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91 - 경제조사위원회의 토론

운영자 2019.08.08 16:14:35
조회 77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91


경제조사위원회의 토론


1936년 일본은 섬유생산의 황금시대에 들어섰다. 면사와 면직물의 생산량이 영국을 추월해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에 올랐다. 일본은 고급 면직제품의 생산에 치중했다. 일본의 공장들은 이미 120수까지의 다양한 면사를 생산해 내고 있었다. 일본은 미국과 섬유수출을 둘러싸고 치열한 무역경쟁을 벌였다. 뉴욕의 섬유클럽 연설에서 미국면방직연구소 소장인 머치슨이 이렇게 우려를 나타냈다. 

“금년 한 해가 가기 전에 일본산 면제품들이 밀려들어 미국의 업계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입니다.”

미국은 일본제품의 쓰나미를 막느라 고심하고 있었다. 워싱턴에서 관세위원회가 열렸다. 크럼프턴 회사의 회계담당인 리치맨이 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일본과 경쟁하느라 미국의 면 빌로드 및 콜덴 제조업자들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빌로드에는 62.5퍼센트 그리고 콜덴에는 50퍼센트의 관세 인상을 해주셔야 미국의 면방직업이 파괴되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은 자신에게 개항(開港)을 강요했던 미국에 대한 공업제품의 주요 공급자가 되어 있었다. 

일본 내부는 군부(軍部)의 입김이 거세어지고 있었다. 1937년 1월20일 동경의 의사당에서 하마다 의원과 육군대신 데라우치 사이에 불꽃 튀는 설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마다 의원이 이렇게 질의했다. 

“요즈음 군부가 거국일치의 강력내각과 정당의 개편을 요구하는, 헌법에 위반되는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제국의 장래가 매우 위험하니 즉시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군인의 본분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마다 의원은 일본 정계(政界)에서 헌법과 민권의 옹호를 위해 앞장서는 대표정객이었다. 데라우치 육군대신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방금 하마다 의원의 발언은 우리 전체 군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각 취소하지 않으면 우리 군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데라우치 육군대신은 초대 조선총독이었다. 하마다 의원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 맞받아쳤다. 

“육군대신은 내가 군부를 모욕했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모욕했다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이 말하는 걸 군대를 모욕했다고 걸어오는 싸움을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나의 발언 중 모욕한 대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마다 의원의 공격은 군부의 횡포를 미워하는 많은 정치가와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한 것이었다. 그 무렵 괴뢰 만주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관동군(關東軍) 수뇌부는 전쟁비용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그곳으로 유입되는 면직물에 대해 관세율을 대폭 인상했다. 

그 무렵 경성의 조선총독부에서는 기업인들을 모아 의견을 듣는 산업경제조사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에 참석한 김연수 사장이 이렇게 발언했다. 

“모두 알고 계시듯 만주에 수출하면 만주는 관세가 고율(高率)입니다. 경성방직의 경우는 현재 높은 관세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수출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1곤(梱)당 30엔입니다. 공장비라든가 사무비 등의 직간접 비용을 들여 면화를 조포(粗布)로 만드는 데 30엔도 안 들지만 이것을 수출하면 생산비 이상의 관세가 붙습니다. 문제는 바로 관세이며 조선인의 방직공업이 장애에 봉착했습니다.”

일본은 면제품을 같은 엔 블록 국가로 수출하는 것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엔 블록 외부국가로 수출해서 전쟁에 필요한 외환수입을 더 늘리라는 취지였다. 회의에 참석했던 가네가후치방적(紡績)의 사장인 쓰다 신고가 이렇게 발언했다. 

“작금의 세계 경제정세를 말하자면 영국의 방적업자들은 공장을 동양으로 옮기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국(自國)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도 방적공장을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또 미국에서도 우리 일본의 경제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에 공장을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중국에 방적기계를 가지고 와서 우리 일본기업에 대항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사억 몇 천만 인구의 노동력이 갖추어진 중국을 생각하면 그렇게 소승적 견지에서 사물을 보아도 괜찮은지 의문입니다. 

