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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월드 대작전]끝

삼치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10.02 16: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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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퀴지터 마우살러스의 눈은 거대한 배틀 바지, 옴니스 아카이넘의 이곳저곳을 날카롭게 살피고 있었다. 본래 황제 폐하의 눈으로서, 인퀴지터는 가장 순수해 보이는 이들마저 의심해야 했다. 그리고 블러드 레이븐들은, 피의 까마귀들은 의심해볼 근거가 충분히 많았다. 크로누스에서 세그먼툼 사령부의 명령을 거역하고 임페리얼 가드를 공격한 사건은 이미 이야기할 가치도 없었다. 이번 아우렐리아 성전, 아니 과연 성전이라는 거룩한 이름을 붙여야 할지도 의심스러운 싸움에서 이들 블러드 레이븐이 멸한 악마는 바로 그들 자신의 챕터 마스터였다. 물론 이들 자신은 자기 손으로 자기 자신을 정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찌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스스로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다면 인퀴지터는 대체 왜 존재하는가? 인퀴지터 아드라스티아의 보고에 따르면 이들은 이제 순수하다고 한다. 그녀는 \'황제 폐하께서의 눈 앞에도 순수한\'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그들을 두둔했다. 어찌 감히 그런 말을! 아드라스티아의 보고를 생각하며 마우살러스는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어디 편찮은 곳이라도 있소, 인퀴지터?"

그의 곁에서 안내역을 자청한 테크 마린 마르텔러스가 그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물었지만 마우살러스는 마르텔러스의 질문을 무시했다. 감히 인퀴지터가 출두하는데도 챕터 마스터가 아닌 일개 테크 마린이 맞이하다니! 마우살러스는 이들을 더욱 고깝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본래 마우살러스가 이곳에 출두한 이유는 그라이아를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한 블러드 레이븐을 치하한다는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명목상에 불과한 것이다. 굳이 이런 하찮은 임무를 인퀴지터인 그가 직접 맡은 것은 이전부터 블러드 레이븐의 순수성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마우살러스가 직접 그들의 모습을 보니 이러한 의심은 더더욱 깊어지기만 했다.

"흠, 이번 아우렐리아 전투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챕터의 분위기가 활기차구려."

마우살러스는 성전이란 말을 붙이지 않았지만 마르텔러스는 굳이 그런 사실을 지적하진 않았다. 다만 그가 블러드 레이븐에게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확실히 깨달았을 뿐이다. 마르텔러스는 잠시 대답을 고민했다.

"아우렐리아 성전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소. 우리는 형제의 모습을 한 반역자들과 맞서 싸웠지. 험난하고 끔찍한 사투였소. 이번 전투는 그런 추악한 싸움이 입힌 상처를 치료하고, 우리 블러드 레이븐이 황제 폐하의 이름 앞에서도 순수하다는 걸 증명했소. 그러니 챕터의 분위기가 밝은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오."
"흥."

마우살러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순수하다니, 그건 두고보면 알겠지. 그의 눈이 닿은 곳은 챕터의 아머리였다. 분명히 그의 정보대로라면 블러드 레이븐은 그리 풍족한 챕터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곳에서 본 마린들 상당 수는 귀한 에런트 아머를 입고 있었다. 무언가 수상했다. 일반적으로 인퀴지터들은 챕터가 타락했는지 알기 위해 먼저 챕터의 역사와 싸이킥을 담당하는 라이브러리움을 먼저 찾는다. 하지만 마우살러스는 만약 타락한 것을 숨기려는 자라면 도리어 그런 곳을 철저히 숨기리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배틀 바지는 거대하다. 자기들이 숨기고 싶은게 있다면 얼마든지 숨길 곳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아머리라면 다르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무구라면 어딘가 행적이 남기마련. 마우살러스는 아머리를 구경해도 괜찮냐고 요청했고 테크 마린은 쾌히 승낙했다. 마우살러스는 테크 마린의 태도에 잠시 동요했다. 무언가 숨기는 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시원한 태도였다.

