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친위대 소속 수비군 생존자들을 이끌고 제2 방어선으로 철수했다. 

영웅적인 베네치아 공화국 역전의 용사들은 비잔티움 주둔군 기병들과 협력하여 투르크 기병을 잠시 동안 목책선 바깥으로 몰아내기까지 했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황제가 제2 방어선에 도착했다. 

공격군은 목책선을 완전히 돌파하여 이젠 요새 내부의 베네치아인 거류구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었다. 

비잔티움의 방어탑으로부터 더이상의 저항은 없었다. 

오랫동안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곳이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투르크인들이 너무도 쉽게 방어선을 드나들고 있었다. 

거류구 내를 누비는 투르크 기병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베네치아 거류민들 가운데 누구도 예상치 못 한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거류구를 떠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베네치아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투르크인들 만큼이나 집요했다. 

개중에는 식민지를 고향처럼 여기고 살아온 베네치아인들도 상당했다. 베네치아인들은 성채 위로 올라가 화살과 포를 쏘며 저항을 이어갔다. 

아직 모든 요새가 함락된 것은 아니었다.   

요새 외곽에서는 비잔티움 주둔군 또한 저항을 지속하고 있었다. 

거류구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졌다. 마주친 투르크 공격군을 제압한 베네치아인들은 주공이 펼쳐지는 중앙부를 향해 달려갔다. 

투르크 공성무기가 베네치아 성채를 에워싸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성채에 화염이 치솟고 있었다. 성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베네치아인들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방어선 바깥에서 저항을 이어가던 비잔티움 주둔군은 전멸했다. 

황제는 다음 계획을 세워야 했다. 제2 방어선에서 투르크와의 전투를 이어갈 것인지, 

그렇게 할 경우 저항을 지속하고 있는 베네치아 거류구의 동맹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항복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