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할 수 있는 서울의 첫 경전철 도입 논의는 1990년 3월에 발표된 여의도 경전철 계획입니다.
이는 프랑스의 마트라 사의 민자 제안으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서, 서울시는 이를 향후 본격적인 경전철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90년 시점에서는 여의도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이외에 구체적인 노선안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편 당시에는 경전철이란 개념이 생소하였기 때문에 모노레일이라고 보도되었으나, 관련 기사를 보면 VAL 차량을 제안한 것으로 고무차륜 AGT입니다.
마트라 사가 제안한 노선은 대방역~당산역으로 아마 현재의 9호선과 유사한 경로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서울시는 가양동~여의도 노선을 제안했으나 마트라 사에서는 난색을 표명하였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가양지구에서 한강변을 따라 여의도, 반포를 거쳐 압구정동까지 잇는 강변노선을 민자를 유치해 경전철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라고 합니다.
(9호선이 경전철로 건설될뻔?!!)
결과적으로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마트라사의 제안은 국내에 경전철이란 개념을 처음 일깨워줘서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버스와 지하철의 중간 영역을 담당하는 경전철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한 교통부에서는 1992년 8월에 경전철 시범사업으로 고덕~하남, 사상~김해 두 구간을 선정해 추진하기로 합니다. 이 중에서 고덕~하남은 천호~하남으로 노선을 변경하여야 한다는 논란 끝에 현재 천호~하남 BRT와 5호선 하남 연장으로 분리되어 진행중이며, 사상~김해는 김해경전철로 개통하였습니다.
서울시 전역에 걸친 광범위한 경전철 계획은 3기지하철과 동시에 등장합니다.
1993년 12월, 3기지하철의 발표와 함께 서울 시내 경전철 100km 건설 계획이 발표됩니다. 이는 3기지하철도 지나가지 않는 소외지역을 커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시에도 3기지하철에서 제외된 지역 주민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방패막이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도 구 이름이 거론되는 등 대략적인 노선은 정해져 있었던듯 합니다만, 당시에는 구체적인 노선이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3기지하철에 발맞춘 서울 경전철 계획의 노선이 공개된 것은 1996년 경 초안이 공개된 '서울시 2011년 도시기본계획'을 통해서입니다. (경비행기 출퇴근과 4기 간선도시철도 계획이 나온 그 계획이 맞습니다...)


첫번째로 보이는 것은 관악구 순환 경전철입니다.
서부선과 신림선을 짬뽕해서 순환선으로 바꾼듯한 모양새인데요
경유지는 대방역-노량진역-노들역-숭실대입구역-서울대입구역-서울대-신림역-신대방삼거리역-보라매역-샛강역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로 보이는 것은 신도림-상암 경전철입니다.
이것은 도저히 현재 대응하는 노선이 없는데요, 북쪽 부분은 원종-홍대선과 유사합니다.
경유지는 DMC역-상암-가양역-등촌역-목동역-양천구청역-구로역-신도림역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번째로 보이는 것은 홍대-길음선으로, 나중에 홍제-길음으로 단축되다가 최근 계획에선 제외되버리는 신세가 된 그 계획입니다.
지도상으로는 연희교차로 정도에서 끊기는 것 같이 보이나, 제대로 노선 구실을 하려면 홍대입구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유지는 홍대입구역-연희동-홍제역-평창동-국민대-길음역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네번째로 보이는 것은 우이신설선입니다.
현재 건설된 우이신설선과는 조금 차이가 보이는데요,
일단 남측 종점이 신설동에서 조금 연장되어 10호선 황학역과 환승되는 것 같으며,
삼양-솔샘-북한산보국문-정릉-성신여대입구-보문간 노선이 지금과 완전히 달리
성신여대입구-길음-삼양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쪽으로는 가오리-419민주묘지-솔밭공원-북한산우이 구간이 없고, 현재 우이신설선 방학연장 계획과는 다른 경로로
가오리-숭미초교-신동아아파트교차로-방학사거리 (방학역 막장환승)-온수골사거리 (마들역 막장환승)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 노선의 존재는 12호선에 우이지선 계획이 있었다는 속설을 완전히 반박합니다. 도시계획에 우이지선이 표시되어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이지선이 있었다면 이런 중복계획이 수립될리 없었을테니 말이죠.
다섯번째로 보이는 것은 수유-군자 라인입니다. 이 역시 현재는 대응하는 노선이 없는데요
경유지는 광산사거리-수유역-장위사거리 (돌곶이역 막장환승)-신이문역-중랑천변-장안동삼거리-장안동사거리-장한평역 정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악명높은(?) 강남순환선이 보입니다.
경로는 압구정역-압구정로데오역-청담역(영동대로)-봉은사역-삼성역-학여울역-대모산입구역-구룡마을-양재전화국교차로(매봉역 막장환승)-역삼역-언주역-학동역-압구정역 순환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나중에 3기지하철 및 관련 계획이 무산되고 나서도 강남구에서 추진을 고집한 강남순환 모노레일 계획의 원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으로 철갤 어그로글에 나오는 노선과 몹시 흡사합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rain&no=979011
이 서울 3기 경전철 계획은 3기 지하철 계획과 거의 동시에 수립되었으나, 시행 시기는 3기지하철 직후로 잡혀있었습니다. 그러나 imf로 인해 3기지하철이 좌초되면서 경전철 계획도 기약이 없게 되버렸지요. 그래도 궤도교통을 만든다면 딱히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 2007년 서울경전철 계획으로 사망한 3기지하철 친구들과 함께 부활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억되면서 종종 회자되는 3기지하철 계획과 달리 이 '3기 경전철' 계획의 존재는 거의 잊혀져버렸죠.
이 서울 3기 경전철 계획 외에도 자치구에서 추진하던 경전철 계획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것은 여의도 모노레일입니다.
1990년 서울시 차원의 계획이 나가리된 이후에도 영등포구는 미련을 못버렸는지 지속적으로 여의도 모노레일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1993년에는 '영등포구도시기본계획안'에서 신도림-여의도순환 노선을 추진하였으며, 1994년 구로구 도시기본계획에서는 구로-신도림-영등포-여의도 노선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는 서울시의 관심을 끌었는지 서울시에서 '에어버스' 계획을 내놓습니다.
에어버스란 현수식 모노레일을 말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현수식 모노레일을 그렇게 불렀었나봅니다.
이 계획은 3기 경전철 계획과는 별도로 취급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권역 내 순환 및 보조간선 역할을 하며 지하철의 1/3~2/3의 예산이 소요되는 경전철과 달리,
에어버스는 지구 내 순환 역할을 하며 지하철의 1/6 가량의 예산이 소요되는 훨씬 소규모의 시스템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런 목적의 시스템을 미국에선 경전철급인 AGT와 구별화여 APM(Automated People Mover) 또는 People Mover라고 부르지요.

