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돈과 천재적 두뇌

운영자 2020.06.05 09:46:02
조회 203 추천 4 댓글 0
오십 삼년 전 중학교 일학년 입학 무렵이다. 내 옆에 두 아이가 앉아 있었다. 당시는 아이큐 검사결과를 선생님이 공개했었다. 오른쪽에 있던 아이는 아이큐가 만점에 가까운 148이었다. 그 아이와 광화문거리를 같이 걸었던 적이 있었다. 길바닥에 장기판을 놓고 박보장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기를 이기면 돈을 주겠다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중학교 일학년인 그 친구는 단번에 어른 노름꾼을 이겨버렸다. 또 다른 아이는 강인해 보였다. 검은 뿔테 안경 속으로 보이는 작은 눈에서는 누구도 꺾지 못할 고집이 느껴졌다. 그가 앞에 앉은 아이와 싸우는 걸 봤다. 상황이 어떻든 남이 보건 말건 그는 조금도 후퇴가 없었다. 그런 성격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두 친구는 회사에 입사했다. 머리가 비상한 친구는 증권회사에 입사하고 고집이 센 친구는 사료 회사의 사원이 됐다. 증권회사의 지점장이 된 친구는 그 비상한 머리로 국내외정세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고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했다. 고교동창들도 모두 돈을 싸들고 그에게 가곤 했다. 그러나 이상한 게 있었다. 머리 좋은 그가 아무리 냉철하게 분석을 하고 증권을 사도 그의 고객들이 돈을 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나도 그 친구의 권유로 삼십대 중반 일생에 딱 한 번 증권을 산 적이 있었다. 

“이 종목을 사면 사흘만 지나도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그가 내게 강권했다. 그에게 돈을 보냈다. 그리고 사흘 만에 그 증권가격이 휴지나 마찬가지가 됐다. 증권투기의 허망함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어느 날 부터 그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십년이 지나고 이십년이 지났다. 그리고 다시 몇 년이 흐른 후 우연히 그를 만났다. 어느새 그는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초라해 보이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했다.

“삼십대 말에 최연소 지점장이 됐었어. 수백억을 주무르고 잘나갔지. 그런데 눈에 뭐가 씌웠는지 한도가 없는 연대보증을 선거야. 갚는다는 자체가 불가능한 거였지. 모두 날렸어. 아파트도 그리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도 말이야. 그 땅만 가지고 있어도 난 지금 부자 일 거야. 역세권의 대지 수천 평이니까. 은행의 채권을 양도받은 신용정보회사가 평생 추적하는 바람에 난 일생을 도망자 생활을 했어. 인생자체가 날아간 거지.”

곧 부자가 될 것 같은 머리가 비상한 그였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인생이 꼬였다. 그가 방탕하거나 특별한 죄를 저질러서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운명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중학교 일학년 때 옆에 앉았던 또 다른 친구와 만났다. 그는 어느새 재벌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하는 것마다 성공했다. 지금 그의 밑에는 오십 여개의 회사가 있었다. 얼마 전 그는 내가 고문을 했던 재벌가에 속한 회사를 몇 개 인수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러시아의 연해주에 수천만 평을 빌려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서산에도 넓은 농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만난 자리에서 그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부자가 되는 것도 운인가 봐. 나도 회사원이던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어. 처음에는 사료회사에서 나와 돼지를 키웠지. 사람들이 나보고 돼지장사라고 했어. 벤처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그걸 인수 하는 게 대박을 친 거야. 열 개쯤 사두면 아홉 개가 망하더라도 한 개만 살아나면 이익이 됐어. 그런데 그게 성공을 한 거야. 벤처 기업 인수 다음에 내가 준비한 게 인공장기야. 신장이나 간을 이식받지 못해서 사람들이 절규하잖아? 난 이미 인공신장이나 간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어. 내가 키우는 돼지들을 이용해서 인간의 내장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어. 기술은 완성했고 이제 정부에서 허락하는 법만 만들어지면 돼. 앞으로 그런 시대가 올 거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인공장기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많은 돈을 벌거라고 예견하기도 했었다. 백 년 전의 지혜로운 한 노인이 쓴 책을 나는 항상 제2의 성서처럼 읽고 있다. 그 노인은 돈은 하늘을 나는 기러기와 같다고 했다. 누구나 그걸 볼 수는 있지만 잡는 것은 그 방법을 아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돈을 자기 힘으로 모았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 같다. 돈은 천재적인 두뇌와 마찬가지로 역시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 아닐까.

