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에

귀가시간이 늦은 아버지를 찾으러

동네 어귀에 있는 실비집에

자주가곤했었다

거기서

정말 간단한 안주에

동네분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계시는

아버지를 찾을수있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지께

엄마가 국 식는다고 빨리 오시라는 말을 전하면

아버지께선 곧 간다고 하시곤

먼저가서 저녁밥 먹으라고 하셨다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는 엄마의 엄명때문에

나는 가게앞 티비에 앉아 

자리가 파할때 까지 기다리곤 했었다

이런 내게 좀 미안했던지

아버지 술동무들은

곧 끝난다며

과자 몇개를 집어주시고

용돈도 주셨다

난 이렇게 얻은 돈을 조금씩모아

고무동력기와 돌핀 전자시게를 샀었다

 가게 벽에 기대어둔 아버지자전거 짐받이에

나를 올려 놓으시곤 당신도 자전거 안장에 앉으신다

그리고 페달링하는 내내

자전거핸들은 심하게 흔들리고

지그재그 주행을 한다

불안한 내가 뛰어내리고

얼마안가 아버지께서도 내리신다

우리 부자는 이렇게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동안에도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다

술이 들어가면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아버지께선 오히려 더 차분해지시고 입이 무거워지셨다

 집이 가까워온다

멀리 대문앞에 가디건을 걸친 엄마가 서 계신다

이후의 일은 항상 같은 래퍼토리다

퇴근하면 집으로 곧장오지않고 실비집에 들러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지를 비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아버지께선 한마디 댓꾸도 없이 귀를 닫으시고

집안으로 들어가신다

그리고 식은국을 드시려고하면

엄마는 따뜻한 새국을 다시 떠 주신다

그러면 아버지께선 정말 맛있게 잘드신다

이래서 엄마의 속이 금방 풀어지는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