"어떻소 인퀴지터. 이곳이 우리 블러드 레이븐의 성물을 전시하는 아머리오. 보통 외부인에게는 공개하지 않소만, 사람이 사람이라 이렇게 보여드리는 것이오."
"음... 대단하구려."

사실대로 말하자면, 블러드 레이븐의 아머리는 초라한 수준이었다. 어쩌다보니 이런저런 챕터의 아머리를 보게 된 그에게 블러드 레이븐의 아머리는 그저 인퀴지토리얼 스톰 트루퍼들의 무기고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 했다. 인퀴지터는 자신의 예상이 틀리자 조금 당황했다.

"자 보시오 인퀴지터. 저 아름다운 파워 소드는 하드리안 캠페인 당시 한 젊은 용사가 적의 포병대를 단신으로 물리칠 때 사용한 무기라오. 우리 챕터가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값진 무기이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지도 않지."

마르텔러스가 한 파워 소드를 가리키며 감격스러운 어조로 말했지만 인퀴지터 마우살러스에게는 아무리봐도 그냥 평범한 파워소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건 우리 챕터의 신성한 볼터요. 본래 발레루스 항성계에서..."

마르텔러스가 이번에는 볼터 하나를 붙들고 뭐라뭐라 지껄였지만 인퀴지터의 귀에는 한조각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리봐도 저건 그냥 볼터였다. 평범한, 2차 추진식의, 스페이스 마린 제식 화기.

"아, 그건 됐으니 이제 여기서 나가..."
"아니오 인퀴지터. 지금 정말로 중요한 유물들이 남아있소. 그런걸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 챕터가 실례를 끼치는 것이지."

마르텔러스는 적당히 핑계를 대고 나가려던 인퀴지터를 잡아 끌다시피 다른 곳으로 향했다. 

"보시오 인퀴지터! 저게 우리의 진정한 성물이오! 저 아름다운 자태를 보시오! 아아!"

마르텔러스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인퀴지터는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아무리 잘 쳐봐야 잔해였다. 워낙 엉망진창으로 부숴져서 대체 뭐의 잔해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금색 줄을 주변에 쳐놓고 이런저런 장식을 놔두긴 했지만 잔해에다 장식을 해 봐야 지저분한 느낌만 들 뿐이었다. 하마터면 오크가 함선에 침투한 적이 있는지 물을 뻔했다.

"우리 챕터의 위대한 아버지 아자리아 비다께서 직접 몰고 다니시던 라이노의 \'흔적\'이오. 좀 더 가까이서 보지 않겠소? 저런 패턴의 라이노는 흔치 않소. 도리어 흔적으로 남아 내부의 모습을 잘 살펴볼 수 있게 됐소. 이 기체를 처음 본 테크 마린이나 테크 프리스트는 보통 세 시간이 넘게 이 성물을 바라보더구려. 그럴만도 한게 이 라이노는 정말 독특한 기체이기 때문이오. 사실 구동계통을 보자면 아사레아 패턴 보다는 칼 웨란 패턴에 가까운 독특한 구성인데... 어라? 인퀴지터? 어디 가시는거요? 이 아름다운 차체를 보지 않고..." 
"미안하오! 갑자기 세그멘툼 사령부에서 호출이 와서. 그럼 이만!"

인퀴지터는 있지도 않은 호출 이야기를 대면서 신속히 아머리에서 빠져나갔다. 마르텔러스는 멍하니 서서 그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는 복스 캐스터를 열었다.

"갔냐?"
[빠져나갔습니다. 지금 현측으로 그가 탄 셔틀이 나가고 있습니다.]

마르텔러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황제와 옴니시아께 감사드렸다. 마르텔러스가 딱하고 손가락을 맞부딫쳐 소리를 내자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서비터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구석에 짱박혀 있던 라이노의 잔해, 그러니까 이른바 성물을 뜯어냈다. 마르텔러스는 서비터가 미처 치우지 못한 잔해를 뻥하고 차고는 바닥을 향해 몸을 굽혔다. 바닥은 얼핏 보기에는 그냥 바닥에 불과했지만 마르텔러스는 조심스럽게 바닥을 살피다 한 지점에 손을 밀어넣었다.

