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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각주로 각주 마음이 형상화 된 거 보고싶다 어어나더

ㅇㅇ(61.96) 2016.07.20 10:47:38
조회 1400 추천 65 댓글 15

														

보고싶다어나더



아신이 영 맥을 못 추었다. 화로를 가까이 두고 이따금씩 보고 있던 것을 태우던 매장소가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다. 움찔 떨며 작은 몸을 뒤로 빼는 게 보통 서운한 게 아닌 지라 매장소는 기어코 작은 아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힐끗힐끗 저를 향한 여리고 고운 손가락에 닿고 싶어 안달이 났는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품에서 꺼낸 영견으로 이마며, 콧날이며 가리지 않고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보지만 금세 솟아나는 땀에 철퍼덕 주저앉아 좌절하는 모양새가 꽤나 안쓰러웠다. 손을 피하니 별 수 있나. 매장소가 직접 부채질을 하자 크게 홉뜬 눈에 눈물을 그득 채워 그렁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 장소가 힘들어! 내가 나빠!


자책과 동시에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매장소는 부채질을 멈추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우울해하던 아신이 시원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자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매장소가 부채질을 멈춘 것을 확인하고 방긋 웃었다. 그러다가 뺨을 가로지르는 땀이 주룩 흐르자 얼른 매장소에게서 등을 돌린다.


화로를 끼고 사는 매장소의 곁에서 화려하지만 단정히 의관을 갖춰 입은 아신이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닌 듯했다. 더위를 먹은 듯 연신 색색 가쁜 숨을 뱉어내다 매장소의 시선을 받고 그의 일을 방해한 것에 금세 시무룩해져 애써 숨을 고르는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겹겹이 갖춰 입은 의관이라도 간소히 하면 좋으련만,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버티는 게 보통 고집이 아니었다. 그리 애쓰지 않아도 멋지다, 하고 다정히 말을 걸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야무지게 고개를 저었다. 매장소가 제 차가운 손이라도 내어주려 하자 매장소의 일을 방해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시무룩해져 슬금슬금 몸을 빼는 것이 또 안쓰러웠다. 화로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좀 나으련만, 매장소와 멀리 떨어지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 듯 화로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게 한결 같다고 해야 할지, 우매하다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얼음은 싫은 게야?”


얼음이 담겨있던 종지는 이미 화로의 열기에 모두 녹았다. 아신이 괜찮다고 하면 새로 얼음을 채워질 요량이었다. 얼음이 담긴 종지를 화로 옆에 두자 호기심 어린 몸짓으로 제 몸만한 종지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아신은 얼음이 녹기도 전 얼른 종지에서 몸을 뗀 참이었다. 매장소가 은근하게 손을 내밀 때 제 몸이 차가우면 매장소도 추울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미련한 녀석은 내버려두고 할 일이나 하시게.”


그나마 미풍이 드는 명당을 찾아 한량처럼 드러누워 있던 린신이 문득 참견했다. 아신이 짧은 다리를 재촉해 도도도 린신에게 달려갔다. 땀에 흠뻑 젖은 영견을 린신에게 당당히 내미는 것이 바꿔달라고 정하는 듯하다.


“요놈 봐라. 장소는 부리기 싫고 나는 함부로 부려도 좋다 이거냐?”


린신의 투덜거림에 아랑곳 않고 영견을 든 손을 마구 흔든다.


- 어서, 어서! 장소가 기다려!


“장소 방해 말고 예 있어라.”


린신이 무시하고 등을 돌리자 아신이 발을 동동 구른다. 린신이 등을 돌린 방향으로 가려면 또 한참을 달려야 했다. 잠시 몸을 풀고 숨도 고르던 아신이 도도도 달렸다. 린신의 머리맡에 도달하자 제 머리맡을 흘끔 보던 린신이 짓궂게도 몸을 돌려버렸다. 매장소가 그것을 보고 앞에 나란히 두었던 호패 하나를 집어 휙 던졌다. 하지만 얄궂게도 아신이 맞고 픽 쓰러지고 만다. 대자로 드러누워 우스꽝스럽게 뻗은 아신의 모양새를 보고 린신이 낄낄거렸다.


“웃음이 나오나?”


매장소가 미간을 깊게 패고 타박하자 린신이 뭘 그리 걱정하느냐고 구시렁거렸다. 아신이 벌떡 일어났다. 시무룩해져 어깨를 축 늘인 것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다. 매장소가 다가와 아신을 조심스럽게 쓸어주었다. 아신이 작은 몸을 배배 꼬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러다 이내 도로 어깨가 축 늘어진다.


- 슬퍼! 장소가 날 안….


봐. 아신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 린신이 화들짝 몸을 일으켜 아신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매장소가 애를 왜 그렇게 다루냐고 인상을 쓰자 린신은 손을 휘적거리며 일이나 하게, 하고 말했다.


“이리 주게.”


손을 내밀어 아신을 달라고 하자 린신이 자네 옆에 있으면 더위에 맥을 못 추는 녀석을 꼭 곁에 둬야겠냐고 구시렁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린신이 아신을 다루는 태도가 영 못마땅한 지라 매장소는 물러서지 않았다. 여차하면 제 몸뚱이가 차니 가슴에라도 품지, 하고 말하자 린신은 기가 찬 듯 아신을 내어주었다.


- 장소 가슴 좋아! 좋아!


어쩐지 어깨를 축 늘이고 발랄하게 외치는 것이 신이 난 것도 같고 서운한 것도 같았다. 매장소에게서 대차게 등을 돌리고 돌아누웠던 린신이 매장소가 그대로 아신을 데리고 정말로 아신을 옷 속에 넣을 듯한 행동을 보이자 냉큼 일어났다.


“이거나 안아.”


- 좋아! 장소 좋아!


비류가 가지고 놀던 목각 인형을 대충 쥐어 아신에게 안겨주자 저보다 조금 큰 목각 인형을 바라보던 아신이 신이 나 엉덩이를 실룩거렸다. 하필이면 매장소를 본뜬 목각 인형이 아신에게 들어간 것을 보고 린신의 입 꼬리가 경련했다.

아신이 매장소를 닮은 목각 인형에 정신이 팔린 사이 린신은 반듯하게 앉은 매장소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저 조그만 걸 품어 뭣하나. 나나 좀 품어주게.”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나오는 대로 투덜거린 린신의 말에 매장소가 정말인가, 하고 돌아보았다. 그제야 린신이 제 말을 곱씹었다.


“아니, 그게…. 자네 무리하면 안 되네! 아직 일이…. 장소, 이러면 안…흣.”


매장소와 린신이 화로의 열기보다 더 끓어오르는 열기에 휩싸이는 동안 아신은 그토록 고집했던 장포를 벗어 매장소와 꼭 닮은 목각 인형을 둘러주고 있었다.


- 장소는 추우면 안 돼!


땀이 줄줄 흐르는 후끈한 공기야 아무래도 좋은 듯 아신은 저보다 조금 큰 덕에 장포만으로 다 감싸지지 않는 목각 인형을 위해 옷을 하나 더 벗어 둘러주고 꼭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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