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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위스키 문학 part. 47앱에서 작성

이치로몰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6.03 14:57:27
조회 871 추천 4 댓글 7
														

<본격 츤데레 위스키 문학>
- part.47 블랙애더 로캐스크 부나하븐 1990. 12. 24

6월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지난 크리스마스로부터 반 년 후. 추위와 따뜻함을 지나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시점에 꼭 생각이 난다. 그것은 1년의 기다림 중 절반을 잘 보냈다는 만족감일까, 아직도 반 년이나 남은 데서 오는 갈구일까. 매 년, 기대만 컸지 별 일 없는 날임에도 떠올리는 것만으로 사랑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녀가 오랜만에 가게를 찾았다. 머리는 전보다 좀 더 길어졌고, 갈색으로 염색도 했다. 안쓰던 안경을 써서 전보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그녀지만 밝은 목소리는 그대로다.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왔죠? 그 동안 잘지냈어요?"

"네, 저야 뭐...^^"

"한동안 일이 너~무 바빴어요. 그래도 한 번 짬내서 올까했는데 막상 퇴근하면 집에 가서 쉬고싶단 생각밖에 안들더라구요. 그 놈의 감사가 뭔지~"

오랜만에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놓인다. 어쩌면 그녀가 언제 나타날까 기다리고 있던 건 아닐까.

"그런데요, 어제 새벽에 왜 전화 했어요? 새벽 세 시 반에 전화 온 기록이 있던데..."

"네? 제가요? 저는 전화를 건 기억이 없는데요...그리고 새벽 세 시 반이라니..."

어제는 언제나처럼 새벽 두 시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집에 가다 포장마차에 들어가 혼자서 소주를 마셨다. 왠지 그런 밤이 있지않은가.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쯤 투명한 포장마차 천막 안에서 청승맞게 소주 한 잔 하고싶은. 닭똥집 하나에 소주 한 잔, 아무 생각없이 기계처럼 마셨다. 그러다 두 병째 소주가 다 비워지고 포장마차를 나섰다.

흔치않은 서울의 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별 하나의 추억에 별 하나의 사랑이 그려졌다. 별은 멀었지만 추억은 바로 내 머리맡에 있어서 거기서 또 하나의 우주를 그려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카만 공간.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네요. 어제 저는 일을 마치고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 잔 했고, 기분 좋게 취해 집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정말요? 이상하네...핸드폰이 이상한 건가? 알겠어요. 사실, 내일도 아침 일찍 출근해야되는데 전화 온 게 신경 쓰여서 왔거든요. 오래는 못있으니까 딱 한 잔만 주실래요? 또 당분간 못 올 수도 있으니까 오래 기억될만한 걸로..."

백바를 바라본다. 늘 쉬웠던 위스키 선택이 오늘은 어렵게만 느껴졌다. 손님과 나 사이에 위스키가 있고, 그 공간을 대화가 채우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절차, 방법, 아니 순서.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녀와의 사이를 지우고싶다. 함께 위스키를 마시고 싶다.

"오늘은 특별한 위스키를 한 잔 드리겠습니다."

백바를 한 쪽으로 밀자 그 뒤에 새로운 백바가 나타난다. 그 한 가운데 있는 위스키를 꺼내 캡의 실을 벗기고 코르크를 열어 글렌캐런 잔에 한 잔을 담는다. 그 사이에 퍼지는 견과류와 삶은 계란의 향기.

"블랙애더 로캐스크라는 독립병입 위스키입니다. 증류소는 부나하븐이죠. 1990년에 증류해서 쉐리벗에 22년 간 숙성했습니다."

"아...향이 정말 독특한데요? 지금까지 마셔본 위스키랑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로캐스크 시리즈 중에서도 리미티드 에디션이죠. 여섯 번째로 출시한 위스키입니다. 제가 알기론, 이 캐스크가 최고의 맛을 내는 순간을 찾아내고자 정기적으로 테이스팅을 해서 병입 시기를 정하는 걸로 압니다. 한 번 드셔보세요. 조금씩, 여러 번."

그녀가 위스키를 아무 말 없이 한 모금 마신다. 아무 말이 없는 그녀. 그렇게 30분 동안 그녀는 조금씩 위스키를 몸에 담아냈다. 마지막 한 모금이 그녀 안에 들어간 뒤, 그녀가 입을 뗀다.

"이건...너무 아름다운 맛이에요. 뭐랄까요? 이 위스키를 만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만들었으니 자기들을 기억해달라고요. 부나하븐 증류소라고 했죠? 그 이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이 한 잔으로 오늘 하루가 완벽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매우 아끼는 위스키 중 하나입니다. 사실 당분간 그 위스키를 딸 생각은 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마시고 싶었거든요.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네? 정말요? 그런데 왜 지금 저한테..."

"병을 잘 보시면 증류 날짜가 써있습니다. 199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위스키죠. 이 위스키를 만들던 날, 증류소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오늘 하루 일을 마치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애인과 사랑을 속삭이겠다는 마음이 가득했겠죠. 아니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그렸던지요. 그런, 사랑의 마음이 가득한 날 만들어진 위스키엔 사랑도 듬뿍 실려있다고 믿었어요."

"아니, 그러니까 저한테 주신 이유가..."

"오랜만에 만난 당신을 보고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올 해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자주 오세요. 이 위스키는 당신에게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2월 24일이 오면, 당신의 옆에 앉아 마지막 한 잔을 나눠마시고싶습니다. 그 때는 잠시 옆에 앉아도 될까요? 같은 곳을 바라보고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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