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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촛불집회

운영자 2019.11.04 18:25:27
조회 159 추천 3 댓글 0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의 서초동 네거리가 거리정치의 거점이 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넓은 도로를 가로막고 무대가 설치되고 강렬한 화면과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선동 음악이 사람들을 강요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시위꾼들이 꽹과리를 치면서 법원과 검찰청 주변을 맴돌았다. 하루는 무대 앞 도로변에 서서 시위 주동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연설을 잠시 들어 보았다. 사십대 쯤의 남자가 연설원고가 들어있는 스마트 폰을 손에 들고 마이크를 들고 외치고 있었다.

“저는 조국 장관님같이 미남도 아닙니다. 또 조국장관님 같이 머리가 좋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조국 장관님만이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는 분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조국장관이 중요한 것인지 검찰개혁이 본질인지 헷갈렸다. 그가 인물숭배를 하는 광신자가 아닌지 의문이었다. 촛불시위를 위해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 보았다. 분노해서 끓어오르는 표정들이 아니었다. 담담한 모습이었다. 더러 허옇게 수염을 기른 몇몇의 노인층이 무표정한 얼굴로 연단 쪽을 보고 있었다. 연단 위에 있는 남자가 계속했다. 

“정경심 여사에 대한 수사를 검찰은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조용히 그 자리를 물러났다. 조국장관의 부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날에는 시위가 대단했다. 그들의 꽹과리 소리가 창을 넘어 나의 침실 베갯머리까지 침입해 들어왔었다. 얼마 전 유시민과 인터뷰를 했던 조국 민정수석의 방송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 두 명은 모두 차기 대통령으로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물들이었다. 

민정수석인 조국 씨는 공직자 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 소신을 털어놓았다.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정말 검찰개혁에 대해 피부에 닿을 정도로 느껴본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33년 동안 검찰이라는 폐쇄조직의 고객으로서 변호사노릇을 해 왔다. 비공개적인 검찰조직을 가까이한 고객이 아니면 정말로 개혁되어야 하는 것을 모를 수가 있다. 또 그 조직 안에 있는 사람도 검찰의 문제점들을 모른다. 몇 년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초청을 받아 검사와 수사관들을 앞에 놓고 검찰의 문제점들에 대해 경험한 사례를 들어가면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강단 위에서 내가 본 모습은 마음을 열고 나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알아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강연이 끝나고 검찰 고위간부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도 그들은 입맛이 쓴 표정이었다. 원래 바른 말은 입에 쓴 것이다. 나는 검찰개혁의 가장 핵심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만이 뽑혀야 진정한 검찰개혁은 이루어진다. 그런 오만은 검사만이 아니었다. 그 아래도 마찬가지였다. 검사실 서기에게 왜 검찰서기를 하게 됐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서슴치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 방으로 들어오는 놈들은 그게 어떤 놈이던지 내 앞에서 머리를 굽혀요. 그거 하려고 검찰 서기가 됐어요.”

완장의식이 영혼의 깊숙이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그런 완장들에게 국민이 흘리는 눈물이 보일까. 그리고 정말 아픈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조국 씨는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강단에서 관념과 이론을 가르쳤다. 제도에 관한 논문을 여러 편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관념이나 논문 속에 개혁되어야 하는 오만과 편견이 담겨있을까. 일선에서 변호사를 해 온 나는 법이라는 흉기를 휘두르는 검사나 판사들을 종종 보았다. 정의와 공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파괴하고 싶은 동물적 본능으로 법을 악용하는 경우였다. 물론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과 포장을 달고 있었다. 그런 이면을 볼 때면 검사나 판사를 조사하는 강력한 기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필요에 의해 제기된 것이 공수처였다. 그러나 거기에도 오만과 편견이라는 병균에 감염된 사람들로 들어찬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검사 한 명은 벌써부터 공수처 검사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자기가 공수처에 가면 검찰에서 미워하던 동료나 상관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경찰에 대폭 수사권을 넘겨도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려는 공무원의 자세다. 헌법과 법률에 명문으로 수십 년 박혀있는데도 인간의 내면에는 그 정신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다. 완장을 찬 사람들이 정의와 진리에 기초한 정신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개개인이 철저히 겸손해져야 한다. 그들이 권력의 개가 되지 않도록 목줄을 잡고 있는 주인이 국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랑과 진리에 기초를 두지 않은 개혁은 겉으로는 개혁같이 보일지 모르나 참된 개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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