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오늘은 토익고시를 봤다. 

 가는 길에 버스를 반대로 타서, 곤혹을 치렀다. 

 시험을 봤는데, Part 7이 어려워서, 지문이 안 읽혔다.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끝까지 풀었다. 

 지문을 읽는데,

 지문의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여태까지 공부했던 몇 달간의 힘들었던 기억들만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여름도 아닌데 식은땀이 흘렀다. 

 집에 와서 풀이 죽어 있는데, 夢이 달려와 다리를 긁었다. 

 산책가자는 뜻이었다. 

 비가 그치자마자 산책을 나갔다. 

 어젠가 그제도 비가 와서 夢은 산책을 못했다.

 충전기에 꽂아둔 핸드폰처럼, 

 녀석은 집에 있으면 에너지가 축적되는지,

 오늘 夢은 폭풍처럼 달렸다. 

 똥도 세 번이나 쌌다. (평소엔 두 번)

 산책 도중 예쁜 암컷 멍과 만나, 능숙하게 애정표현까지 했다. 

 夢의 발짓과 혀놀림, 쓰담쓰담 스킬, 어디서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사람과도 같아서, 보는 내가 부끄부끄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길에는 커다란 징검다리가 하나 있다. 

 사람도 드나들기 쉽지 않아, 비오는 날에는 절대로 건너지 않는 돌 다리였다. 

 녀석은 대뜸 달려들어 껑충껑출 뛰었다. 

 夢은 조그맣다.

 나에게도 큰 징검다리는, 夢에게는 더욱 크다. 

 나는 빠지면 툭툭 털고 집에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夢은 물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다. 

 그날은 비가 온 날이라 급류가 셌다. 

 그 다리를 건너는 것은

 나에겐 단순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夢에겐 어찌보면 생사를 건 모험인 셈이다.  

 그렇지만 녀석은 목줄을 한 채로도 별것 아니라는 듯이 껑충껑충 뛰어갔다. 

 잘못 디뎌 미끄러지긴 했지만, 결국 물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건넜다. 

 夢은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했고,

 나는 집에 돌아와 다시 토익고시를 접수했다. 

 너란 멍멍 착한 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