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가서 JR 전철 타본 새붕이들 중 눈썰미 좋은 새붕이라면

한국 전철에 비해 선로 폭도 좁고 열차 폭도 좁은 걸 알 수 있음

지하철이건 일반철도건 고속철도건 전부 다 1435mm 표준궤로 통일된 한국과 달리

일본 JR은 신칸센만 표준궤를 쓰고 재래선은 1067mm 협궤를 쓰기 때문

일본이란 나라에 철도라는 것을 들여온 은인은 바로 이분, 페리 제독(매튜 페리) 되시겠다

그당시 일본은 도쿠가와 쇼군 일가의 에도 막부가 중국 조선 류큐(오키나와) 동남아시아같은 동양과만 교류했고

서양 국가는 네덜란드만 나가사키 데지마 인공섬에서 제한적으로 교류하고 나머지 서양인들은 죄다 추방하는

흥선대원군도 한 수 배워야 할 정도의 완강한 쇄국 정책을 펼쳤지만

페리 제독한테 그딴건 알빠노였고, 흑선(쿠로후네) 끌고와서 "안열어주면 쳐들어간다 붕짜자붕짜"를 시전하면서 결국 일본의 개항을 이끌어냄

"아아 이것은 『트레인』이라는 것이다"

이때 페리 제독의 흑선 함대가 일본으로 들고 온 것 중에는 준석이가 좋아할만한 칙칙폭폭 증기기관차 토마스도 있었음

아무튼, 미국이라는 이세계에서 철도라는 신문물을 접한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본격적으로 일본에 철도를 깔기 시작함

근데 이제 막 근대화라는걸 하기 시작한 일본한테 돈이 있을리가

표준궤나 광궤를 깔기엔 돈이 없던 일본은 일단 닥치고 철길 깔고 보자는 마인드로 협궤를 깔게 됨

대한제국이 경인선 깔 때 미국이랑 일본에 의존했던 것처럼

일본도 처음 철도 깔 때 영국한테 의존했는데, 영국은 자기들이 남아공 식민지에 깔던 협궤를 그대로 일본에 수출함

짤은 넣긴 했지만, 영국 입장에서도 약간? 억울할 만한게

영국만 그러던 것도 아니고 그당시 세계 철도 트렌드는 협궤였음

칙칙폭폭 증기기관차 토마스 굴러다니던 그당시에 고속열차같은건 상상도 못했고

"그냥 싸게 협궤 깔아도 적당히 수송량 나오는데 굳이 비싸게 표준궤 광궤 깔 이유 있나?"라는 마인드

프랑스도 본국은 표준궤 쓰면서 식민지에는 미터 협궤를 깔았고

그래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식민지는 아님)에는 국철이 미터 협궤임

근데 예상 외로 일본의 근대화가 대성공해버려서 갑자기 미국이 구애하고 청나라가 눈치보고 러시아가 전전긍긍하는 식민제국 열강이 되어버렸고

그동안 열심히 일본 열도 전역에 깔았던 협궤는 급성장한 여객 화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짐

협궤를 표준궤로 개궤하려는 계획이야 있었지만, 2차대전 태평양전쟁 때문에 멀쩡한 철길도 불요불급선이라고 폐선하고 뜯어가던 나라한테 개궤할 여력이 있을리가

결국 패망한 일본은 개궤를 포기하고, 대신 제국시절 탄환열차로 계획하던 고속철도, 신칸센으로 기존 철도를 대체하게됨

신칸센(新幹線)이란 이름부터가 기존 협궤 철도 중 간선 철도 노선을 표준궤 고속철도로 대체하겠다는거지

협궤 특성상 표준궤보다 안정성이 떨어져서 고속주행이 어려워 130이 한계였고 200은 밟아줘야했던 신칸센은 표준궤로 깔게됨

신칸센을 새로 개통하면 원래 있던 기존선은 어떻게 하냐고?

