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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보험

운영자 2020.06.22 14:37:01
조회 130 추천 1 댓글 0
​‘사랑과 영혼’이라는 미국영화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죽는 순간 자기의 영이 몸에서 빠져나온다. 영은 처음에는 자기가 죽은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기 시신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영은 육체가 없지만 관념적으로는 계속 가지고 있다. 몸에서 빠져나온 영은 어둡고 스산한 지하철역 승강장을 돌아다닌다. 거기서 이미 죽은 다른 영들을 만나기도 한다. 고생을 하다가 마지막에야 하늘에서 내려오는 황금빛을 받고 하늘나라로 간다. 같은 구조의 일본드라마를 의미 있게 본 적도 있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의 영이 그 속에서 빠져 나와 거리에서 방황하는 다른 영들과 만나 나름대로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구조였다. 빠져나온 그 영들은 인간들의 여러 탐욕을 본다. 회사의 돈을 횡령해서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기도 한다. 성욕의 노예를 바라보기도 하고 출세에 목을 맨 사람들의 야욕을 무심히 바라보기도 한다. 컴퓨터 해킹으로 큰돈을 빼돌리는 순간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등으로 떨어져 죽는 영화장면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남아 있다. 그가 죽는 순간 영이 빠져나온다. 자기가 죽은 걸 모르다가 엎어져 죽어있는 자신의 육체를 보는 순간 깨닫는다. 탐욕의 노예로 살았던 그 영이 순간 얼마나 공허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인생을 살다 보니까 죽음이란 무엇일지가 가장 궁금했다. 죽으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무것도 의식할 수 없는 영원한 부존재인가. 하루살이처럼 난 날과 죽은 날 사이의 허망한 생존인가. 진짜 영이라는 게 있는 것인가. 나비가 탈바꿈을 하듯이 죽으면 영이 허물 같은 육체를 벗어나 화려한 날개를 달고 다른 세계에서 아름다운 꽃밭 위를 활활 날아다니는 것일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죽음과 영의 문제가 훨씬 실감이 나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죽음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까지 대화하던 사람들이 관속에서 깊이 자고 있다. 그가 화장장의 소각로에 들어간다. 한 시간 후 작은 스테인리스 철판에 놓인 얼마간의 뼛조각이 그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본체였다. 그 뼈는 자신의 인생과 자식들을 먹여 살리며 지탱하던 기둥이었다. 그걸 분쇄기에 넣으면 십여 초 사이에 한 줌의 가루로 둔갑한다. 작은 나무상자 속에 담긴 열기가 남은 뼛가루가 한 인생의 마지막 존재였다. 모든 사람의 종착지였다. 사십대까지만 해도 젊음이 영원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도 무한한 것 같았다. 나는 시간을 파는 장사인 변호사였다. 남아도는 시간을 막 팔아도 솟아오르는 샘물같이 시간이 또 생길 것 같았다. 삶의 어느 순간 젊음이 잦아들고 머리에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핸드폰의 배터리가 한 눈금만 남듯 인생의 시간도 바닥 쪽으로 향하고 있다. 나는 요즈음 영의 세계에 대해 종종 생각해 본다. 죽음과 영에 관한 정신세계를 연구한 여러 가지 책을 보았다. 단테의 신곡을 정독을 해서 두 번째로 읽었다. 그래도 읽고 나면 시큰둥했다. 체험한 사람이 쓴 게 아니기 때문이었다. 불경을 읽었다. 그곳에서는 인간을 기름병에 비유하고 있었다. 기름병이 물속에 떨어져 바위에 부딪치면서 깨지는 모습을 죽음과 비유했다. 병은 깨져도 기름은 물속에서 따로 떠올라 홀로 존재하듯이 인간의 본질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본질은 이승에서의 여러 기억과 업이라고 했다. 그게 다른 모습의 기름병에 담긴다는 것 같았다. 성경은 보다 구체적이고 확연하게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었다. 육체는 하나의 감옥이고 그 속에 머무는 것은 일종의 징역살이 같은 것이다. 죽음을 통해 영은 육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육에 머무는 동안 인간에게 완전한 자유는 없다. 육에서 벗어난 영혼은 천사의 것 같은 새로운 몸을 받아 다른 세상에서의 삶을 누린다는 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예수는 바르게 살지 못한 영이 지옥 불에 던져지는 두 번째 죽음을 더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도 바울은 예수의 영을 직접 봤다고 여러 번 증언했다. 만약 다른 세상이 없고 이승이 전부라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가장 비참한 인간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서는 화재보험에, 생명보험에 들었었다. 나는 죽은 이후를 대비해서 바울의 영혼보험에 가입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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