추천 비추천

4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3001 먹는 물에 독이 들어간다면 운영자 23.05.29 79 1
3000 정보부의 탄생배경 운영자 23.05.29 83 1
2999 정보기관 변론에 앞서 운영자 23.05.29 22 0
2998 매 맞는 정보요원들 운영자 23.05.29 29 0
2997 권총 사격 운영자 23.05.22 88 1
2996 죽어야 할 사람들 운영자 23.05.22 96 2
2995 박쥐 사나이와의 대화 운영자 23.05.22 131 1
2994 두 정보요원 운영자 23.05.22 76 2
2993 내 믿음은 위선일까? 운영자 23.05.22 85 1
2992 수첩 이야기 운영자 23.05.22 79 0
2991 권력기관에 주눅 들었던 시절 운영자 23.05.22 87 1
2990 세상을 바꾸고 싶은 변호사들 운영자 23.05.15 96 2
2989 권력형 검사와 인권변호사 운영자 23.05.15 127 0
2988 괜찮은 남자 운영자 23.05.15 96 1
2987 고슴도치의 가시인 핵 운영자 23.05.15 94 0
2986 대통령들의 향기 운영자 23.05.15 90 1
2985 성인용품점을 외면하는 위선 운영자 23.05.15 80 1
2984 손에 피를 묻힌 사람들 운영자 23.05.15 76 1
2983 점장이와 무당 운영자 23.05.08 108 2
2982 의인이 고난받는 이유 운영자 23.05.08 83 0
2981 인간에게서 나오는 빛 운영자 23.05.08 149 0
2980 착한 국정원장 운영자 23.05.08 92 0
2979 탤런트 친구의 연기철학 운영자 23.05.08 189 0
2978 작은 선행에 민감한 아메리카 운영자 23.05.08 73 1
2977 들꽃같은 사랑들 운영자 23.05.03 90 1
2976 소원을 이루는 길 [3] 운영자 23.05.03 123 1
2975 제3의 인생 운영자 23.05.03 94 1
2974 노년에 공부하고 싶은 것 운영자 23.05.03 94 0
2973 편안히 죽을 권리 운영자 23.05.03 68 1
2972 암은 신의 메시지 운영자 23.05.03 90 0
2971 간호사들의 해방선언 운영자 23.05.03 74 0
2970 내가 본 컬트집단 JMS 운영자 23.05.03 88 1
2969 내 마음 뒤에는 뭐가 있을까 운영자 23.04.24 106 1
2968 작고 따뜻한 시선 운영자 23.04.24 93 1
2967 밤중에 날아든 메시지 운영자 23.04.24 94 1
2966 마음으로 쳐들어 온 삽화 운영자 23.04.24 88 1
2965 교활한 법진실 운영자 23.04.24 105 3
2964 아빠 챤스 운영자 23.04.24 94 1
2963 대통령 스타킹에 난 구멍 운영자 23.04.17 105 3
2962 욕과 모략 운영자 23.04.17 106 0
2961 열 네살 운영자 23.04.17 82 2
2960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요 운영자 23.04.17 90 1
2959 바닷가 한적한 실버타운 운영자 23.04.17 87 1
2958 강풍 속의 젊은 노인 운영자 23.04.17 93 2
2957 JMS의 기억6(용감한 기자) 운영자 23.04.17 89 0
2956 JMS의 기억5(축복식) 운영자 23.04.10 115 0
2955 JMS의 기억4(시대의 중심인물) 운영자 23.04.10 102 0
2954 JMS의 기억3(폭격 당한 변호사) 운영자 23.04.10 101 0
2953 JMS의 기억2(대책회의) 운영자 23.04.10 90 0
2952 JMS의 기억1 운영자 23.04.10 113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