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파괴되지 않는한 죽지 않습니다.

dna형태에 가까운 최초의 생명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화가 거듭되면서 불사의 생명보다 자연사하는 생명이 집단의 생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생명이 복잡화될수록 성장과 대사과정에서의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노화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개체일수록 노화의 표현이 미미하게 나타납니다.

반면 포유류같은 고등동물은 시각적 관찰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을만큼 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탄생과 똑같은 상태의 분자적 배열을 영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정보가 육체에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진화의 과정에서 분명히 노화에 저항하는 시스템도 발전해왔을 것이지만,

그러한 자기유지 시스템은 방대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자원의 총량은 일정하므로, 노화에 저항하는 유전자를 가진 생명은 어린 개체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의도하지 않게 약탈하게 되고, 집단전체의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게 됩니다.

이런 생명 집단은 자멸하여 고고학적 대상 혹은 전설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전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개체는 번식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물려주고

적당한 때에 죽어버리는 녀석입니다.

모든 자동차는 구입시에는 새차지만 운행기간이 많아질수록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구입초기에는 이 문제들을 수리해나가는 것이 더 경제적이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기술적 보정보다는

새차 구입이 더 경제적이 되는 시점이 반드시 도래하게 됩니다. 자동차 입장에서는 영원히 도로를 활보하고

싶겠지만,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학에 가까운 경제적 판단을 통해 자동차 교체 시기를 결정합니다.

마찬가지로 의학이 아무리 발전되어도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기술적 가능성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노화를 늦추는데는 단계적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증가가 예상됩니다.

현재의 경우 20대여성 한명의 피부를 30대까지 유지하는데에도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요됩니다.

영원의 생명에 요구되는 비용은 더욱 엄청난 것이겠죠. 기술적으로 이 비용을 줄이고 줄일 수록

인간의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영생을 위해 요구되는 총비용은 감소될 수 없습니다.

어느시점에서 인간 역시 깨닫게 됩니다.

적당한만큼 사람이 죽어가는 것이 모두를 위해

유익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