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갤에서 훈련소 관련해서 질문이 꽤나 많은 것 같아 오늘 수료한 사람으로써 글 좀 써내려가보려 합니다.

저는 8월28일부터 오늘까지 39사단에서 3주간 훈련을 받았고 일정이나 느꼈던 것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지루할 수 있으니 정보가 필요 없으신 분들은 뒤로 가셔도 좋습니다.

육군훈련소는 가보질 않아서 제가 받았던 훈련이나 음식, 환경이랑은 상이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혹시라도 글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중요한 부분들은 빨간색으로 칠해놓겠습니다

1. 챙겨야 할 것

캐리어 (좀 많이 큰거)

썬크림

로션

두루마리 휴지 1~2개 (나눠주긴 하는데 화장실 좀 많이 가는 사람들은 부족해보였음)

무릎 팔꿈치 보호대

부드러운 깔창

샴푸(올인원일수록 좋음)

바디워시

그 외에 나눠주는 물품들

손톱깎이

발톱깎이

면도기

비누

두루마리 휴지 2개

각티슈 1개

비타민 1통

후시덴이나 파스

모기 퇴치제

이정도?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저는 딱 저정도 챙겨갔었고, 솔직히 저정도만 챙겨도 충분하다 느꼈습니다. 다른거 더 챙겨가고 싶으신 분들은 챙겨가도 됩니다만 캐리어랑 보호대는 꼭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특히 캐리어를 안들고 오는 사람이 꽤 보였는데, 이번에 가고 나서 느꼈습니다 아 이래서 캐리어 큰거 들고 오라고 하는거구나... 여러분들이 사회에서 입은 옷도 캐리어 안에 들어가야하고, 그 외에 군대에서 받은 물품들이나 신발 등등도 챙겨야해서 가능한 큰 캐리어가 좋습니다.

그리고 보호대도 부대에서 각개전투 하기 전에 나눠주긴 하는데, 그리 좋지 않아요. 안에 한번 더 보호해줄 수 있는 부드러운 보호대가 있음 좋겠다 싶었습니다.

썬크림도 개인적으로 꼭 필요한 물품이라 생각했습니다.

2. 1~3주차 일정

아마 이게 궁금하신 분들이 가장 많을 듯 한데

1주차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 진짜 별거 없습니다. 그냥 제식 훈련이나 군대 기본 사항, 군가 같은거 알려주는게 전부입니다. 근데 제식이 마냥 만만하진 않아요. 힘들진 않지만 여러분들이 아마 가장 많이 혼나는 부분이 바로 이 제식일겁니다.

대부분이 CBT영상 보고 생활관에서 따라해보고 강의장에서 따라해보고 하는겁니다.

1주차 2일차인가 3일차부터 체력단련, 즉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뜀걸음을 원래는 했어야 하는걸로 아는데, 운이 좋게도 제가 훈련 받던 1주차에는 비가 계속 내려서 뜀걸음이 불가능했습니다. 덕분에 1주차는 진짜 편하게 보냈네요.

2주차가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간입니다.

정확히 

1일차 - 사격 자세 연습

2일차 - 영점사격

3일차 - 기초사격

4일차 - 화생방

5일차 - 수류탄

순서로 진행됐었습니다.

미리 말하자면 39사단에 가게 될 분들은 정말 축복인게, 사격 훈련장이 생활관에서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진짜 가까워요. 육훈은 1시간도 걸린다던데 진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일차 사격 자세 연습이 생각보다 꽤 빡셉니다. 서서쏴는 문제가 크게 없는데 아마 총을 처음 들게 되면 팔이 조금 후들거릴 수 있고, 엎드려쏴와 일어서 입사호쏴를 연습하는건 꽤 힘들겁니다 특히 허리나 무릎, 혹은 살집이 있으신 분들은 조금 힘들거에요. 그래도 그 다음으로 힘들어 보이던 무릎쏴 같은건 안합니다. 

2일차 영점사격을 하게 될텐데, 사격 훈련장에 영점 사격을 할 수 있는 사로가 있고, 그 딱 중간에 부스 같은데서 중대장님이 절차를 진행하실겁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크게 문제 없겠지만 내가 좀 띨빡하다, 내가 좀 어리버리하다 하는 분들은 정신 꼭 차리셔야합니다.

사로 안에 들어가서 사수 소총 들고 입사호 안으로 - 사수 소총 들어 - 탄알집 인계 - 좌탄창 확인 - 탄알집 장전 대충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행동을 가르쳐주면 그거 복명복창하면서 그대로 따라해야하는데 조금이라도 어리버리하면 욕 엄청 먹을거고, 같이 사격하는 옆 사람들한테도 민폐입니다.

