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오고 처음 간 오프

이렇게 여유있게 공연을 보러갈 수 있다니...

우리 케이 연기도 노래도 진짜 정말정말 잘한다 ㅎㅎ

아래는 작품에 대한 후기. 스포 있음

•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웅장한 소품
• 반복되는 가사가 특징
• 상징성으로 가득한 안무와 넘버로 극이 진행

변화하는 파리에 대한 이야기.

각 계층의 남자들이 파리에 흘러들어온 집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에스메랄다의 춤과 노래는 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천성이 어떻든 간에-종교인으로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을 ‘프롤로’는 에스메랄다를 보고 그의 욕망을 숨기지 못한다.

콰지모도를 시켜 그녀를 납치하려 들거나, 페뷔스를 칼로 찌르고, 그 죄를 에스메랄다에 덮어씌우기까지 한다. 신의 자식이어야 할 프롤로 역시 그저 한 명의 사람일 뿐이다. 에스메랄다를 만나고 변화한 자신의 모습과 2부 시작 넘버 '피렌체'를 보면 그는 종교의 시대가 끝나감을 알아챈다. 종국엔 콰지모도에 의해 높은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죽는데 높은 권위를 가진 종교인의 사망 방식으로는 꽤나 상징적이다.

'페뷔스'는 귀족, 그중에서도 기사다.

페뷔스에게는 '플뢰르(케이♥)'라는 약혼녀가 있다. 플뢰르는 백합이라는 뜻을 가지는데, 백합은 또 프랑스 왕실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페뷔스와 플뢰르의 약혼은 프랑스 왕실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그런 페뷔스마저도 에스메랄다에 마음이 흔들린다. 페뷔스는 둘 사이에서 고뇌하면서도-이때 넘버 '괴로워'의 연출이 멋지다-꽤나 적극적으로 에스메랄다에 구애한다. 결국 에스메랄다의 마음을 얻지만 이게 화근이 되어 프롤로로부터 칼침을 맞는다.

이를 기점으로 전후 사정을 알게 된 플뢰르로 부터 선택을 강요당하고 에스메랄다의 처형과 집시들의 추방을 직접 행함으로 플뢰르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 귀족이란 결국 그 권력을 보증해 주는 왕가가 있어야 한다. -백성이 보증해 주는 게 이상적인 국가일 테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사회는 아니니까-

콰지모도는 평민, 개중에서도 천민에 가까운 사람이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프롤로에게 거두어졌고, 길러졌고, 직업을 받고, 음식과 잘 곳을 받았다. 그는 프롤로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그 개인의 것은 어떠한 것도 없다.

노동과 프롤로의 명령으로만 가득 찬 그에게 에스메랄다가 온정을 베풀어준다. 에스메랄다의 온정은 콰지모도가 받은 첫 온정이었다.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는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와 집시. 가장 가까워 보이는 신분이지만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품기에는 요원하다. 콰지모도는 추한 외모를 지녔고, 프롤로에게 종속되어 있다. 또 에스메랄다는 그만 좋아하는 게 아니지 않나. 콰지모도는 페뷔스를 찾는 에스메랄다에 비관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게 최선을 다한다.

에스메랄다의 죽음에 가장 슬퍼하는 것도 그인데, 프롤로에게는 신이, 페뷔스에게는 왕실이라는 돌아갈 곳이 있지만, 콰지모도 그 자신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비뚤어진 관계로나마 이어져있던 프롤로는 그가 직접 죽였다.

에스메랄다는 춤과 노래, 넓게는 문화와 예술, 더 넓게는 자유를 상징하지 않나.

억압된 삶을 살던 종교인이 자유를 맛보고 변하고, 외적으로도 종교의 권위가 많이 추락한다.

문화와 예술을 성장에 귀족의 돈과 관심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음을 생각하면, 에스메랄다가 페뷔스를 선택하고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에 대한 구애에 적극적인 것이 또 들어맞는다.

평민들의 일의 고됨을 잊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춤과 노래인데, 이것이 -평소에도 자신들의 고혈을 빨아먹던-종교인과 귀족의 합작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니 분노와 슬픔이 어지간할까.

그 분노와 슬픔이 결국 당장에는 프롤로를 계단에서 밀치는 결과를 만들었고, 추후에는 혁명이 일어나는 그런 새로운 시대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

결국 문화와 예술, 자유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런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