일본뿐 아니라 조선의 방직업이나 방적업이 만주나 중국으로 뻗어나가는 걸 규제하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외환억제라는 작은 것을 탐하다가 진짜 큰 것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방적업의 해외확대에 대해 본토의 업자 사이에도 시종 논의가 있습니다만 그러한 것을 규제한다면 타국(他國)의 공장이 동양에 뻗어나가는 결과가 되어 자신을 보호한다는 일이 자신을 해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현재 검토되고 있는 스무 종류의 공업 하나하나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당해업자의 의견, 내외지(內外地)의 정세에 따라 또 조선은 자기 입장을 고려해 각기 다른 방법을 탐색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방직회사들은 조선, 만주, 대만, 동남아시아 등에 시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체제였다. 만주에서 관세를 올려도 그들은 여러 시장 중의 하나에서 이윤 하락의 문제가 생겼을 뿐이었다. 그러나 경성방직의 경우는 달랐다. 만주시장에 사활(死活)이 걸려 있었다. 미야바야시 다이지가 일어서서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면사포상인 연합회 회장이었다.

“본국 일본의 방적업은 기계가 점점 정교하게 되어 고급품을 만드는 데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칫하면 영국 맨체스터와 같이 고급품만 지향하다가 사업이 하향곡선을 그리는 전철을 밟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의 총인구가 23억이라고 하지만 그중 아직 나체 생활인이 4억, 반(半)나체가 4억으로 이들의 의류환경을 보면 고급품이 아니라 거칠고 싼 것부터 착용합니다. 이 시장이 무시 못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들에게는 올이 거친 조포(粗布)를 팔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포 생산은 누구에게 분담시킬 것인가? 이것이 조선의 방적을 좌우하는 큰 문제입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방적공업이 영국의 지도를 받으면서 수출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방적업을 발달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도나 중국은 일본의 물품들을 수출하던 큰 시장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선산 제품을 특화해서 본국 일본과 협조체제를 이루게 해야 합니다. 일본 본토에서 생산을 중단한 중저가의 상품을 조선에서 만들어 수출해야 합니다.”

김연수 사장이 다시 일어나 의견을 제시했다. 

“저희 경성방직은 아직 역사도 짧고 경험도 없어 일본의 기업들만큼 정교한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장에서는 현재 조포(粗布)와 세포(細布) 두 종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조포는 14수로 직조(織造)되고, 세포는 20~25수 정도로 직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출지역도 봉천이나 베이징으로 한정되고 뉴욕이나 시드니로의 수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경성방직도 일본의 공장들 못지않게 앞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선에 대해 차별적인 여러 정책을 시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석탄문제를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선의 탄광에서는 고급 무연탄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고급 무연탄들은 매년 수십만 톤이 선적되어 규슈로 수출되고 조선은 다시 규슈에서 저급의 역청탄(瀝靑炭)을 수입하거나 아니면 만주에서 질 낮은 역청탄을 수입해 공장을 가동하는 상황입니다. 조선의 기업가들이 조선산 고급 석탄을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부당하게 운송비용을 더 들이게 하고 저가(低價)의 역청탄을 써야 하는 이런 불공정한 정책을 당국이 시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면화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조선에서는 고급품질의 면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에서 생산되는 그런 고급품질의 면화들은 일본 본토의 공장에서 모두 선점(先占)해서 가져가 버리는 실정입니다. 그 바람에 우리 경성방직과 같은 조선의 후발 방적공장들은 오히려 일본 무역회사를 통해 많은 비용을 들여 미국에서 상당량의 면화를 수입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 비용을 다 대지 못해 경방(京紡)에서는 다시 저급한 인도산 면화를 수입해서 그것들을 섞어서 질이 낮은 조포를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일본기업 위주 정책들이 시정되고 조선인 기업가들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선은 자체 생산하는 고급면을 일본에 보내야 하고, 조선의 공장들은 일본에서 수입한 인도의 저급한 면들을 이윤까지 제공하고 들여와야 한다는 모순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러 의견을 듣고 있던 총독부 담당국장이 끼어들었다. 

