 20:23:35
조회 1403 추천 17 댓글 4
														

오늘은 게임과는 아마도 전혀 상관없을 그런 글을 써 볼 생각.

설정 관련 글이니까 진짜로 크툴루 신화에 대해서 좀 아는 / 알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뒤로 가도 될 듯.


문제 1

다음 중 고대의 문장(Elder Sign)을 고르시오.

1.                                                     2.                                      3.


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2305832a72ded0a3fc98e847a92b6782a025d19f0fcab9bf015d408b5068d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2305832a72ded0a3fc98e847a92b6782a025d13f3fcaac8a017e9da5928db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2305832a72ded0a3fc98e847a92b6782a025d43a3aba4cda0a4621dd95758


너무 쉬운 문제일 것 같음. 그렇지?  


정답은 당연히 "셋 다 고대의 문장이 맞음"인데 좀 오묘하다.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카오시움이 크툴루의 부름 라인에서 3번을 리디자인한 버전.

2.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30년대에 직접 고안한 원조.

3. 어거스트 덜레스가 고안한 버전.


그래서 카오시움의 영향을 받는 작품들은 대개 1번을 사용하고 있고, 그런 거 없이 그냥 아예 퍼블릭 도메인빨인

 = 러브크래프트 원전에 의존하는 작품들이 2번을 주로 사용함. 당연히 덜가놈 버전은 거의 안 씀. 이거 외에도

덜가놈 버전과 러브크래프트 버전을 짬뽕했던 린 카터 버전이 있지만 그것도 거의 안 쓰고. 여담으로 나는 저 1번

버전에 대해서 크툴루 신화의 흐름을 주도하던 존재가 러브크래프트 - 덜가놈 - 카오시움으로 변화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함.


문제 2


viewimage.php?id=39afc021&no=29bcc427bd8677a16fb3dab004c86b6fad513288d8b02352305832a72ded0a3fc98e847a92b6782a025d13a5f8a3cbab38aaa0e91309


이 문장은 어디가 출처인가?

1. 앰브로즈 비어스의 단편인 양치기 하이타(Haita the Shepherd)

2. 로버트 체임버스의 단편인 황색 문장(Yellow Sign)

3. 어거스트 덜레스의 단편인 박공창(The Gable Window)


미안. 정답은 셋 중에 없다. 왜냐면 이 문장은 아예 CoC 쪽 시나리오 제작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임 ㅋㅋㅋㅋㅋ  

시나리오 제목 부터가 "황색 문장을 본 적이 있나요" 뭐 그런 이름임. 원래의 황색 문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위의 문장도 사실 모 밴드가 사용하던 문장을 뜯어고쳤단 말이 있고.....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중시하고 그 후대의 작가 / 작품에 대해서 덜가놈이니

어쩌니 하며 "원리주의"적 성향을 가지는 것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거 같음. 이게 그러니까 그냥 멀리서 보면

"그대는 왜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가" 드립을 치기 딱 좋은데.... 좀 더 파다 보면 결국 원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묘한 문제가 곳곳에 산적함. 마치 쨍 라인마다 분명히 같은 사건인데 서로 딴 소리하는 그런 거 맞음.

근데, 여기는 이게 그 흐름을 "절대적으로" 통제하는 주체가 없다보니까 작가들이 크게 서로 신경도 안 쓰고

막 던져보던 수준이 안드로메다로 넘어가거든.... 예를 들어서 한 번 무 대륙의 운명에 대해 알아보자.  


무 대륙은 어떻게 됐을까? 

뭘 어떻게 돼. 당연히 망했지. 문제는 여기서 우리를 골때리게 하는 상황이 튀어나온다. 구체적인 '과정' 말이지. 

일단 무 대륙의 존재를 주장했던 처치워드는 무 대륙 지하의 가스층이 폭발했다고 했는데 크툴루 신화 쪽에서

나오는 해석들은 좀 많이 달라.


1. 이소그타를 깨우는 과정에서 날려먹었음.

린 카터의 "심연 속의 존재(The Thing in the Pit)에서는 당시 무 대륙에서 흥하던 과타노차 신앙에 핍박받던

타 종교 사제들이 자기네 신으로 린 카터의 신격체 3종 세트 중 하나인 이소그타(Ythogtha)를 깨워 사람들의

신앙심을 모으려 하다가 대륙 자체를 대격변에 몰아넣어서 망했다는 설정이 주요 내용으로 나옴.


2. 지구 환경이 싫었던 를로이고르들이 일종의 안드로메다포밍을 시도하다 아틀란티스하고 세트로 말아먹음.

콜린 윌슨의 "를로이고르의 귀환(The Return of the Lloigor)에서 나온 설정. 개인적으로 우리 투명도마뱀들이

처음 나온 거 말고는 다 마음에 안 드는 소설이야.   


3. 인간과 사인족의 혼종들 및 사인족들 등이 과타노차를 숭배하다가 도중에 이그한테 도발을 시전해서 망했음.

