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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0 - 출국 ~ 파리

y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4 01:55:01
조회 10928 추천 81 댓글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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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경, 나는 약간의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국토 대장정을 해볼까, 그냥 아낄까 싶기도 하고,

운 좋게도 그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로 넘어가는 추세였기에 해외로 가는 길도 하나 둘씩 열리고 있었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선택지중 하나였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큰 여유는 아니었기에, 순례길에 가는 것은 사실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하나인 헤르만 헤세, 그의 불면의 밤의 사색들을 담은 책인

[밤의 사색]을 읽고 있었다. 책에 그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구절이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 내 인생을 돌아보면 특별히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착각인지 모르나 그다지 불행했던 것 같지도 않다.

사실 행복과 불행을 세세히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나는 인생에서 행복했던 날보다 불행했던 날에 큰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무수히 겪고, 외적인 것 외에 내적이고 더 실질적이고 필연적인 운명을 정복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내 인생은 그다지 불쌍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나를 덮친 외적인 운명이, 모두에게 그렇듯

피할 수 없고 신에게 달린 일이라면 나의 내적인 운명은 나만의 고유한 작품이었다. 그것의 달콤함도 씁쓸함도 오로지 내 책임이다.


내 삶은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달리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풍족하고 즐거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삶은 찰나의 섬광이 어둠의 세월을 지우고 정당화할 수 있게 가끔 번개라도 쳐야 겨우 견딜 수 있는

어둡고 슬픈 밤과 같다. 어둠, 절망적인 암흑, 그것이 일상의 끔찍한 순환이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걸까? 아이, 개구쟁이,

건강한 청년, 동물은 이런 무미건조한 일상의 순환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그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이런 당연함을 잃은 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필사적으로 진정한 삶의 순간을 찾는다.

반짝 빛나는 짧은 섬광에 행복해 하는 순간. 시간 감각을 잃을 뿐 아니라 모든 목표와 의미에 관한

사고가 삭제되는 그런 순간, 이런 순간을 창조적인 순간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창조주와 하나가 된 기분이 들고, 모든 일 심지어 우연히 일어난 일조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자가 신과 일치된 순간이라 부르는 그것과 똑같다.

어쩌면 이런 순간의 강렬한 빛이 나머지 모든 빛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순간에는 모든 것이 마법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나머지 보통의 삶이 너무 힘들고 구차하고 실패한 듯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모른다. 그동안의 사색과 철학적 사고가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안다. 축복과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 방해받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고통을 지나

이런 축복에 도달하고 아픔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고통과 아픔도 도망쳐야 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삶을 행복으로 보지 않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삶은 오로지 깨어 있는 의식을 통해서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태이자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많은 행복을 얻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삶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최대한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고자 한다. '권태로운 삶'도 하얗게 불태우듯 살아내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려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결정된 것의 확고부동함을 잘 알기에 변하지 않는 선과 악에 저항하려 애쓰지 않는다.


행위와 고통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자 삶 전체이며 하나이다. 그러므로 고통을 잘 살아내는 것이 인생의 절반이다.

고통을 잘 살아내는 것이 인생 전체이다!

고통에서 힘이 생기고, 통증에서 건강이 생긴다. 갑자기 쓰러져 허망하게 죽는 사람들은

언제나 '건강한' 사람들이다. 고통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이 사람을 끈질기게 하고, 고통이 사람을 강철로 단련한다.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구절을 읽고 있으니 산티아고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운동도 별로 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라곤 없는, 귀찮음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정말 예외적인 선택이다.

정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고통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기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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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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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항공타고 이스탄불 경유로 약 20시간 타고 파리에 도착했다

탑승일 아침에 부스터샷 맞고 타서 비행기에서 죽는줄 알았음

파리 관광도 하기는 했지만 여행의 주 목적은 아니었기에

대충 사진 올리고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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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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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에서 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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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선 아무 빵이나 먹어도 차원이 다르게 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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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트르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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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나 루브르중에 하나만 가려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로댕이 보고싶어서 오르세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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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센 강

뭔가 비 맞고 싶은 기분이라 맞고 다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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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도 갔음


앞에 글 타이핑했더니 손목 아파서 더 못쓰겠다

시간날 때 하나씩 써봐야겠음



출처: 유루캠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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