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처음 집에 그 아이가 왔을 때

난 처음 키우는 강아지에게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이것저것 해준다고는 했는데 잘 해주지는 못했던 거 같아

그래도 그 아이는 나만 보면 반가워해줬고

가족들이 다같이 TV 볼 땐 꼭 내 무릎에 앉아 있으려고 했지

울 어머니께 혼나면서도 말이야

특히 내가 입대한 후 첫 휴가를 나왔을 때

난 그 아이가 날 잊었을까 걱정도 많이 했었어

하지만 그 아이는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마자

날 쓰러뜨릴 듯이 달려들어 내 뺨을 핥아 주고

날 위해 꼬리를 흔들어 줬지

너무나 기뻤어 난 그렇게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그 후엔 좋다는 사료, 음식, 통조림, 산책 등등

그 아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줬었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주지 말라던 사람 먹을 고기 반찬들도

그 아이가 먹고 싶다면 몰래몰래 한점씩 나눠줬었어

어머니께 혼나지 않게 둘만의 비밀로 말이지

행복한 시간도 잠시

그 아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우리와 달랐어

난 엄청나게 자책했지

내가 몸에 좋지 않은 걸 줘서 그런걸까

그러지 않았다면 더 오래 살았을까

한참을 울었어

부모님이 개 한마리 죽은 걸 갖고 그렇게 우는 거 아니라고 하셨지만

너무 슬펐어

사랑하던 이와 첫 이별인데

어떻게 안 울 수 있겠어

이별한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아이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해져

눈가도 촉촉해지고

가끔 꿈에서 그 아이랑 놀던 때가

나올 때가 있어

꿈속에선 마냥 기뻤지만

꿈을 깨면 한동안 슬퍼

그래도 언젠간

다른 아이를 키우고 싶어

또 슬퍼지더라도 이번엔

전보다 더 사랑해줄거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거지?

오늘 눈팅질 하다 갑자기 또 생각이 나서

글 올려봤어

바보 같은 넋두리 끝까지 읽어줘서 쌩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