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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죽음 그리고 병(남미 인디언들에게 전해져 오는 전설)

우주공간지구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03.30 03:27:43
조회 428 추천 0 댓글 3

처음에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셨을 때,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만드셨다고 남미 인디언들은 말한다. 그들에 의하면, 인간은 집도, 옷도, 음식도 필요 없었고 백 살까지 병을 모르고 살았다.

 

 시간이 흘러, 하느님은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나 살펴보셨다. 그런데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는꺼녕 서로 싸우고, 자신만 생각하며, 삶을 즐기지 못하고 저주하며 살고 있었다. 이를 본 하느님은 생각하셨다.

 

 '이는 인간이 자신만 위하여 따로따로 살아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다.'

 

 하느님은 이런 상태를 바꾸시려고 인간이 노동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끔 만드셨다. 이제 인간은 추위와 배고픔을 피하기 위해 살 곳을 만들고, 땅을 파며, 과일과 곡식을 심고 거두지 않으면 안 되었다.

 

 '노동을 하기 위해 서로 모이리라. 도구를 만들고, 목재를 준비해 운반하고, 집을 짓고, 곡식을 심어 거두고 실을 잣고 천을 짜서 옷을 만드는 일은 혼자 할 수 없으니.' 하느님은 생각하셨다.

 

 '함께 힘을 모아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이해하게 되리라.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은 하나가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하느님은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제 행복해하는지 살펴보셨다.

+

 그런데 인간이 이전보다 더 불행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일했지만 온전히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작은 집단별로 나뉘어 있었다. 각 집단은 다른 집단의 일을 빼앗아 오고 서로 방해하는 데 시간과 힘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황은 모두에게 나빠졌다.

 

 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신 하느님은 안간이 자신이 죽을 때를 알지 못하되,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만드셨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누구든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한시적인 이익을 차지하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지.' 하느님은 생각하셨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하느님은 인간히 어떻게 살고 있나 다시 살펴보셨을 때 그들의 삶이 이전과 별다를 게 없다는 사실은 알게 되셨다.

 

 강자는 인간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악용하여 약자를 제압했다. 그리하여 약자를 죽이기도 하고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강자와 자손은 일을 하지 않아 게을러져 권태로움을 느꼈다. 반면, 약자는 힘이 부친는 일을 해야 했기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두 부류의 인간은 서로를 두려워하고 미워했다. 그 결과 인간의 삶은 더욱 불행해졌다.

 

 이를 지켜보신 하느님은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쓰시기로 작정하셨다. 그리하여 인간이 온갖 질병에 걸릴 수 있도록 만드셨다.

 

 '누구나 병에 노출된다면, 인간은 자신이 건강할 때 아픈 사람을 불쌍히 여기고 도와주어야 하며, 그렇게 해야 막상 자신이 아플 때 건강한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리라.' 하느님은 이렇게 생각하셨다.

 

 그렇게 다시 마음을 놓으셨던 하느님은 온갖 병에 노추된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시 살펴보셨다. 그런데 인간이 더욱 심하게 분열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는 위치에 있는 강자는 자신이 아플 때 그들에게 간병을 시켰지만, 정작 본인은 다른 아픈 사람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반면, 강자를 위해 일하고 그들이 아플 때 간병을 해야 하는 사람은 일에 찌든 나머지 정작 자신의 병을 치료할 시간이 없었고, 간병인을 둘 수도 없었다. 가난한 병자들의 모습에 부자들이 누리는 즐거움이 반감되지 않도록 그들을 수용하는 집들이 지어졌다. 그곳에서 그들은 힘이 되어 주는 위로를 받기는 커녕, 연민은 눈곱만큼도 없고 혐호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고용 간호인의 손에서 괴로워하다 죽음을 맞이 했다. 더욱이, 전염되는 병이 많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병이 옮을까 두려워하여 병자뿐만 아니라 병자를 돌보는 사람들까지 멀리했다.

 

 이를 본 하느님은 생각하셨다. '이 방법으로도 인간으로 하여금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께닫게 하지 못한다면 괴로움을 통해 깨닫도록 인간을 그냥 내버려 두셨다.'

 

 그렇게 내버려진 인간은 자신들이 당연히 행복해야 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오랫동안 살았다. 최근에 와서야 일부 사람들은 노동이 어떤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이나 노역이 되어서는 안 되고, 인간을 하나로 묶는 공동의 행복한 일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항상 죽음에 노출되어 았는 인간이 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일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며 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병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서로 갈라서서는 안 되며 사랑의 마음으로 협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19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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