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그림에 재능이 있으신 분들은 그림을 그려서 덕질을 하고,
글 쓰는 것에 재능이 있으신 분들은 문학을 쓰며 덕질을 하고,
음악에 재능이 있으신 분들은 악기를 연주하시거나 미디를 찍으시면서 덕질을 하는 것들을 지켜 보며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가지고 덕질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생각 했던 것이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본업과 덕질을 결합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여 저 스스로는 정말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용기내어 대관총대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여 이렇게 일을 벌리게 되었네요.
멀티플렉스 대관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대관을 진행하려면 블루레이 대관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에서는 블루레이 대관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방법을 찾은 것이 상영장비(영상/음향 등)을 갖춘 공연장을 대관하여 대관행사를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멀티플렉스 대관의 경우 대금 결제하고 무슨 영화 틀지만 알려주면 나머지는 대관처측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 반면,
공연장 대관의 경우 특정한 경우 개인 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로만 대관이 가능하며,
완전 맨 바닥에서부터 모든것을 계획하고, 이에 대한 보고를 관측에 올리고 대관처 측에서 최종 심의하여 승인을 해 주어야지만 대관이 가능하더라구요.
또한, 적합한 공연장 선정을 하는 것 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납득할 만한 대관료를 책정하고 있는 공연장 중 영화 상영에 적합한 영상/음향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위 짤과 같이 공연장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 및 제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비공식 채널을 총 동원해서 수도권 소재 공연장을 서치해 보니,
음향장비가 괜찮으면 영사장비가 폭망이고,
영사장비가 괜찮으면 음향장비가 폭망인 경우가 비일비재 하더군요.
그렇게 서치에 서치를 거듭한 결과 합의점을 찾았던 것이
이번 오류아트홀이었습니다.
이번 대관의 경우
1. 대관 신청서 작성
2. 행사 계획서 작성
3. 우한폐렴 방역 및 대응계획 보고서 작성
4. 행사 진행간 무대 작업자 임명 및 작업 계획 보고서 작성
5. 출연자 및 스탭 전 인원 무대안전교육 수강 및 수료증 발급
6. 조명 감독 섭외 및 장비 운용 계획서 작성
7. 음향 감독 섭외 및 장비 운용 계획서 작성
8. 무대 감독 임명 및 행사 진행간 무대 안전 요원 임명 및 인적사항 보고
9. 티켓 박스 운영 계획서 작성 및 보고
10. 홍보물(가로등 배너, 포토월 등) 사용 계획서 작성 및 보고
11. 작업자 작업 스케줄 작성 및 보고
12. 좌석 판매 계획서 작성
13. 극장측 음향/조명 감독과 테크니컬 오프라인 미팅 진행 및 장비 운영계획 협의
14. 겨울왕국 갤러리 법인 고유번호증 송부
당장 제 노트북에 담겨 있는 프탄절 대관 폴더를 열어보니
저 짓거리를 했었더라구요.
관급 공연장 대관의 경우 요구하는 것이 많고 절차가 상당히 복잡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저 짓거리를 해보니 참 골 때리더라구요.
특히나, 아래 짤과 같이 조명감독 / 음향감독 / 무대감독 등의 전문인력을 선임해야하는 소요도 있었구요..
특히,
위와 같은 규정으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긴 하지만 무대안전교육을 대관스탭 및 출연자 전원이 수료해야 하는 소요도 있었습니다.
참고로, 무대안전교육의 경우 4년전 2018년도에 모 공연장에서 작업자 낙사 사고가 있었던 이후 강화된 것으로 우한폐렴 시국과는 무관하며, 공연장 대관시 필수적으로 무대안전교육 수료를 요구하게 되어 있으니 향후 공연장 대관을 진행하실 총대님들께서는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징글징글했습니다.
그리고 특이사항으로 이번 대관은
겨울왕국 갤러리 법인 명의로 대관을 진행했었습니다.