"진 코드 확인. 테크 마린 마르텔러스. 입장하십시오."

나지막한 기계음과 함께 바닥의 뚜껑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르텔러스는 그 아래로 걸어들어가며 헬멧을 벗었다. 그는 아직 다 마르지 못한 페인트 냄새를 느꼈다. 그 아래에서는 여러 마린과 스카웃, 서비터가 한데 어우러져 각자 빨간 스프레이 깡통을 들고 열심히 이것저것을 칠하고 있었다. 보통 마린들은 아직 다른 챕터 색이 지워지지도 않은 에런트 아머를 붙들고 있었고, 스카웃들은 남는 파워 아머를 도색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너가드와 베테랑들은 터미네이터 아머까지 붙잡고 있었다. 그들 얼굴에는 감히 이 세상 누구라도 느끼기 힘들었을 만족감과 희열이 느껴졌다.

"흐흐.... 에런트다.... 에런트!"
"테라의 황금옥좌여.... 이제 파워아머가 부족하다고 진급 못하는 더러운 현실도 끝이다!"
"헤헤.... 터미쨔응...."

각자 갑옷이나 장비를 붙들고 기괴한 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은 마치 사교도의 모습과 같았건만, 마르텔러스에게는 이리도 찡한 모습이 없었다. 그 얼마나 슬픈 세월이었는가. 함선에 보딩을 해야 하는데 터미네이터가 없어서 파워아머에 철판을 용접해주고, 체인 소드조차 받지 못한 형제들에게는 휘둘러보면 파워 소드 같다며 죽은 니드의 앞다리를 뽑아 손잡이를 달아 주어야 했다. 지금껏 챕터 내에서는 뒤에서 그를 쫌팽이라고 부른다는 건 그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도 그런걸 원했겠는가?

그도 장비 좀 챙겨주고 싶다!

값비싼 크라켄 탄환 실컷 쏘게 시켜주고 싶고, 스카웃에서 갓 진급한 마린들에게도 갑옷 좀 튼튼한 걸 입혀주고 싶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가뜩이나 가난한 챕터였는데 보레알이 5개 중대급의 장비를 말아먹은 뒤로는 그저 허덕일 뿐이고, 아우렐리아에서 아마겟돈함까지 잃은 뒤로는 테크 마린들은 장비 부족으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렸다. 그래도 이번 그라이아 징발전의 결과가 좋게 끝나서 다행이었지만...

잠시 마르텔러스의 이마에 고뇌가 스쳐갔다. 블러드 레이븐이 거지란 건 온 세그먼툼에 소문이 나 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이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마르텔러스가 조용히 이에대해 묵상하는 사이 익숙한 사내가 다가왔다.

"아, 사이러스인가?"
"고민이 많아보이는군 마르텔러스."

이 베테랑 스카웃 서전트는 재주가 많은 사내였고, 의지할만 했다. 마르텔러스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걱정을 밝혔다. 베테랑 스카웃 서전트는 그의 고민을 듣고 씨익 웃었다.

"스카웃에게는 스카웃의 해결책이 있는 법이지. 잠시 그라이아로 내려갔다 오겠네. 그 고민 해결해 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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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천사들이 내려옴과 함께 황금의 별이 떴다... 아니, 이건 아닌가? 그들의 곁에 황금의 별이 내려앉았다... 음, 이거 괜찮군. 나쁘지 않아."

