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4375
은지를 만났던 건 지금 은지가 다니고 있는 장수영도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녔던 학원에서였습니다.
그곳이 제가 예전에 4~5년 정도 다녔던 학원이기도 해서였죠.그 때가 대략 2013년 겨울~봄 정도 됩니다.
당시 저는 바둑학원을 끊고 대략 4년 정도 바둑을 놓고 있다가(대국 기준.바둑계 뉴스까지 끊은 건 10아시안게임 이후 12삼성화재배까지 대략 2년)
하필이면 고3 앞두고 다시 바둑에 맛을 들이기 시작할 무렵이었고,당시 은지는 바둑을 접한 지 반 년 정도 됐던 것으로 압니다.
그때 듣기로는 따로 교재를 통해서 공부한 건 아니고 바둑TV 강좌 및 대국을 보면서 기초를 익혔다고 하네요.
제가 은지와 대국한 건 다섯 번 안팎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타이젬 6단에서 간당간당한 수준이었고(지금은 6~7단 오갑니다)은지가 저에게 다섯 점으로 시작했다가 제가 판이 안 짜여서 나중엔 석 점으로 뒀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지금은 타이젬 7단 수준이라니 저보다 약간 강하다고 보는 게 옳겠습니다.곧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고..
당시에 인상적이었던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눈치.
다섯점으로 둔 판 중에 하나로,대략 판이 1/4 정도 정리되고 우상귀(제 기준)삼삼이 비어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흑이 양날개를 치고 있는 형태.
흑선이었고 저는 다른 곳에 손따라 두면 곧장 삼삼을 팔 생각으로 그쪽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은지가 제 눈치 한번 쓱 살피더니 바로 삼삼을 지켜 버리더군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여섯 살짜리 꼬맹이가 사람 속을 참 쉽게도 읽어내는구나.
물론 제가 너무 대놓고 그곳만 보고 있었던 게 바보짓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_-;하여튼.
다른 하나는 좌하귀 양걸침정석.요즘은 흑이 두텁다고 사장된 정석으로 알고 있지만..
이 형태를 한번 유도한 적이 있습니다.제가 아는 화점정석 중에서는 수수가 길기도 하고 복잡한 형태라 정석이지만 꼼수 쓴다는 생각으로 한번 비벼 봤었죠.
참고로 은지는 이때만 해도 딱히 정석책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아는 정석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대국 후에 학원 원장님이 은지에게 이 정석을 알고 있었냐고 물어 보니 몰랐다고 대답하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수수 하나를 빼 먹어서(흑 26이었나...그것까진 기억이 잘 안 나네요)이 모양보단 백이 편한 형태가 됐습니다만(그 판은 제가 이겼습니다.자랑이다),
그래도 거기까지 수읽기 하나로 커버했다는 게 대단하게 보이더군요.
그 나이땐 중반 개싸움은 좋아해도 초반에 자기가 모르는 대형정석이 나오는 건 두려워하기 마련인데,그것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수읽기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얘기니까...
은지가 장수영도장으로 옮겨간 건 그해(2013년) 7월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학원에 안 나가서 나중에 원장님에게만 대략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네요.
좀더 좋은 도장으로 옮겨가는 게 입단을 위해서 낫겠지만,아직은 어리고 경력이 짧은 데다 강북 지역(참고로 제가 다녔던 학원은 노원구에 존재하는 일반 바둑학원 가운데선 가장 강한 곳입니다)에 있는 도장 가운데서는 그나마 장수영도장이 규모가 큰 편이라 그쪽으로 옮겨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입단을 노려 볼 수준이 되면 다시 입단자 배출 실적이 좋은 다른 도장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높겠죠.
그 뒤로도 학원 원장님이 간혹가다 학원 홈피에 올려 주신 소식들에 따르면,올해 1월 18일자 211회 한바연 3조에서 3승 2패,8위를 했다고 돼 있네요.
국내 여자기사들 가운데 최연소 입단자는 조혜연으로,만 12세에 약간 못 미치는 시점에서 입단했습니다.경쟁자의 풀이 달라서 직접 비교하긴 민망하지만 조훈현-이창호에 이어 국내 최연소 3위 입단으로,입단 시기만 놓고 보면 이세돌보다도 빨랐네요.그 뒤를 잇는 최연소 2위 기록은 89년생으로 01년에 입단한 최동은인데,이 기사는 입단 이후에도 학업에 열중한 케이스인지 입단 이후에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해서 아직 초단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내 여자기사들의 평균 입단 연령은 10대 후반쯤 되고,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지은과 최정이 만 14세 입단,최정 세대에서 최정 다음 가는 기사들이라고 할 수 있는 김채영이 만 15세,오유진이 만 14세에 약간 못 미치는 시점에서 입단.즉 여자기사들 중 최정상권으로 볼 수 있는 기사들의 입단 연령은 만 14세쯤 됩니다.물론 오정아처럼 만 19세에 입단하고도 최정상급으로 발돋움한 케이스도 드물게나마 있긴 합니다만...
고로 은지가 지금 만 8세이니,앞으로 6~7년 내에 입단할 수 있다면 국내 최정상급 여기사로 발돋움하기엔 충분한 기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아무래도 기대치가 그보다는 많이 웃돌겠죠.그러니 공중파 방송에까지 자신있게 내보낼 수 있었을 것이고...
학원 홈피에서 긁어 온 은지의 사진.
저와 따로 찍은 사진이 없다 보니 이렇게라도 때워야...
어렸을 적에 달랑 대여섯 판 대국한 수준이니 아마 은지는 저를 전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가 아니라 기억하면 그게 용한 거)
고로 딱히 인맥이랄 것은 못 되고,저만의 소소한 추억거리 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하여튼,입단해서 대성한다면 다른 어떤 프로기사들보다도 애착을 갖게 될 것 같네요.부디 지금처럼 성장해서 여자바둑계에 큰 획을 한번 그어 줬으면 좋겠습니다.ㅎㅅㅎ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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