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근에 좀비가 나타난지 얼마되지 않아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청와대에서 헬기를 타고 세종시로 이동하였습니다. 대통령은 서울 사수의 의지를 보였으나 참모들의 설득에 끌려가듯 세종시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대통령이 탈출한 이후 군은 서울을 포위하고 좀비 소탕 작전에 돌입하였습니다. 7군단과 1군단 예하 기계화사단을 중심으로 벌어진 소탕 작전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주한 미군도 곧 락다운을 해제하고 한국군과 연합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세이프 라인으로 하여 진행된 작전에서 군은 서울을 빠르게 탈환하고, 서울 중심에 고립된 수방사 병력들과 시민들을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들이 좀비로 오인되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습니다. 

지방에서의 소탕 작전도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군경 합동작전으로 좀비들을 소탕하였고 전국의 인구밀집 지역에서의 좀비들은 대부분 사살되었습니다. 하지만 오인 사격으로 인한 희생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태스크 포스팀은 행동지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였고 많은 감염의심 증세 시민들이 병원이나 격리 시설에 수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를 찾을 때까지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 정확히는 좀비가 되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민들은 때아닌 비극에 슬퍼했고, 국민들을 버리고 후방으로 도주한 대통령을 이승만에 빗대어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부에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많은 비극적인 사연들이 언론을 타고 대한민국을 울렸습니다. 취임 초기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대통령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고 하야하겠다는 대통령을 말리느라 참모들은 진땀을 뺐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선단은 해군의 경고사격 이후 벌어진 짧은 교전 끝에 모두 북으로 돌아갔습니다. 격침된 북한 고속정에서 생존해 구출된 북한 병사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들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2천만명에 달하는 북한의 주민들이 고작 그 정도만 남았을 리가 없지만, 적어도 북한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평양 시내에는 현재 건물에서 농성하는 북한군 일부와 좀비가 되어버린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길거리를 떠도는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사태의 진원지인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중국의 주요 도시가 중국 자신들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남아있던 주요 도시들도 중국 대륙의 좀비가 자국 국경을 침범할 것을 우려한 러시아가 발사한 핵미사일에 의해 모두 파괴되었으므로 그 실상을 알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방사능으로 뒤덮인 대륙에서 나오는 것은 소름끼치도록 조용한 침묵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