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키 보면 작화붕괴가 이미 밈 수준을 넘어서 캐릭터의 아이덴티티 레벨로 자리잡았지.

나도 애니메이션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라 아키의 작붕에 대해 분노하지만

동시에 아키만 왜 이리 작붕이 많이 있는지 어느정도 이해는 한다.

보통 여캐의 눈이란건 그릴때 좀 크게 그리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저렇게 눈의 윗쪽과 아랫쪽의 선이 붙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음.

물론 실제로 눈이 떨어져있으면 괴물이 되니까 실제로는 눈동자색을 외곽선 없이 흰색으로 영역만 표시하는 수준으로 하는데

그림이란거에서 선을 그려두냐 아니냐는 단순히 형상을 갖추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인상을 크게 달라지게 함. 보통 선이 너무 들어가면 거친 느낌을 주지.

그래서 애니메이션에서 눈큰 귀여운 여캐 이런걸 그릴때는 실제 눈이 어떻게 생겼건 외곽선의 표기는 최소화하고 떨어트려 그리는 구석이 있음.

근데 아키는 그게 아님.

눈의 외곽선 전체가 다 이어진 작화인데다가 그 선도 매우 진함.

근데 사실 이런 작화 자체는 원래 유희왕 작가인 타카하시 카즈키의 그림체의 특징임.

유우기나 유세이같은 남캐들은 거의 90% 이상이 그러함. 주역급 애들중에서 저런 눈 형태가 아닌건 쥬다이정도?

여캐도 이미 이시즈 이슈타르나 메이 발렌타인같은 전례가 존재함.

그런데 아키의 경우에는 왜 얘네들과는 달리 작붕이 다발하느냐.

아키의 눈 형태 자체가 다른 캐릭터와는 달리

각진 형태가 아니라 둥근 형태이기 때문임.

더군다나 아키는 희,노,애,락 여러가지 감정표현이 매우 많은 캐릭터임.

시리즈가 변할수록 계속 다른사람 수준으로 사람이 변해서 그런지 몰라도

과묵하고,웃고,화내고,침울해하고,광기에 휩싸이고,슬퍼하고,그리워하는 등 오만 표정을 짓는데

이만큼 여러 다양한 표정과 감정 배리에이션이 있는 캐릭터는 유희왕 전체를 다뒤져봐도 의외로 매우 적음.

그러다보니 자연히 망가질 기회도 그만큼 많은 것.

그리고 또다른 문제는 눈의 '각도'임.

사람이 눈을 잘그리고 못그리고 이전에 각도가 어떤가, 기울어져 있는가 여부도 그 사람 인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아키의 경우에는 이게 너무 왔다갔다 하니까 작화가 잘 나와도 위화감이 들음.

사실 이장면은 얼굴이 작화가 잘뽑힌게 아니라 슴가가 작화가 잘뽑힌것.

보통 유우기나 유세이같은 각진 눈을 가진 애들은, 이미 눈 위쪽에 강하게 직선으로 경사와 각을 만들고,

이게 그림그릴때 일종의 지표가 되는 중심점이 되어줌.

왜 드래곤볼 그림 따라그려보면 일단 눈썹형태 그리고 그 아래에 눈 그리면 존나 쉽게 인상을 그릴수 있잖음? 그래서 자주 따라그리고.

실제로 드래곤볼 애니는 몸이나 비례 등에서 작붕은 많아도 적어도 눈이 처지는 작붕은 없다는걸 생각해보면 쉬울것.

그림그리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인상을 결정해주는 '중심점'의 존재여부는 난이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침. 특히 자기그림도 아니고 남의그림 그리는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그런데 아키는 눈이 각진 형태도 아닌 동글동글한 형태에, 그렇다고 저렇게 인상이 강렬한 캐릭터도 아니다보니 그 중심점이란걸 확보하기 어려움.

비유하자면 닻을 내려두지 않고 배를 세워둔거랑 똑같은 셈이지.

그렇다보니 결국 이리밀리고 저리밀리듯이 매번 눈 형태 자체가 왔다갔다하게 됨.

그러다보니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감이 잘 안잡히기도 함.

결국 윗짤처럼 비례 다망가지고 불쾌한 골짜기가 되는 사례가 다발함.

다른건 몰라도 좌측 위에서 2번, 우측 위에서 1번의 경우에는 결국 표현과 그림체의 충돌인데.

애니메이션체로 표현해야하는걸 실사체 표현하듯 표현기법을 썼기때문에 저렇게 비율도 표현도 다 박살나는 대참사가 벌어진 것.