CoC의 괴작 서플먼트 "일본의 비밀들(Secret of Japan)"에서는 이랬다고 주장함. 다만 이건 진짜로 괴작이니

잊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음.


4. 엘더 씽들이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서 이차원에다 짬시켰음.

현재 카오시움이 두 머리 뱀(Two-Headed Serpent)에서 들고 나오는 최신 설정. 그래서 이 설정을 사용하는

서플먼트의 최종 결전은 그렇게 엘더 씽들이 짬시켰던 무 대륙의 사인족 근거지 시설에서 펼쳐짐.


그래서 대체 뭐가 맞는 거냐? 참고로 1번은 이소그타를 깨우려 한 놈이 직접 적은 텍스트 기반이라는 설정임.

그러니 쨍쟁이들이 거머리 / 댕댕이 / 마게 갖고서 설정의 정합성 따지는 거 만큼이나 저 위의 넷을 다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답을 내는 게 개떡같을 거임. 그리고 이런 문제는 거슬러 간다면 덜가놈부터 시작됨. 예를 들어

지구 생물의 근원은 엘더 씽의 과학 기술이냐 아니면 이새퀴들이 우보-사틀라의 살점을 얻어와서 만든 거냐

같은 사소한 거부터 시작한다면 말이지.


좀 더 깊게 들어가면 후대 작가들 작품에서는 아예 러브크래프트 본인이 당대 프로비던스의 캐듣보잡 작가로

언급되는 메타픽션 성향도 보이는데 그건 또 어떻게 봐야하지? 이걸 물고 늘어지면 너희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더 개판의 스멜이 느껴질 거 같으니까 이제 그만 생략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결국 이 모든 난장판을 극복할 방법은 적당히 설정을 취사선택하는 건데, 그렇게 되면 결국 거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뭔가 특이한 설정이 처음 등장한 작품들 몇 개로 압축될 거임. 그리고 그 대부분이 아마

러브크래프트의 원전이 될 거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크툴루 신화를 이해하려 하는 것은 결국 러브크래프트의

재미없고 필체 개떡같은 원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 원리주의자로 남게 되었음. 끝.


3줄 요약

크툴루 신화의 설정은 깊게 파고 들어갈수록 난장판임.

너무 난장판이라서 정합성을 찾으려 들면 이성이 까임.

그냥 러브크래프트의 원전에나 매달리는 게 낫다고 봄.    

추천 비추천

17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871 AD 뉴진스, 배틀그라운드로 데뷔 준비 완료! 운영자 24/06/21 - -
2874 AD 현물 경품 획득 기회! 아키에이지 지역 점령전 업데이트 운영자 24/06/20 - -
64780 일반 델타 그린 - 핸들러용 가이드(Handler's Guide) [7] 니컬(112.168) 17.11.01 863 12
64657 일반 슬슬 상황이 끝난 거 같으니 [5] 니컬(125.178) 17.10.31 419 0
64627 일반 델타 그린 - 불 꺼진 방에서 들리는 음악 [4] 니컬(125.178) 17.10.31 1291 10
64601 일반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2] 니컬(125.178) 17.10.31 551 11
64549 일반 이것은 착한 필터링일까? [37] 니컬(211.49) 17.10.30 1885 17
64502 일반 CoC - 시나리오 좀 더 살펴보기 [9] 니컬(211.49) 17.10.29 3059 16
64418 일반 블랙 핵 - 상태이상(Condition) [3] 니컬(211.49) 17.10.28 140 2
64376 일반 갑자기 궁금해지는 거 [5] 니컬(107.167) 17.10.28 264 10
64244 일반 태그 : 강철벽 [29] 니컬(114.200) 17.10.27 763 13
64136 일반 CoC - 조금 더 파고들기 [3] 니컬(114.200) 17.10.26 1317 12
64055 일반 CoC - 키퍼로 입문하기 [13] 니컬(114.200) 17.10.25 15839 18
64029 일반 CoC - 배경 지식 정리 [2] 니컬(114.200) 17.10.25 1206 12
64016 일반 오늘의 발굴 [11] 니컬(125.178) 17.10.25 720 11
63981 일반 개인적으로 턀갤에 가졌던 편견 [3] 니컬(112.168) 17.10.24 555 11
63883 일반 OSR - 다시 소개하는 불꽃공주의 애가 [3] 니컬(114.200) 17.10.24 746 8
일반 CoC - 이성을 깎는 혼란스러운 설정들 [4] 니컬(112.168) 17.10.23 1403 17
63702 일반 어둠으로 가는 문 근황 [4] 니컬(58.234) 17.10.23 2751 9
63689 일반 턀갤은 던월을 왜 그렇게 '혐오'하는 걸까? [6] 니컬(58.234) 17.10.23 782 13
63664 일반 오늘의 뻘글 [14] 니컬(112.168) 17.10.22 651 23
63634 일반 OSR - 다시 소개하는 카이가쿠(Kaigaku) [8] 니컬(183.100) 17.10.22 1068 13

게시물은 1만 개 단위로 검색됩니다.

갤러리 내부 검색
글쓴이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