덕분에 많은 행정적 소요를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관을 계획하기 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어느 프붕님이 겨울왕국 갤러리 비영리 법인을 만들었다고 게시글을 올렸던 것이 기억이 나
어렵게 컨택하여 아래와 같은 고유번호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흔쾌히 겨울왕국 갤러리 법인 명의를 차용할 수 있게 해 주신 법인대표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려드립니다.
지난번 진행했던 AGAIN 0711 부산대관에서는 제 앞가림 하기에 바빠 상영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신경을 쓰지 못했었는데
그거 한번 해 봤다고 이번엔 여유가 좀 생겼는지 이번에는 색다른 이벤트를 해 보고자 포토월과 가로등 배너를 부착해 보았습니다.
이후 대관 끝나고 가로등 배너 철수를 부탁드렸던 스탭분께 제 개인 공구를 빌려드렸었는데, 돌려받을 때 보니 공구가 아주 차갑게 얼어 있더라구요.
이 추운 날씨에 장갑도 없이 덜덜 떠시면서 묵묵히 할일 해 주신 스탭분들께 정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려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대관에서 저는 위 짤과 같이 장비만 챙겨가고 음향 오퍼레이팅이랑 관내 튜닝은
따로 제가 페이 챙겨드리면서 모셔온 외부 음향감독님 두분께 다 던져버릴려고 했었는데
감독님들이 하시는 말씀으로는
"2부 라이브드로잉 쇼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데"
"1부 영화상영은 우리가 손 못대"
"대사 다 외우는 미1친새끼가 1부는 직접해야지"
"니가 연출하고자 하는 소리가 있을텐데 튜닝도 니가 직접하는게 맞다"
"만약에 우리가 손 댔는데 니 마음에 안들면 우리보고 개지랄할거잖아"
야발 틀린말이 아니라서 반박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했습니다.
돈주고 부른 만큼 1부 영화상영까지 외부 음향감독한테 용역주려 그랬는데 실패했네요.
아쉽습니다.
장비 셋업 철수랑 2부 음향 오퍼레이팅만 존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주시더군요.
그래도 이 분들이 없었더라면 이번 프탄절 대관은 진행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빠른시일 내에 지인 음향감독님들을 입덕시켜 공짜 인력으로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만
이 분들이 저를 대사 다 외우는 미친놈으로만 보고 계시는지라 아직은 갈길이 요원해 보입니다.
블루레이 파일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7.1 오디오 소스를 전부 분리하여 (L / C / R / rL / rR / sL / sR / LFE)
장면의 분위기 및 상황에 따라서 적절히 믹스했었는데, 괜찮게 들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프2 댐폭파 장면 때 영혼을 갈아넣었는데 역시 괜찮게 들어주셨는지 모르겠네요.
어느 분께서 보컬이 두드러져 들렸다라는 피드백을 해 주셨던 것 같은데, 의도한거 맞습니다.
다음 대관 때는 이런 피드백들 잘 귀담아 두었다가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대관 때 개인적으로 정말 두근두근 했습니다.
[두근두근]
이왜진?
평소 애플워치에서 심박수 경고를 본 적이 없는데
유난히 대관날 심박수 경고가 몇번이나 저렇게 뜨더라구요.
간만의 정령님 여왕님 영접이라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었나 봅니다.
대관이 끝난지 24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는 눈을 감으면
프붕이들이 폰에 눈박고 갤질하는 고요한 오류아트홀 로비가,
하우스 오픈 전 출입구에서 아스라이 들리는 분주한 소리가,
상영시작 5분전 안내멘트가,
프2 댐 폭파 장면 때 눈깜빡도 하지 않고 집중하던 것이,
상영 종료 후 객석등이 켜지면서 들리는 미세한 조명소리가,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 불꺼진 극장을 방역하는 소리가,
귓가에 눈가에 아른거립니다.
지독한 대관뽕이라는 것이 이런것인가 싶습니다.
대관이라는 것이 총대 혼자 원맨쇼 한다고 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대관이라는 것은 프붕이들이 와서 빛내주어야지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진심입니다.
다음은 어디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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