제국의 종군 시인 켈베트는 양피지를 잠시 동안 노려보다가 재빨리 머리 속에 떠오른 심상을 휘갈겨 썼다. 주변의 폐허에서는 해방함대에서 내려온 병사들이 스키타리 잔존병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가 맡은 일은 단순했다. 그라이아에서 벌어진 영광스러운 승리를 보고 다른 제국인들의 황제 폐하의 영광이 어디에나 밝게 비춤을 깨달을 수 있도록 그들에게 이야기로서 알리는 것이다. 물론 이번 승리는 제국 행정부에 의해 대대적으로 공표되고 방송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들을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 농업행성이나 미개한 행성에서는 도리어 노래와 이야기가 황제 폐하와 그의 신성한 철퇴의 업적을 널리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켈버트가 그라이아의 부숴진 대기로 나려앉은  죽음의 천사들이 어떻게 외계인과 이단자들을 격퇴시키는지 표현할까 고민하던 켈버트에게 가드맨 하나가 아는 채를 했다.

"여, 종군 시인님, 안녕하심까. 오늘도 이야기를 쓰시는 겁니까?"
"그렇수다. 죽음의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뭐 재미있는 일 없수?"

그 말을 듣자 그 가드맨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 그거라면야 있지요! 내 친구 녀석이 글쎄 무기고에 다른 병사들과 갇혀 있는데 그들을 구하러 스페이스 마린들이 친히 찾아왔다지 뭡니까? 마치 피처럼 붉은 갑주를 입고 까마귀 상징을 단 전사들이었다는 거요."
"오오, 그거 대단하구만. 좀 이야기좀 해 보슈."

종군 시인 켈베트는 이곳 그라이아에서 죽음의 천사들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그의 심금을 울린건 바로 붉은 갑주의 전사들, 블러드 레이븐이었다. 그들은 남들처럼 격한 명예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갇힌 무기고나 고립된 조병창, 외롭게 분투하는 물자집결지를 향해 그곳에서 외계인과 반란자에 맞서던 이들을 구원하는데 성심을 다했다. 켈베트는 이들의 이야기야말로 진정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병사에게서 블러드 레이븐의 이야기를 받아적은 켈베트는 숙소로 향했다.

밤은 어느새 그라이아의 주변을 덮었다. 지금 그라이아는 영광스러운 황제폐하의 포지월드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황폐하게 변했지만, 불과 며칠전만 해도 전쟁터였다는 것 역시 믿어지지 않을만큼 그 웅장함이 남아있었다. 비록 지상의 시설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지하시설 대부분은 온전하다고 스키타리들에게 귀동냥으로 들었다. 그들이 죽기 전에 그라이아는 다시 옴니시아와 황제 폐하의 영광을 찬란히 빛낼 거라고 결의에 찬 목소리로 스키타리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켈버트는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숙소의 문을 열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켈버트 자신의 손으로 이야기와 노래가 되어 주변 행성으로 퍼질 것이다.

"누, 누구요!"

숙소 안에는 처음보는 거구의 사내가 침대에 앉아 양피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서야 켈버트는 그 양피지가 자신이 쓴 이야기와 노랫말 뭉치라는 걸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뭐요 당신! 당신이 뭔데 여기 함부로..."

그 사내의 위압감은 켈버트를 압도했고, 켈버트는 허우적거리듯 간신히 따져 물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 사내의 중압감에 질식할 것 같았다. 금발의 사내는 켈버트를 바라보다 다시 양피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끌어내."
"뭐? 그게 무슨..."

당황한 켈버트가 뭐라 따지려 한 순간, 생전 처음 느끼는 충격이 뒷통수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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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대체 무슨일이..."

켈버트가 깨어났을 때 주변은 온통 어둠이었다. 당황하다가 주변을 더듬거리던 켈버트는 자신이 좁은 방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실에 경악하던 켈버트는 벽을 마구 두드리며 비명을 질렀다.

"이봐! 이게 어떻게 된거야! 여긴 어디냐고! 꺼내줘! 꺼내달란 말이야!"

마구 벽을 두드리던 켈버트가 제풀에 지쳐 바닥에 드러눕자 그제야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종군 시인 켈버트, 이렇게 강제로 자네를 데려온 것에 대해 사과하네. 그럼 우리 이야기를 시작해보지.]