예를들어 만약 제대로 애니메이션체로 표현했다면 좌상2번같은 경우에는 현 듀얼링크스 아키 패배표정이랑 비슷하게 그렸어야 했음.

보통 이렇게 작화표현을 감을 잡기 어려운 캐릭터의 경우 일부 표정들을 디자인과 함께 첨부해서 주는게 보통인데 한번 쓰고 말 표정들을 그렇게 다양하게 준비해서 넘겨줬을 리가..

타카하시 카즈키의 원화를 보면 대충 카즈키가 의도했던건 안즈랑 비슷한 형태의 페이스였던 걸로 보임.

그러면 적어도 저렇게 남캐랑 비슷한 눈에 각진게 둥근 형태의 눈이 아니라

안즈, 내지는 미래의 유즈즈랑 비슷한 형태의 눈으로 나왔어야 했던 걸로 보이는데.

애니메이션 원화팀에서 저런 형태로 원화를 고정시켜버린걸로 보임.

결국 눈이 붙어있음+여캐라서 눈도 크게해야함+원형이라서 각진 눈과는 달리 중심점을 찾기도 어려워서 망가지기 쉬움+캐릭터 자체가 표정이 다양함

이라는 4가지의 악재가 겹쳐서 지금처럼 작화붕괴가 다발하게 됨.

특히나 작화붕괴가 전설급으로 나오던 1~2기때에는 아직 동남아에 외주 주고 있을때니까 더 심하지.

물론 가끔 크리터지면 작화 잘뽑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오히려 이뻐지긴 했는데 다른 사람같아 보이는 경우도 있지.

여기서부턴 다시 눈썹과 눈의 위치라던가, 크기의 비율같은 '밸런스'가 다시 문제로 떠오름.

너무 작화가 불안정해서 작화붕괴가 다발하는 캐릭터다보니 생기는 부작용.

그래서 아키 작화가 잘 나오는 부분을 보면

보통 이렇게 감정표현의 연출로 아예 다른 형태의 눈이 되던가

아니면 대놓고 눈 위아래 붙이는거 포기하고 일반 여캐처럼 그렸을때 정도임.

결국 어느 형태로든 눈의 형태/눈의 각도 둘중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단 거지....

결국 이 작붕의 대행진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에만 그치지 않음.

애니메이션에서만 작붕이 일어난거면 단순히 애니메이션팀이 빡빡한 일정 소화한다고 얘만 날림으로 그렸다. 이렇게 말이 됨.

보통 반진담 반농담으로 오룡즈 제작진은 아키는 차별하고 루카만 빠는 로리콘놈들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말 애니만 작붕이었으면 이 말도 맞음.

그런데 아키는 이후 꽤 오랜 시간, 태그포스를 비롯한 다른 작품에서도 작화가 안정되지 못함.

눈 사이 간격을 제대로 잡지못해 개구리같은 얼굴이 된다던가, 눈이 너무 커진다던가, 눈썹과 눈의 밸런스가 개판이라던가,

눈 크기에 비해 눈동자 크기가 너무크다던가, 이마가 미친듯이 넓어진다던가.

얼굴 파츠의 '비율' 문제로 아키 작화 말아먹은 작품은 한 둘이 아님.

굳이 움직이는 동화도 아닌 게임 포트레이트조차도 이모양 이꼴이었단건 단순히 아키의 작화가 익숙해지기 어렵고 그 포인트를 잡기 어려운,

이른바 작화 자체가 작붕이 쉬운 캐릭터여서 그렇다는 말밖에 안되지.

결국 아키가 각지지 않은 원형 눈+눈 위아래 외곽선 붙어있음 이라는 본인 원래 작화의 조건을 만족하고도

이와중에 눈, 이마, 각도 등 얼굴 비율 제대로 맞춘 작화는 오룡즈 지나고 한참 시간이 흘러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지금 듀얼링크스 시대까지 와서야 겨우겨우 안정적으로 정착된 것.

당장 위의 태그포스랑 비교해보면 거의 입신양명 수준임. 태그포스 때는 미녀냐 추녀냐 이전에 그냥 얼굴 밸런스 자체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는데...

한줄요약:아키의 디자인 자체가 원래 작붕이 일어나기 쉬운 얼굴이다. 아무것도 모른채 디자인만 받고 하청받아 하는 애니메이터 입장에서는 정말 얼굴의 포인트를 잡기가 힘든 캐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