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향붕이 여러분! 오늘은 나눔 받은 향수들중 남은 3개의 시향기를 적어보려고 해요. 평소보다는 조금 힘을 빼서 가볍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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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딸 - 뒤엘
구딸은 우리나라의 기업인 아모레 퍼시픽이 인수한 하우스인데요,
코로나 이후에 바틀을 리뉴얼하면서 큰 폭으로 인상하고, 22년부터 23년 사이에 몇차례 인상을 하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습니다.
뒤엘의 현재 정가는 100ml 35만원으로, 작년 9월 22.5만원에서 단 두차례의 인상으로 현재의 가격이 되었습니다(...)
인상 너무 많이해서 욕 먹은 메종디올이 작년 이맘때쯤 40ml 16.5에서 두 번의 인상으로 현재 20.5가 된걸 생각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인상폭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무슨 자신감으로 저렇게 인상을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일단 저는 앞으로 구딸에 지갑을 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처음 분사시에는 쌉싸레하고 푸릇푸릇항 차향이 느껴지다가, 곧바로 아주 쨍한 시트러스 향이 확 하고 피어오릅니다.
아주 싱그럽고 상쾌한 시작을 보여줘요.
시트러스 향은 빠르게 가라앉으면서 조금은 톤이 낮아지면서 달달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는 어딘가 익숙한, 많이 맡아본 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딱 이친구가 떠오르더라구요??
복숭아향 리큐르로 유명한 피치트리인데, 왠진 모르겠는데 이 술의 향이 계속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이제 이 술에 보드카를 좀 섞어놓은.
저 술처럼 완전 프루티하고 톡톡 튀는 향은 아닌데, 뭔가 상큼한 느낌을 좀 줄이고 거기에 차 향을 좀 가미하면 비슷한 향이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딘가 윈난의 가죽을 머금은 오스만투스 향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공홈에서는 시트러스-레더 향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제 코에는 레더 향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윈난의 레더향보다도 그 비중이 훨씬 작게 느껴졌습니다.
잔향으로 갈수록 점점 물기를 머금어 축축해진 찻잎이 떠오르는 향으로 바뀌어가는데, 향조가 향조다보니 지속력은 그닥 좋지 않게 느껴졌어요.
계절은 여름에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느꼈고, 딱히 성별에는 구애를 받지 않는 향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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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레데릭 말 - 꼴론 앙델레빌
꼴론 앙델레빌은 로피옹 아조씨의 작품이에요!
전에 시향기를 썼던 베이비캣의 조향사이시기도 하고, 어마어마하게 많은 작품을 남기신 마스터 조향사이십니다.
외모에서부터 믿음직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나요..? 누가봐도 마스터조향사로서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추고 계신걸로 보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꼴론 앙델레빌은 한 문장으로 딱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성도 높은 네롤리 향수" 입니다.
그냥 처음 분사할때부터 네롤리 특유의 무게감이 있는 향이 확 코로 들어와요. 이후로 향의 트레일이 조금씩 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90%는 네롤리가 그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냥 처음 분사할땐 꽤 쨍하고 상큼한 시트러스가 섞인 네롤리,
시간이 조금 지나면 쨍함이 가시고 상큼함을 간직한 채 좀 더 부드러워진 네롤리.
시간이 더 지나면 더 폭닥폭닥하게 살에 내려앉은 네롤리가 됩니다.
네. 딱히 더 표현할 말이 없는 것 같아요.. 아주 선형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네롤리 향수입니다.
네롤리를 좋아하신다면 싫어할수가 없는 향수인 것 같아요.
단순하지만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는게 느껴지거든요. 네롤리가 너무 두꺼워서 답답한 느낌을 주지도 않고,
약간 느끼해질 수 있는데도 시트러스의 상큼함이 과하지 않게 깔끔하게 잘 잡아주고 있어요.
딥티크의 오데썽을 좋아한다면 당장 가서 시향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오데썽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완벽하게 잡아놓은 향수라고 느꼈습니다.
너무 느끼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고. 딱 오데썽을 정제해서 제가 좋아하는 부분만 모아서 만든 느낌이라고 하고싶네요.
앙델레빌은 지울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뭐 이런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처럼 코롱류의 향 치고는 지속력이 꽤 좋다고 느꼈어요.
개인적으론 이정도면 충분한 성능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흔하다면 흔한 향이지만, 정말 잘 정제된 향이라서 로피옹 아조씨의 실력을 잘 드러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네롤리 특유의 느낌을 비누향이라고 느끼시는분들도 많은데, 폭닥폭닥한 부드러운 비누향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일거라고 느꼈습니다.
계절은 사계절 언제 뿌려도 무난할 것 같아요. 너무 더운 한 여름만 아니면 답답하진 않을 것 같고, 겨울에도 네롤리가 꽤 부드럽고 폭닥하게 다가와서 의외로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별은 전혀 타지 않는 완전 유니섹스 향수라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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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킬리안 - 블랙팬텀
킬리안의 향수들은 부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블랙팬텀도 그렇습니다.
블랙팬텀의 부제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정도로 번역되는 라틴어라고 하네요.
블랙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이 그 모티브가 되었다고 해요.
처음 분사할때는 처음 술에 코를 대고 맡을때처럼 술 향이 확 퍼지다가, 곧바로 엄청나게 달달한 향이 확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 달달한 향의 당도가 상당히, 상당히 높아요. 제 코에는 캬라멜 위주의 향으로 느껴졌는데,
딱 이런 캬라멜 시럽을 코 밑에 발랐을때 날 것 같은 향이 납니다..
엄청나게 달아요. 미친듯이 달아요.
잇몸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심각하게 달달하다고 느꼈습니다.
탑노트의 달달한 느낌에선 판테온의 트라스테베레가 살짝 연상되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방향성이 점점 달라집니다.
처음에 마냥 미친듯이 달달하던 향이 살짝 가라앉으면서, 기저에 깔려있던 어두운 느낌의 향들이 좀 더 느껴지기 시작해요.
커피, 초콜릿이 주는 느낌때문에 처음보단 좀 더 쌉싸레하게 느껴집니다.
이 향수도 트레일 변화가 상당히 느리다고 느꼈어요. 꽤나 오랫동안 그 달달한 향이 계속 유지됩니다.
그런데 언뜻 언뜻 뭔가 꾸리꾸리한 느낌..? 이라 해야하나
아무튼 조금씩 거슬리는 향이 계속 느껴지는데, 비중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잠뿌를 하고 일어나서 다음날 아침에 그 잔향을 맡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웬 데오드란트를 잔뜩 바른 서양인 냄새가 폴폴 올라와서 진짜 너무 충격 받았어요...
자기 전에 달달한 향조가 지배적일때는 그냥 조금 거슬리는 향이 있네? 하고 느껴졌었는데
그 향을 농축해서 코에 때려박는 향이 납니다... 진짜 미친 향이에요...
샤워하는데도 계속 그 향이 폴폴 올라와서 울면서 박박 씻어냈습니다
너무 충격이었어요...
계절은 무조건 겨울에만 뿌려야 하는 향수라고 생각해요.. 20도 넘어갈때 뿌리면 범죄 수준인 향이었습니다.
이것도 성별은 딱히 타지 않는 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속 발향은 정말 좋아요..
잔향을 꼭 그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향이었습니다.
처음의 달달한 향만 계속 유지됐음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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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총 6개의 나눔 향수들 시향기를 다 적어봤네요!!
뒤로 갈수록 점점 성의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아마 기분탓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다시한번 나눔을 통해서 좋은 향수들 맡아볼 기회를 주신 나눔게이 형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글 마무리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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