목소리는 기계로 변조되어 있어 알아듣기 힘들었다. 켈버트는 겁에질린 채로 그 섬뜩한 목소리를 듣다 자신이 왜 잡혀 온건지 대충 그 이유를 깨닫고 전율했다.

\'으으, 그렇구나. 용맹한 제국의 전사들의 이야기를 하는 내가 제국의 적들에게 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내가 잡혀온 게야!\'

켈베트가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목소리가 울렸다.

[종군 시인 켈베트. 우리는 네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에게 협조해 준다면 성심을 다해 사례할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자네는 가족도 없고 먹여살릴 사람도 없으니 우리에게 딱 맞는 사람이야.]

켈베트가 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닫기도 전에 갑작스레 문이열렸다. 좁은 방 안에 한가득 들어온 빛에 켈베트는 눈이 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점차 눈이 빛에 익숙해지자 자기 앞에 거대한 사내가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저번에 본 그 금발 사내와 함께 있었다. 금발 사내도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만큼 덩치가 컸지만, 그는 도무지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당혹감과 공포에 마비되어 있던 켈베트의 이성이 점차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는 붉은 갑주를 입고 있으며, 검은 까마귀가 어깨에 새겨져 있었다. 그의 육신 상당수는 기계로 대체되었다. 그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황제폐하의 죽음의 천사들 중에서도 이번에 놀라운 무용과 자비를 보여준 위대한 전사들의 지도자였다.

"종군 시인 켈베트. 환영하네. 자네는 이제부터 우리 블러드 레이븐의 전속 종군 시인이 될 걸세."

가브리엘 안젤러스가 미소지었다. 켈베트는 차라리 악몽이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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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걸 믿으란 말이오?"

인퀴지터 마우살러스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마우살러스의 눈에는 번쩍거리는 수많은 워기어들이 가득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인퀴지터의 가장 위대한 성물 저장소에도 저정도의 워기어는 보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믿지 않겠다는 거요 인퀴지터? 지금 워프 스톰 속에서조차 황제폐하를 위해 적들과 맞서 싸운 우리 형제들과, 챕터의 역사를 믿지 않겠느냔 말이오! 황제 폐하의 가호도 믿지 않겠다는거요?"

가브리엘 안젤러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마텔러스와 사이러스는 챕터 마스터 곁에 시립하고 있었다. 인퀴지터는 일개 테크마린과 서전트가 챕터 마스터의 곁에 있는 걸 보니 그들이 챕터 내에서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나 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무리봐도 무리수였다.

"그러니까, 아우렐리아에서 격침된 줄 알았던 아마겟돈이란 스트라이크 크루저가 갑자기 워프에서 다시 튀어나왔고, 그 안에는 잃어버린 줄 알고 있던 챕터의 성물이 가득하며, 안타깝게도 그 안에 있던 승무원들은 모두 필사적인 싸움 끝에 사망했으나 챕터의 성물은 모두 지켰다 이말이잖소. 지금 장난하는 거요!"

인퀴지터는 핏줄 선 얼굴로 \'갑자기 워프에서 뿅 튀어나온 블러드 레이븐의 스트라이크 크루져 아마게돈으로 추정되는 함선\'의 무지막지한 무기고를 가리켰다. 척봐도 퍼스트파운딩 챕터에서 바득바득 긁어모은듯한 엄청난 양의 유물급 병기가 무기고에 번쩍번쩍 빛을 내뿜고 있었다.

"믿으라니까!"
"믿을 걸 믿어야지!"

가브리엘은 인퀴지터가 몰아붙이는데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옆에 있던 라이브러리언에게 손을 까닥 거려 두꺼운 책을 한 권 건네 받았다.

"여기 이거 보시오. 챕터 역사책과 장부요. 목록에 쫘악 있잖소. 아마게돈 함은 성물로 가득한 유물 수송함이라고."
"아니, 아무리 그대로 너무 많은거 아니요? 대체 블러드 레이븐은 유물 모으기 전문부대라도 되는거요?"
"당신도 5개 중대를 전투식량 말아먹듯 한번에 말아먹어 보시오! 남은 장비만 모아도 이정도지! 아이고.... 보리알 놈을 생각하니 또 혈압이..."

