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몇 년 간 읽었던 소설 중에 제일 잼나게 읽었다. 다음 편 두 개 구매까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정도


배경 상 거의 인간만 나오고 (다른 종족은 드루키 셋이랑 리자드맨 정도만 나옴) 해서 워해머 판타지 치고는 좀 밋밋한 감이 있긴 한데 나가쉬의 골때리는 캐릭터로 그냥 밀고 나감.

전체적으로는 나가쉬가 사령술을 발전시키고 왕이 되서 피라미드를 짓는 과거 이야기랑 왕들이 반기를 들고 전쟁을 벌이는 현재 이야기 두 플룻으로 전개되는데, 어느 하나 긴장감 떨어지는 일 없이 재미있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두 개였음. 연달아 벌어지는 대규모 회전 묘사랑 네헤카라 문명이 무너지는 과정에 대한 묘사


진짜 고대 시대 전쟁처럼 막 만 단위로 병력들이 평원에서 대규모 회전을 벌이고, 여기에 각 도시별 특징을 잘 살려서 경기병도 투입했다가 마법도 썼다가 총질도 했다가 하면서 실감나게 묘사했더라.

여기에 관해선 이따 따로 글을 하나 더 써볼까 함.





네헤카라 문명과 그 몰락에 대한 묘사는 진짜 울림이 컸다. 네헤카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축복받은 대지’로 만들어준 신과 감응하고 자신들의 문명에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고 묘사됨. 그리고 나가쉬라는 또라이 때문에 그게 하나하나 무너지는 게 아주 적나라 하게 드러난다.


원래 네헤카라는 고상하게 회전을 벌리고 승패를 가린 다음 몸값을 받지, 도시는 건드리지 않음. 그런건 야만인들 방식이라며 존나 경멸함.


카-사바르 군는 연합군을 위해 벨-알리아드를 공격하며 양동작전을 벌이는데,

왕이 기습을 포기하고 정당하게 회전을 펼치려고 하니까 장군이 너님 미쳤음? 하면서 대들 정도로 망가진다.

거기다 아칸한테 당해서 동족들이 죄다 학살당하고 도시도 상실한 바가르 인들은 복수심 때문에 벨-알리아드를 습격해서 똑같이 학살을 저지름.




리바라스-라세트라 연합군은 영원한 생명의 샘까지 진격하는데, 나가쉬는 샘을 오염시키는 것으로 이들을 막아냄. 정상적인 네헤카라 사람이면 상상도 못할 발상임.

나중에는 연합군도 퇴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여명의 관문을 무너뜨린다.

이건 네헤카라 문명의 시작과 함께한 유적이었지만 샘에서의 참상을 본 이상 거리낄게 없었음



거기다가 이 세상 최초로 언데드를 상대하게 된 자들의 공포감이라던가, 소중한 전통과 우애가 사라지게 된 것에 대한 울분이라던가가 아주 잘 묘사됨.

마지막 싸움 때 라세트라 왕이랑 리바라스 왕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기 후계자를 데리고 오는데,

그 이유가 어차피 여기서 지면 모든 게 몰락할 테니 살아서 나가쉬한테 굴복하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다는 거였음. 계백돋네


단점은 기존에 알던 설정이랑 괴리감이 심하다는 것.
남들 청동기 무기 쓸 때 전열 보병 등장하는 라미아라던가, 공기 비중인 매장교단과 리치 프리스트 라던가, 증기 기관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던가(정확히는 마법으로 불의 정령을 가둬서 구동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