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보면 토메사부로가 이사쿠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저 토메사부로가 동실이라는 이유를 대며 동기를 챙기는 것일 뿐, 되려 이사쿠가 토메사부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홀로 눈치챈 하치야가 보고 싶음. 그래서 5학년 대 6학년 에피소드때처럼 두 학년이 대립해서 대련이라도 하게 되면, 그걸 약점 삼아 이사쿠에게 언급하는 하치야. 불운인지 뭔지, 다른 육닌들과 홀로 떨어지게 된 이사쿠를 노리면서 마음의 틈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거지. 물론 아무리 불운하다고 해도 실력만큼은 최상위권인데다 자신보다 한 학년 위인 이사쿠에게 그런 걸로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빈틈을 만들어 승률을 높이고자 한 말이었음 좋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사쿠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동요하게 되는데. 알고보니 사실 이사쿠는 그때까지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던 거였음 재미있을 것 같음. 어느 날부턴가 토메사부로를 볼 때마다 마음 한 쪽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던 것도, 토메사부로가 웃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말았던 것도, 때로는 아무것도 쥐지 않은 채 아랠 향해 떨어져있는 손을 잡아 쥐고 싶어졌던 것도 전부다 자신의 마음이 어느새 토메사부로에게 녹아 있어서 그랬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이사쿠. 그렇게 하치야가 내뱉은 말 한 마디에 제 마음을 깨닫게 되면서 모든 대련이 끝난 후, 흙먼지로 얼룩덜룩한 얼굴을 한 채 하치야를 불러 세운 뒤 고맙다고 말하는 이사쿠가 보고 싶다.

고마워, 하치야. 덕분에 내 마음을 알게 되었어. 네가 애써 깨닫게 해준 마음은 앞으로도 소중히 할게.

그리고 부드럽게 웃는 얼굴. 때마침 땅거미가 져 발갛게 내려앉은 노을로 인해 물든 것인지, 쑥스러움에 열이 올라 뺨이 붉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웃으며 저를 눈에 담는 모습. 거기서 하치야는 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 생각도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왜 자신이 기분이 나쁜지. 마음이 가라앉는지. 여지껏 아무렇지도 않았던 젠포우지 이사쿠 선배의 얼굴이 지금은 왜, 이토록, 가시가 목에 걸린 듯 껄끄러운지. 말하지 말 걸. 그런 생각이 왜 불쑥 솟아오르는지. 그 모든게 목에 걸린 가시마냥 메스껍고 불쾌하게 느껴지면 좋겠다.


하치야 사부로의 시작은 거기서부터였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