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월드 대작전] 사이러스의 교훈

삼치구이

2011.09.27 21:37:57

조회 34006 추천 13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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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베레노스 형제. 이건 너무 무겁군..."

폐허가 된 그라이아의 조병창 한켠...

파워아머가 가득 실린 손수레를 밀며 블러드 레이븐 스카웃 가라스는 신음했다.

번쩍거리는 손수레에 가득 실린 Mk.8 에런트 아머는 여러 챕터들에게

납품될 모양이었는지 오만가지 색으로 반짝거렸다.

평소에는 거의 말이 없는 베레노스도 이맛살을 찌푸려뜨리며 대답했다.

"힘내게, 가라스 형제. 이걸 가져가지 못하면 우리에게 진급은 없네."

그랬다. 블러드 레이븐의 길디 긴 인고의 세월은 그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가라스와 베레노스는 20년간 스카웃으로 복무했고 출중한 공도 이뤘다.

하지만 숙련된 스카웃이 부족하고 남는 파워아머가 없다는 이유로

그들은 블랙 카라페이스 시술까지 받은채로 스카웃으로 남게 된 것이다.

베레노스는 다시 한번 가라스를 격려했다.

"이걸 가져가야지 굴러다니는 Mk.6라도 하나 받을 것 아닌가? 힘을 내게 형제."

"그래 힘을 내야지! 끄응!"

그렇다. 이걸 가져가서 베테랑들에게 바쳐야 한다.

번쩍거리는 에런트 아머를 보면 베테랑들은 아쿨라 아머를 벗을거고,

아쿨라 아머를 입게 된 또 다른 선임들은 코르부스를 벗을거다. 힘을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응원하던 가라스는 갑작스러운 장애물을 보고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이, 이럴수가..."

그들이 내려온 썬더호크까지 거의 500M나 되는 길이의 높다란 오르막이 펼쳐져 있었다.

내려올 때는 너무 흥분해서 몰랐지만 이제보니 도저히 손수레로는 올라갈 높이가 되지 않는다.

"크윽, 하나하나 들고 가야 하는건가?"

"그럴 수 없네. 시간이 없어. 조금 있으면 다른 챕터의 마린들이 몰아친다고 하네.

들키지 전에 빨리 챙겨야 해! 우리 진급이 달렸네!"

베레노스가 다급히 외쳤지만 그에게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둘이 힘을 합쳐 손수레를 밀어 보았지만, 너무 많은 파워 아머가 실려있어

두 초인의 힘으로도 수레를 위로 들어 올리는 건 불가능 했다.

"크윽... 서전트 사이러스께 연락해야 하나?"

"아니, 우리끼리 해보지. 그분께서는 우리가 직접 생각하는 걸 좋아하시니."

잠시 두 젊은 초인은 파워아머를 어떻게 해야 썬더호크 착륙지로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베, 베레노스 형제! 저걸 보게!"

"테라의 황금옥좌여! 안돼!"

스카웃 서전트 사이러스를 따라 타락한 카이라스를 응징하던 마지막 전투까지 따라나선 그들이다.

그들은 폐허가 된 사이린에서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두 스카웃은 절망하고 있었다.

푸른색 랜드 스피더 스톰이 그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베레노스도, 가라스도 그게 무얼 의미 할지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울트라 마린들에게 발각당했다.

이제 반역자가 나왔다는 오욕의 역사에 더불어 도둑놈이라는 더러운 이름까지 지게 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챕터가 그들 때문에 오물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울트라 마린의 U자 마크가 서늘한 흰색으로 빛나는 랜드스피더 스톰은 그들 앞에 멈춰섰다.

거친 먼지 바람이 스카웃들을 덮치자 스카웃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에런트 아머를 입은 마린이 랜드 스피더에서 내려오며 혀를 찼다.

"한심한 노릇이군."

고개를 들지 못하던 스카웃들은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쉰듯한 목소리, 길게 기른 금발, 붉게 빛나는 의안...

"서전트 사이러스!"

파워 아머를 입은 마린은 그들의 직속 상관인 사이러스였다.

어째서인지 울트라 마린의 파워 아머를 입고 있지만 그는 분명 사이러스였다.

"어리석은 녀석들! 내가 항상 머리를 쓰라고 했지 않느냐!"

아직도 멍하게 사이러스를 바라보고 있던 두 스카웃에게 사이러스의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파워 아머가 무거워서 손수레를 끌 수 없다면 파워 아머를 입고 끌고가면 되지!"

그 말을 끝으로 사이러스는 다시 랜드 스피더 스톰에 올라타 썬더호크를 향했다.

랜드 스피더 스톰에도 파워아머와 무기들이 잔뜩 실려 있는 채였다.

잠시 멍하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던 스카웃들은 그제야 사이러스의 뜻을 알아차렸다.

"그래! 서전트 사이러스께서는 아예 랜드 스피더와 파워아머째로 무기고를 털어오신건세!"

"과연 서전트 사이러스! 데스워치에서 외계인 물건들을 털어오시던 분다워. 하하하하!!!"

"하하하하!!!! 우린 멍청했네, 가라스 하하하하!!!!"

"정말 그렇군 베레노스 형제. 하하하!!! 하하하하!!!!"

통쾌하게 울리는 두 스카웃의 웃음 소리가 그라이아의 맑은 하늘 위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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