심장이 두 개나 달린 초인이 고혈압에 걸릴일도 없으리만 천연덕스럽게 머리에 손을 짚는 가브리엘을 보며 인퀴지터 마우살러스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뒤로 돌았다.

"두고 보시오! 이 일은 꼭 상부에 알려서..."
"상부에 알릴 필요는 없네. 보고는 이미 들었으니까."

뒤로 돌아선 마우살러스는 누군가와 부딫치고 짜증스럽다는 듯 감히 인퀴지터와 부딫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그 작자가 누구인지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 인물의 얼굴을 알아본 마우살러스는 신속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 인퀴지터 로드 카란! 여긴 또 어쩐 일로..."

마우살러스와 부딫친 사람은 초로의 노인이었다. 노인의 체구는 보통이었지만 뒤로 빗어넘긴 백발 아래에 빛나는 두 눈은 섬전과 같았으며, 주변에 선 수행원 역시 보통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와 같은 평범한 인퀴지터는 아침식사로 삼을 수 있는 인퀴지터 권력의 최상부 인물들인 것이다. 수많은 이단자가 그의 한마디에 정화되었으며, 세그먼툼의 선량한 신민들은 그의 이름에 공포와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지금 마우살러스가 느끼는 건 순수히 공포뿐이었다.

"그야 이번 블러드 레이븐이 재발견한 아마겟돈함 때문이지. 세그먼툼 사령부도 그 이야기로 난리가 아니야. 우리 쪽도 당연히 그 이야기로 북적거리고 있지."

젊은 시절 카란은 한 행성계를 집어삼킬 뻔한 카오스 소서러의 목을 벤 대신 그 자신의 성대를 잃었다. 기계로 합성된 목소리는 소름끼치게 울리며 아마겟돈 함의 무기고를 흔들었다. 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무릎을 꿇은 마우살러스는 무시하고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가브리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시오 블러드 레이븐의 챕터 마스터. 그 힘든 성전을 끝마치고서도 이렇게 또다른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여기고 있소."
"별 말씀을, 인퀴지터 로드. 모두 황제 폐하의 가호일 뿐이오."

멍하니 카란의 목소리를 듣던 마우살러스는 카란이 블러드 레이븐의 아우렐리아 전투를 성전이라고 부른걸 깨닫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좋지 않았다.

"블러드 레이븐이 이번에 아마겟돈함을 되찾으며 보고와 같이 올린 노래 있잖소. 그거 정말 좋더군. 각 성계 총독들에게 보내서 전파하라고 전했소."

마우살러스의 이마에 다시 힘줄 하나가 더 솟았다. 노래? 하지만 그의 의문에 대답해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저 무릎 꿇고 인퀴지터 로드의 명령만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완벽히 무시한채, 인퀴지터 로드는 블러드 레이븐의 챕터 마스터와 변변찮은 이야기만 노닥거릴 뿐이었다. 우호적이고 예의를 잃지않는 대화를 나눈 뒤 뒤로 돌아선 인퀴지터 로드는 여전히 부동자세로 앉아있는 마우살러스를 발끝으로 툭툭 두드렸다.

"자네 거기서 뭐하나? 어서 따라오지 않고."
"예?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마우살러스가 인퀴지터 로드 수행원 맨 끝에서 꼬리만 개마냥 고개를 푹숙이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가브리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인퀴지터 로드가 아마게돈 함에서 나가자 그 때 홀로 남아있던 인퀴지터 하나가 가브리엘 앞으로 걸어왔다.

"똑똑하군요 가브리엘 안젤로스."

아드라스티아는 모자를 고쳐쓰며 가브리엘 앞으로 걸어왔다. 가브리엘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똑똑한 건 내가 아니라 저들이오 인퀴지터. 아무튼 이번 일은 고마웠소."