그동안 기존선에 다니던 특급(한국으로 따지자면 itx쯤)은 죄다 없애서 빨리 가려면 무조건 신칸센을 타게 만들고

기존선에는 온갖 역에 다 서는 보통열차(한국으로 따지자면 전철이나 시골 무궁화호쯤)만 굴림

그마저도 JR이 돈안된다고 지자체에 떠넘겨서 지자체가 대주주인 제3섹터(반관반민)가 맡기도

당연하겠지만 신칸센과 기존선은 궤간부터 달라서 호환이 안돼 직결이 불가능함. 사람이 일일이 내려서 갈아타야함

예를 들자면, 큐슈 신칸센은 처음에 가고시마중앙-구마모토 신야츠시로까지만 개통돼서

후쿠오카 하카타역 이북에서 가고시마쪽으로 가려면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구마모토 신야츠시로역까지 릴레이 츠바메라는 기존선 특급 열차를 타고 온 뒤

바로 맞은편에 대기타는 큐슈신칸센 츠바메 열차로 갈아탔어야함

지금은 잔여 구간이 개통돼서 오사카에서부터 미즈호 사쿠라 직통 신칸센이 다니지만

이건 지금도 현재진행형인게,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까지 가는 니시큐슈 신칸센이

다케오온천-나가사키 구간만 개통되고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지는 아직 삽도 못떠서 중간에 갈아타야함

갈아타는거 귀찮으니깐 그냥 직결하는 방법 없냐고? 있긴 있음

얘내들은 신칸센이긴 한데, 구포 수원 서대전 경유 KTX처럼 기존선에서는 새마을호처럼 기어감. 기존선에서 궤간만 표준궤로 뜯어고친거거든

신칸센호소차라고 할 수 있지

앞서 설명한 니시큐슈 신칸센 문제 때문에 기존선에선 1067mm 협궤로, 신칸센에선 1435mm 표준궤로 갈아끼우는 궤간가변 신칸센도 연구는 해봤는데

막상 시운전해보니 속도 좀만 올려도 여기저기 찐빠가 많이 나서 엎어짐

그나마 여객철도는 신칸센으로 대체하거나 갈아타라고 할 수라도 있지

화물철도는 협궤도 협궤지만 축중을 너무 낮게 설정한 탓에 국제 표준인 20피트(6.1미터)나 40피트(12.2미터)는 제대로 싣지 못하고

12피트(3.7미터)라는 일본스러운 괴상한 독자규격 컨테이너를 써야 함

컨테이너란게 온갖 종류의 화물들을 케이크 떠먹듯이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서 옮기면 된다는 게 장점인데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거지

그러니 JR화물 실적은 죽을 쑤고. 그나마 요즘은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 화물 운송수단으로 밀어줘서 사정이 조금 나아짐

근데 왜 일제가 조선에는 자기들이 쓰던 협궤 말고 표준궤를 깔았냐고?

왜긴. 조선을 교두보 삼아서 중국 만주에 (황군을 이끌고) "진출"해야 하니깐 중국에 연결하려면 표준궤로 깔아야지

서울 부산에 다니던 노면전차들은 1067mm 협궤를, 쌀이랑 소금 긴빠이하려고 싸게 지은 수인선 수려선은 762mm 협궤를 쓰긴 했지만

노면전차들은 지하철로 대체되었고, 수인선도 표준궤로 개궤

수려선은 폐선 후 수/려/선으로 삼갈죽당한 뒤 각각 분당선 용인에버라인 경전철 경강선으로 어정쩡하게 대체되면서

적어도 휴전선 이남의 일반적인 철도는 모두 표준궤임

윗동네에는 일부 남아있다더라. 윗동네는 표준궤에도 아직도 칙칙폭폭 증기기관차 토마스 다니지만

반대로 대만은 어짜피 섬이라 연결도 안되니 자기들이 쓰던 협궤를 그대로 깔았고 그게 지금 TRA 대만국철임

물론 타이베이-가오슝 잇는 THSR 고속철도(TRA 대만국철과 달리 민간기업)는 일본 신칸센을 그대로 들여와서 표준궤

결론

일제가 조선에 협궤 깔았으면 좆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