(여의도 모노레일과는 무관한 사진)
딱 봐도 저렴한 경량의 지구 내 교통수단입니다...

여의도 에어버스의 노선은 대방역-여의교-성모병원-63빌딩-여의도중고교-제2증권단지-여의도종합상가-KBS별관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imf를 겪으면서 여의도 순환 경전철 계획류는 다시는 등장하지 않았으며, 지구 내를 순환하는 APM형 소형 경전철 계획은 DMC 모노레일이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DMC 모노레일도 사실상 무산된 상태이지요.
또한 언급할만한 경전철 계획으로는 양천구 경전철 계획이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목동 중심축 내외부 순환 14.6km, 화곡역~남부순환도로~목동역 6km, 부평 인터체인지~목동역 11.7km, 부천신시가지~서부트럭터미널 4km 등 무려 36.3km 연장의 계획을 세웠으나, 이미 자체적인 경전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부천시 및 막대한 재정부담을 우려한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강남 '스카이 카' 또는 고가열차 계획이 있습니다.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97년에 강남순환 '스카이카'란 이름으로서, 당시엔 3기지하철 및 경전철 계획이 살아있던 시절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도시철도가 아니라 강남 업무지구 순환형 APM으로 계획되었습니다.
1997년 계획에 따르면 4~10인승으로 지하철의 1/5의 건설비가 소요된다고 하니 PRT 수준의 확연히 작은 계획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98년 4월 기사에 따르면 계획의 스케일이 커진 것 같습니다.

1998년의 강남순환 고가열차 계획에 따르면 차종이 모노레일 또는 자기부상열차로 PRT급이 아닌 일반적인 경전철 수준으로 상향되었으며, 노선은 코엑스-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순환 - 삼성역 - 학여울역 - 도곡역으로 차량이 커지기는 했지만 이 때 까지는 건물 안으로 열차가 들어가고, 컨벤션센터간을 순환하는 등 APM적 요소가 짙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1998년 말에 3기 지하철이 날아가면서 강남구의 도시철도 계획들도 무산되자 스케일이 커져 도시철도급 강남 모노레일 계획이 된 것이죠.
이 외에도 3기 지하철과 연계되어 종점부터 위성도시간을 연결하는 광역경전철 계획 등 주옥같은 계획이 많았으나 다음 편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영역
획득법
① NFT 발행
작성한 게시물을 NFT로 발행하면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
② NFT 구매
다른 이용자의 NFT를 구매하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매 시마다 갱신)
사용법
디시콘에서지갑연결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