사이러스와 마텔러스는 챕터 마스터가 자신들을 가리키자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징발\'했다는 함선을 꺼내기 전에 먼저 블러드 레이븐의 활약상부터 공문 네트워크에 퍼뜨려서 세그먼툼의 환심을 사고, 갑자기 워프에서 튀어나왔답시고 함선에 대한 그럴싸한 이야기까지 퍼뜨려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게 하다니. 상당히 교활하군요. 거기다가 감히 나같은 인퀴지터 까지 끌어들여서 인퀴지터 로드에게 그런 거짓 보고서나 올리게 하니 건방지기도 하군요."

아드라스티아는 팔짱을 낀채로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블러드 레이븐의 챕터 마스터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식은 힘이니 잘 지켜야 하는 법. 말과 이야기는 적들 뿐 아니라 황제 폐하를 지키는 이들의 무기도 된다오. 이렇게 해서 우리가 더 자유롭게 황제 폐하를 위해 싸울 수 있으니 이야기와 노래도 총과 검만큼 훌륭히 자기 역할을 한 셈이지."

아드라스티아가 찝찝한 얼굴로 침묵하자 가브리엘은 다시 그녀를 향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잡혀가면 당신도 곤란하지 않소? 어차피 같은 배를 탔으니 공생이라고 해야지.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 아니오. 우리가 이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 황제 폐하의 의지 역시 더 밝게 은하를 비출거요. 이 징발된 장비들은 오로지 황제 폐하를 위해 쓰일테니 다행인 것 아니겠소? 앞으로도 잘 부탁하겠소 아드라스티아."

아드라스티아는 블러드 레이븐이 후려온 장비들은 어차피 가만 놔둬도 제국을 위해 잘만 쓰였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대신 차가운 얼굴로 작별 인사 비슷한 걸 해주었을 뿐이다.

"내가 당신에게 해준 만큼 블러드 레이븐도 날 위해 고생하게 될 거에요 챕터 마스터. 기대하시지."
"얼마든지 기대하겠소. 인퀴지터"

인퀴지터 아드라스티아는 다시 콧방귀를 뀌더니 뒤로 돌아서 무기고를 나섰다. 챕터 마스터는 복스 캐스터를 열어 챕터의 모함에 통신을 걸었다.

"그동안 별 다른 일은 없었나?"
[지금 포지월드 우라사 VI에서 다크 엘다의 습격이 왔다고 구원 요청이 왔습니다. 이곳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세그먼툼 사령부에게 연락해서 우리가 갈테니 기다리라고 하게나. 놈들이 도망치기 전에 서둘러 잡고 징발을 해야하니 전 챕터원에게도 준비하라고 하게."

가브리엘 안젤러스는 씩 웃으며 챕터원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하나같이 번쩍거리는 에런트 아머와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은 블러드 레이븐의 스페이스 마린들도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어느 틈에 블러드 레이븐의 수행원들이 입는 붉은 로브를 입은 켈버트가 이 무기고에 있는 이들중 유일하게 우울한 얼굴로 걸어나왔다.

"저... 챕터마스터. 이제 저 집에가면 안될까요?"
"그게 무슨 소린가? 자네는 가서 노래랑 이야기나 더 쓰게. 우리 챕터의 영광을 더 밝혀야 하지 않나?"

챕터 마스터는 밝게 웃고는 다시 복스 캐스터를 열었다.

"제군들에게 고한다! 지금 우리는 포지월드 우라사 VI를 향한다! 다시 한 번 징발 작업이 있을테니 모두 이에 대비하도록 한다. 지금까지 챕터는 안과 밖으로 수많은 환란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황제폐하와 우리가 모르는 프라이마크, 그리고 위대한 아버지의 이름으로 블러드 레이븐의 영광은 이제 다시 시작될 것이다! 모두 외쳐라!"

그와 함께 블러드 레이븐 마린들이 탄 함선들 전체를 커다란 외침이 뒤흔들었다. 한 목소리로, 한 구호를 외치는 그들에게 보이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였다.

[지식은 힘일지니!]
[이를 잘 수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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