소대장 훈련병들이랑 조교, 교관이 옆에서 도와주겠지만, 그래도 정신 잘 차리셔야합니다.

10발 중 5발인가 6발 맞추면 괜찮았던 것 같고, 크리크 조절을 얼마나 잘하냐가 관건이었습니다.

3일차 기초사격은 영점사격 해봤으면 크게 어려울 것 없을겁니다

4일차에 화생방을 했었는데, 지극히 개인적으로 화생방 자체는 그리 힘들지 않았습니다. 현역보다 약한 강도로 진행되는걸로 알고, 입으로 허어업! 하면서 숨 들이키는게 아닌 이상 숨 참거나, 숨을 쉬어도 코로 조심스레 쉬면 나름 참을만 했습니다.

교장도 가까이 있어서 힘들지 않아요

어려웠던건 방독면 착용하고 벗는 것. 이게 더 힘듭니다.

그리고 아마 이때 복지부동 자세를 배울텐데 솔직히 이게 더 힘듭니다 화생방보다.

근데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고 생활관 2개씩 들어갔던 것 같은데 옆생활관 훈련병은 죽으려고 하더라고요 막 화생방실에서 힘들다고 나가려고하고.

개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5일차 수류탄 훈련이 있는데, 이것도 사격훈련 만큼이나 엄격하고 조금 무겁게 진행됩니다. 훈련용 안전한 수류탄을 사용하긴했지만, 실제 수류탄이라면?이란 경각심을 가지고 위험성이 있다 판단하고 훈련하거든요.

사실 크게 어려운건 없습니다. 생각보다 잘 안던져지니까 본인이 어깨 힘이 좋다하면 가능한 힘껏 던지세요. 코앞에 던지는것보다 멀리 던지는게 차라리 더 낫습니다. 훈련 자체는 크게 힘들건 없었어요.

힘든건 수류탄 훈련장까지 가는 과정이었지...육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39사단은 올라가는 길이 꽤나 가파른 언덕이었기 때문에 조금 힘들었습니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하더라구요.

그 사이사이에 CBT도 듣고, 제식 훈련도 계속 하게 될겁니다. 뜀걸음 질문이 많던데 저는 2주차까지 아침 뜀걸음을 했던 기억은 없고, 뜀걸음 대신 잡초 한번 뽑고 2주차 수요일 지나서는 타바타라고 부대 내 홈트 느낌의 운동을 했는데 이건 진짜 재밌었습니다 ㅋㅋ 힘든데 재밌어요 소대장님이 파이팅이 넘치셔서 더 재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3주차

수료 주죠.

1일차 - 각개전투

2일차 - 각개전투, 밤에 야간 행군

3일차 - 거의 하루종일 개인정비

4일차 - 집에 갈 준비와 수료식 제식 준비

5일차 - 수료

이렇게 진행됐는데

1일차 다른 훈련소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39사단은 각개전투가 보충역들한테 조금 힘들다고 판단을 했는지, 각개전투를 2개로 나눠 수색정찰/경계, 목진지 전투로 진행했습니다.

이마저도 몸이 아픈 인원들은 따라만 다녀도 훈련한걸로 인정해주는 참관이라는 제도가 있었는데 사실 이거 할바에 그냥 참여하는게 훨 낫습니다 말이 좋아 참관이지 몸 엎드리고 하는거 빼면 참여나 참관이나 크게 다를게 없어요..

이것도 교장이 가까이 있어서 괜찮은데 운이 안좋으면 수류탄 훈련장을 갈때 넘었던 그 언덕을 넘어야하고, 그게 아니어도 조금 가파르고 높은 계단을 타야해서 힘 좀 빠질겁니다.

수색정찰/경계는 꽤 재밌어요. 살짝 힘들긴한데 그래도 나름 재밌고 팀워크도 느낄 수 있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내가 몸이 5급과 4급 왔다갔다 하는 놈이다 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몸에 무리 절대 안가니까 열외 할 생각 안해도 됩니다. 하는걸 추천드립니다.

2일차 목진지는 조금 힘들었어요. 목진지 자체가 힘들진 않은데 목진지를 설치해야하는 곳이 말그대로 산입니다. 길도 없고, 발 조금 삐끗하면 굴러 떨어질 수 있겠다 싶은 곳. 가는게 힘들어요

그리고 이거 갔다오면 점심먹고 개인정비 했다가 밤에 야간행군 갑니다. 그 전에 단독군장, 차등제, 완전군장을 할 인원을 따로 뽑는데 BMI 35 넘거나 내성발톱 있는 사람은 무조건 차등제였습니다. 그 외에 몸 좀 불편하면 단독, 가능하면 완전군장.