“알겠습니다. 위원회에서는 여러 의견을 받아들여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2678 두가지 길 [1] 운영자 22.06.27 257 11
2677 악마의 그물 운영자 22.06.27 215 10
2676 죽음 비용 [1] 운영자 22.06.27 230 6
2675 큰 돈을 받으면 마음이 이상해져 [1] 운영자 22.06.27 247 6
2674 지금이 가장 젊은 때 운영자 22.06.27 184 3
2673 우울한 날 운영자 22.06.20 165 2
2672 행복한 가난뱅이 주씨 운영자 22.06.20 155 1
2671 진정한 위로 운영자 22.06.20 155 2
2670 변호사 제작 공방 운영자 22.06.20 162 1
2669 희랍인 죠르바 같은 의사 운영자 22.06.20 184 1
2668 장사꾼의 본전과 인생 [1] 운영자 22.06.20 157 1
2667 어떻게 죽을까 운영자 22.06.13 286 14
2666 번제물이 된 변호사 운영자 22.06.13 164 1
2665 시골의 작은교회 운영자 22.06.13 189 2
2664 불쑥 떠오른 그 노인 운영자 22.06.13 151 1
2663 그 존재의 소리 운영자 22.06.13 116 1
2662 재벌회장의 자살 운영자 22.06.13 185 2
2661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운영자 22.06.13 159 1
2660 중국의 지성들 운영자 22.06.06 180 1
2659 실패는 방향을 바꾸라는 계시 운영자 22.06.06 180 1
2658 잔인하고 불공평한 하나님 운영자 22.06.06 176 1
2657 건달 두목의 작은 선행 운영자 22.06.06 167 1
2656 하늘에서 떨어진 하나님 운영자 22.06.06 158 1
2655 죽은 수필가의 지혜 운영자 22.06.06 134 2
2654 옷수건 가게 여자 운영자 22.06.06 552 2
2653 친구 운영자 22.05.30 258 3
2652 죄를 슬퍼하는 마음 운영자 22.05.30 182 1
2651 내 것 운영자 22.05.30 139 1
2650 팔자를 고치자 운영자 22.05.30 168 3
2649 깨달음으로 가는 두 길 운영자 22.05.30 152 1
2648 세로의 삶 운영자 22.05.30 151 1
2647 숙성된 정신 운영자 22.05.23 157 3
2646 완장 돌리기 운영자 22.05.23 184 1
2645 우리시대의 이상은 운영자 22.05.23 165 1
2644 죽는순간 하고 싶은 것 운영자 22.05.23 189 1
2643 내가 생각하는 애국과 봉사 운영자 22.05.23 142 1
2642 일꾼의 품삯 운영자 22.05.23 136 1
2641 해만 안끼치면 되나 운영자 22.05.16 178 2
2640 경박하지 않은 깊은 국민 운영자 22.05.16 167 2
2639 사람을 만들어야 운영자 22.05.16 139 1
2638 돈 버는 목적 운영자 22.05.16 210 1
2637 착한 영이 들어오면 운영자 22.05.16 171 1
2636 작지만 큰 나라 운영자 22.05.16 136 0
2635 천직 운영자 22.05.16 129 2
2634 이 삶이 전부일까? 운영자 22.05.16 159 1
2633 사상이 뭡네까? [2] 운영자 22.05.09 245 0
2632 바란 것과 얻은 것 운영자 22.05.09 197 1
2631 횡재가 횡액 운영자 22.05.09 197 3
2630 글을 잘 쓰려면? 운영자 22.05.09 116 1
2629 선행의 타이밍 운영자 22.05.09 106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