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한 독재정권에 목숨을 걸고 강경 투쟁하는 것은 정의롭다. 반면에,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정의로운 정권에 대해 시도때도 없이 강경 투쟁을 한다면, 그것은 불의하다.

현정부가 정의로운 정권이냐 여부는 진영에 따라 갈릴 수는 있지만, 극우 성향의 국민이나 제1야당의 맹목적 지지자를 제외한 국민 다수의 인식은 적어도 '불의한 독재정권', '전복시켜야 할 정권'으로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허구한 날, 시위하고, 삭발하고, 단식하는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국민들에게 '불의'한 것으로 비쳐질 위험이 있다. 쉽게 말해서 제1야당의 무분별한 발목잡기로 비쳐질 수 있다.

양치기 소년 일화가 있듯이, 한두 번 '늑대가 나타났다!' 하고 거짓말 할 때에는 주민들이 크게 반응하지만, 여러 번 하면 심드렁한다. 강경투쟁이라는 것도 계속 인내하며 의회 내에서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장외로 나가 정권을 단호히 성토할 때에 국민들에게 울림이 있는 것이지, 늘상 밥먹듯이 하면, 국민들이 '원래 저런 놈들, 쯧쯧' 하고 만다.

황교안의 이번 단식 결정은 당내 쇄신 요구, 자신에 대한 2선 퇴진 요구가 분출될 기미를 보이자 당내 악화된 여론을 외부의 적으로 돌려 자신에게 처한 당내의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의도가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얍삽한 지도자를 만나면 구성원으로서는 불행스러운 일이다. 1982년, 아르헨티나의 군부 출신 갈티에리 대통령이 국내 불만을 돌리기 위해 영국령 포틀랜드를 공격하였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군사독재와 석유파동으로 지독한 경기침체가 찾아왔고, 이를 극복하려고 외국자본을 도입했지만 외채가 쌓이고, 복지정책의 실패로 엄청난 빈부격차로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 있었다. 이에 영국 대처 수상은 단호히 응전하여 아르헨티나 군대는 참패하고, 군사 정부는 전복되었다. 이후 아르헨티나의 겅제가 악화되었음은 물론이다.

황교안의 단식 결정 소식에 대한 내 느낌은 한 마디로 이렇다. '패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