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스킹크가 리자드맨 사회에서 대부분 3d업종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순 있긴 한데 그건 사실 스킹크말고는 그런걸 할 계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함.

애초에 리자드맨들이란게 인간이나 엘프처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올라운드 캐릭터로 창조된 게 아니라 일개미 병정개미 여왕개미 나뉘듯 자기 목적을 위해서만 창조된 종족인지라 사우루스들이 스킹크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음. 할 줄 모르니까.

스킹크 다음으로 숫자가 많은 사우루스 같은 경우를 보면, 예들은 감정을 지닌 생물체라기보단 일종의 전투병기임.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 전술이나 전략이나 무기 다루는 법, 적들의 약점 정도고 자의식도 상당히 희박함. 자기보존의식도 별로 없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광신적으로 싸우는데 그래서 전투 한번 나가면 사망률이 장난이 아님. 사우루스들은 도시 아래의 산란못에서 집단산란하는데 이 집단산란한 혈족 안에서 살아남는 건 몇백마리 중에 고작 한두마리 정도임. 사우루스가 안 늙어죽는다는데 그럼 뭐함, 늙어죽기 전에 쥐새끼 카오스새끼 귀쟁이 잡다가 순직하는데. 

템플가드쯤 가면 이 새끼들은 진짜 스킹크보다 불쌍해짐. 템플가드는 사원에 말뚝 경비 서는 최정예들인데, 이 새끼들은 잠도 못자고 하루종일 신전만 지키는데 그게 교대주기가 최소 몇백년 단위임.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교대하지도 않음. 오죽하면 템플가드 피부 위에 먼지 쌓이고 이끼가 자라날 정도겠음. 뭐 경비만 서는 건 차라리 편하지. 슬란이 전쟁 나가면 템플가드도 출전하는데 얘들은 룩 아웃 써의 모범임. 위대한 수호자 차칵스 같은 경우엔 슬란 대신 공격 막고 뒤졌다 다시 살아난 횟수가 두자릿수는 될걸?

언뜻 보기에 금수저처럼 보이는 슬란? 얘들은 맨날 잠만 퍼자는데 그게 어쩔 수가 없음. 슬란들은 최초의 카오스 대침공에서 산란못이 파괴당하는 바람에 더 이상 태어나질 않음. 그리고 마엘스트룸에서 시시각각 퍼져나가는 카오스 오염을 지오맨틱 웹을 통해서 견제하고 가다듬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빠서 명상에서 제대로 깨지도 못함. 그 와중에 하이엘프들이 만든 마엘스트룸이 무너지려고 할 때마다 겸사겸사 수선도 해줘야됨. 이런 상황인데 사소한 거에 도무지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이런건 스킹크 프리스트한테 맡겨야됨. 이것도 모자라 나중에 엔드타임 왔을 때는 올드월드 지키려고 대부분의 슬란이 주저없이 목숨을 바쳤음. 리자드맨이 혼자 튀었다고 까이는데 슬란들이랑 리자드맨이 희생하지 않았으면 아카온이랑 지그마가 팬티 레슬링 벌일 틈도 없이 스케이븐이 운석 충돌로 올드월드 끝장냈을걸?

하여튼 리자드맨 이 개꼰대 새끼들은 종족 전체가 올드원이 남긴 세계를 보호하느라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는 종족이라는거임. 종족 전체가 흙수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