사실 완전군장 하겠다는 사람들한테도 오히려 단독 하는게 낫지 않겠냐고 권장하는 분위기였어요.

저는 완전군장 했는데, 힘든만큼 보람차고 좋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걸을만해요. 힘들긴 합니다.

단독군장은 방탄조끼에 헬멧, 총기와 방독면 포켓만 착용하고 가는거고 차등제는 복장은 단독군장과 동일한데 차등제는 연병장 계속 빙빙 도는 것 같더라구요.

저희의 경우 야간행군 코스가 오르막길이 거의 없어서 진짜 최소한 단독군장이라도 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정말 그리 안힘들어요. 몸 정말 안좋다하시면 말씀 드리고 차등제 가시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만요.

그 후론 별다를거 없이 그냥 개인정비 하고 수료식 연습하다가 수료하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3. 열외/차등제 분위기는 어떠냐?

이것도 궁금한 분들이 많을텐데 일단 중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는 3중대였는데 3중대의 경우 아파보이는 인원들은 어지간하면 조금 배려를 해주긴 했지만 열외를 쉽게 해주진 않았습니다. 시작부터 포기하지말고 일단 시작이라도 해봐라라는 분위기여서 다들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몸 정말 안좋거나 그 훈련과 부적합하다 싶은 경우엔 열외 시키고 열외자/보충교육을 받게 했어요.

근데 정말정말 솔직히 제 주관적인 느낌을 얘기하자면 진짜 몸이 5급급이 아닌 이상 열외 헤야할 정도로 힘들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39사단의 경우 각개전투 훈련을 보충역에 맞게 새로 재편성해서 조금 더 난이도를 쉽게 해줬고, 행군도 대부분 코스가 평지였고 오르막도 평지와 오르막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오르막이었으며, 훈련장들도 수류탄 훈련장 빼면 다 가까이에 있어서 난이도 부터 이미 많이 낮습니다.
부대마다, 중대마다 상이할 수 있습니다.

4. 밥/부식은 어떰?

풀무원 조리사 분들이 오셔서 해주시기 때문에, 밥은 확실히 맛있었습니다. 주말엔 브런치데이라 해서 라멘이나 그런것들도 나오는 것 같은데 꽤 맛있습니다.

아무래도 취사병이 요리해주는 다른 훈련소보다 확실히 밥은 맛있어요.

일요일엔 라면데이라 해서 라면도 나눠줘서 점심에 같이 먹게 해줍니다.

부식도 계속 나눠줍니다 빈츠, 빈츠 비슷한 가나 초콜릿, 제로 콜라나 그냥 콜라 등등

이것도 좋았습니다

5. 개인적인 느낌

할만합니다. 한번쯤 갔다 와볼만해요. 근데 딱 거기까지 ㅋㅋ 한번쯤 갔다 와볼법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래도 주말에 폰 사용할 수 있었고, 소대장님들이나 조교, 즉 분대장님들도 한 두사람 빼고 좋은 분들이라 나름 재밌었습니다. 중대장님도 보충역에 맞춰 가볍게, 재밌게 넉살좋게 행동하려고 해주셨고 수류탄이나 사격훈련때 좀 호통 많이 치시고 엄격하긴 했는데 그건 위험한 훈련인만큼 어쩔 수 없었다 생각합니다.

주말에 폰 사용 1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어요.

불침번이 적응이 안돼서 좀 짜증났고, 실제로도 불침번이 많이 거슬리고 별로일겁니다.

어디까지나 39사단에서 수료한 제 개인적인 후기로 앞서 말했듯 부대마다, 중대마다 상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막 엄청 벗어나지는 않을거라 생각해요.

39사단에 가게 되는 분들이 계시다면 개인적으로 39사단 꽤 좋았습니다. 훈련장 가까운것도 좋았고 밥도 맘에 들었고 훈련 강도 자체도 그리 빡세지 않고 부식도 잘 나눠주고 사람들도 괜찮고 화장실도 나름 비데 설치 다 돼있어서 괜찮고.

무엇보다 소대장님들이 되게 좋았음 ㅋㅋ 다 멋있고 진짜 참군인답고 장난칠땐 쳐주고 풀어줄땐 풀어주고

분대장님들도 한 두명 뺴고 다 좋았고

더 궁금한거 있으면 댓글 달아주시면 시간 날때마다 답글 달아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