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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지망생의 유한도전 20일차

큰나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8 1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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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서 모든 감각들을 동원해 관찰할때. 세계는 1080p- 입체음향 고음질에- 다채로운 냄새와 향기들을 풍기고- 다양한 맛이 나는- 온갖 의미로 가득찬 선명하고 신비로운 영상으로 내게 밀려든다.

 

상념에 잠겨있거나 집중하지 않을때. 세계는 그저 144p의 덩어리진 무의미한 영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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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물들이 똑---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어느 아파트 단지를 지나갈때는 저 아득한 위층에서부터 떨어진 물들이 모여 1층 화단에 웅덩이가 되어 고여있었고, 웅덩이 위로 똑---똑 계속 새로운 물들이 떨어져 내렸다.

 

파장한 어두운 시장 골목을 지나가다가 또 똑---똑 소리가 들려서. 나는 이번에도 그게 물소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가보니 환하게 불을 켠 건어물 가게에서 여주인이 마른멸치를 젓가락으로 조용히 굽고 있었다. 그건 철판과 젓가락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였다.

 

건어물가게를 지나쳐서 계속 걸었다. ---똑 소리가 차츰 멀어져갔다.

 


 

 

 

#

요몇일 오며가며 마주쳤던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 족히 60cm는 넘어보이는 길이에 윤이 나는 진녹빛 비늘로 온몸이 뒤덮혀 있다. 그것은 불그스름한 액체 얼룩이 표면에 죽죽 흘러있는 파란 플라스틱 수조 안에 담겨 있었는데, 마주칠때마다 네모진 파란물속 허공에 덩그러니 둥둥 떠서 가만가만 유영하고 있었다.

 

덩치가 있다보니 얼굴 생김이 잘 보였다. 눈꺼풀 없는 커다란 눈은 항상 부릅뜬 채였고 입술은 두툼했다. 커다란 입은 느리게 규칙적으로 뻐끔거렸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저 수조에 갇힌다면, 빠져나오려고 첨벙거리며 발버둥을 쳤을것 같은데- 그 물고기는 느릿느릿 빙빙 제자리를 돌았다. 차분해보일 정도였다.

 

양식되어 여기까지 온거라 수조 밖의 세상은 알지 못하는걸까? 아니면 말뚝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코끼리처럼 갖혀있는걸까.

하긴 어떻게 힘껏 발버둥쳐본다 한들, 그 수조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 (그럴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시선을 돌리자 옆에있던 다른 파란색 수조가 보였다. 몸길이 15cm정도의 작은 크기에, 일직선의 보라색 무늬가 있는 하얀 물고기들이 바닥에 모여있었다. 그들의 지느러미는 찢기듯 날카롭게 갈라져 있었다.

 

그들 역시 아주 느리게, 혹은 거의 움직임 없이 서로의 몸 위아래로 차곡차곡 적재되어 있었는데. 한순간 그중 한마리가 수조 구석으로 내닫듯 재빠르게 헤엄치는걸 보았다.

어라 얘는 다른애들과 달리 굉장히 활발하네- 하고 생각했는데.

적재되어있는 무리들 속으로 파묻혀 사라지더니. 그 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유리너머 물고기들은 멍한 얼굴로 눈을 부릅뜬 채 느릿느릿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고

나는 수조를 뒤로 하고 계속 걸었다.

 

 

 

 

 

#

파장한 시장골목. 폐쇄되어 막힌 구간이 있었다

반듯하게 포장된 채 사람들과 과일 생선 항아리 꽃 나무 야채 가면 떡볶이 옷가지 닭강정 등으로 가득했던 길이 조각조각 박살나 파헤쳐져 있고. 무지개색 출입금지 경고판이 길을 막고 있었다

 

방향을 꺾어 왼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가게들의 불이 꺼져있어 어두컴컴했고, 골목 안쪽 아득한 곳으로 두 사람이 희미하게 멀어지고 있었다.

 

붉은 형광빛 작업복 차림을 한 노인의 뒤에서 잠시 걷게 되었다. 미세하게 균형을 잃은 그의 걸음걸이. 이내 노인은 방향을 꺾어 골목 안쪽으로 걷더니 환하게 불을 켠 승용차에 대고 무어라 말을 하는것 같다가, 나지막한 빌라의 흙마당 안쪽으로 사라졌다.

 

노인에게서 시선을 돌린 직후, 꽤 큼지막한 고양이가 좁은 차도를 가로질러 뛰는것을 보았다. 골목의 쓰레기더미 안쪽에 가서 멈추더니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었다.

 

푸른색 고양이였다. 통통한 몸은 체격이 좋았고 얼굴은 자그마했다, 커다란 레몬색 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그 고양이는 조금 이상했다- 다른 고양이들과 약간 달랐다.

 

앉아서 쓰레기봉투 쪽으로 입을 가져다 대는것 같길래 그애가 봉투를 찢고 헤쳐 먹을것을 찾으려는줄 알았다. 그런데, 찢지 않았다.

그냥 쓰레기봉투들 사이의 동그란 빈자리에 가만히 앉아 느릿하게 주위를 응시하기만 했다.

 

보통의 고양이들이 나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거리인 7m 안쪽까지 접근했는데도. 그애는 나를 의식하는것 같지 않았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단 한번도.

그저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고양이는 아까 자기가 달려왔던 경로를 되짚어 달려가더니, 어느 빌라의 1층 주차장에 있는 승용차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가버렸구나 싶어서 승용차를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는데. 고양이가 스며들어간 그림자 쪽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꽤 요란한 소리였는데... 무언가를 박박 긁는 소리인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두들기는 소리인것도 같았다.

 

그 고양이가 내는 소리인것 같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고양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계속 걷자, 아찔한 경사의 오르막길이 나왔다. 길 양쪽에 커다란 점집 2채가 마주보고 있고 줄에 매달린 풍등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꾸역꾸역 계속 올라가자 높은 빌라가 나왔는데. 5층의 넓은 베란다 하나에 주홍빛 전구가 켜져 있고 그 내부가 환히 보였다.

 

조금 더 걷자 오르막길의 끝이 나왔다. 4차선 도로와 상가들이 있었다.

검은 아스팔트 차도위로 총천연색 불빛으로 반짝거리는, 바퀴 하나뿐인 전동 탈것을 (이름을 모르겠다) 탄 사람이 빠르게 지나갔다.

볼때마다 도대체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가는건지 궁금하다. 내가 타면 바로 자빠질것 같은데.

 

거기서 더 걷지않고 멈추었다. 뒤를 돌아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뒤를 도는 순간 저 멀리푸른색 고양이와 쓰레기더미가 있던 그곳으로 고양이 형체 하나가 재빨리 길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장면을 보았다.

조금 더 걷자, 이번엔 흰 무늬가 있고 날씬한 보라색 고양이가 같은 곳으로 향하는 장면을 보았다.

 

머리를 맴도는 노래가 있어, 작게 흥얼거리며 캄캄한 시장 골목을 계속 걸었다

희미한 메아리가 골목 안을 울렸다.

 

 

 

(#골목들 사이, 경험하고 관찰하며, 늦은밤, 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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