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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소설인가?

운영자 2020.06.29 10:12:35
조회 4220 추천 2 댓글 0
친구들 대부분 회사나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한지 십년쯤 지났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나름대로 노년의 생활을 윤택하게 보내기 위해 애를 쓴다. 골프를 즐기던 친구들은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당구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매일 오전 프로당구를 중계하는 방송을 보면서 연구하고 오후에는 지하철로 한 시간 걸리는 먼 곳의 값싼 당구장을 찾아가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한다. 춤을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가 열심히 스텝을 밟는 친구도 있다. 열심히 연습을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쉘 위 댄스’라는 일본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중년의 남자가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찾아간 댄스학원에서 라틴댄스를 배우는 내용이었다. 바둑에 몰입하는 친구도 있고 주민센터를 찾아가 통기타를 배우는 친구도 있다. 나름대로 노년의 순간순간을 즐기기 위해 애를 쓴다. 운동신경이 없는 나는 골프는 시작하려다가 아예 그만두었다. 연습장에서 내가 치는 모습을 보던 옆 사람이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를 않네요”라고 하는 바람에 열정의 김이 새버렸다. 그래서 집어 치웠다. 당구도 배워보려고 했다. 그런데 둔한 머리는 스리쿠션의 각도를 계산 할 수 없었다. 바보였다. 그래서 그만두었다. 친구를 따라 춤을 가르치는 학원에 가보았다. 종이에 적힌 스텝을 표시한 그림이 마치 복잡한 설계도를 보는 것 같았다. 기본동작에도 몸이 따라가 주지를 않았다. 머리뿐 아니라 몸도 둔한 것 같았다. 나이 육십이 넘어 배우려고 노력해 보았던 바둑은 인터넷상에서 초등학교 아이한테 돌대가리라는 욕을 먹었다. 만년 십팔 급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집안에서 청소나 빨래도 하지 못하고 쓰레기를 분리해서 지하쓰레기장에 가져다 버리는 일을 이제야 간신히 배우는 중이다. 넓은 쓰레기 장 안에서 가져간 쓰레기를 분류해서 캔, 병, 상자, 종이 등 칸에 넣기도 정신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나를 생각하면 무능력자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매일같이 한 가지 꼭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있다. 그건 아침에 일어나면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거기서 느낀 걸 작은 글로 써서 블로그에 올려놓는 일이다. 영혼보험에 들어서 천국으로 갈 가자는 글을 올렸었다. 어떤 분한테서 이런 내용의 댓글이 왔다.

‘신학대학을 나온 저는 예수 안 믿습니다. 성경은 상업적 만화책으로 소설책으로 읽습니다. 만화책을 리얼로 속아서 예수믿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남 앞에서는 예수 믿는 쑈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직하게 내뱉은 것 같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김진홍 목사가 했던 간증의 한 토막이 떠올랐다. 김진홍 목사는 구약을 농담같이 이스라엘무협지라고 했다. 감옥 안에서 그 무협지를 열심히 읽었다고 했다. 내가 다니던 교회 문 앞에 ‘목사님 예수를 믿으세요.’라는 글이 적혀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신도는 목사가 예수를 믿지 않고 그런 척 쇼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서 예배를 드리는 목사와 신도 중에 성경 속의 내용들을 있는 그대로 믿는 이가 얼마나 될까. 우리 민족의 지도자였던 춘원 이광수는 중학교 때부터 신약성경을 열심히 읽은 분이었다. 그는 세례받기를 거부했다. 동정녀가 아이를 낳고 죽은 사람이 부활했다는 게 마음속까지 믿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라고 정직한 마음을 고백했었다. 성경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다. 이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성경의 내용은 넌센스고 비웃음의 대상이라고 성경은 스스로에 대해 적고 있다. 똑똑하다고 자기를 믿는 사람에게는 절대 성경 속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나는 무협지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성경을 삼십대부터 육십대 말인 지금까지 꾸준히 읽고 있다. 보고 또 봐도 처음 보는 것 같은 부분들이 많다. 읽고 또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곳이 많다. 누가 아느냐고 하면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나에게 나타나는 기적은 읽어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재미있는 소설도 만화도 백번이 넘게 읽은 적은 없다. 그런데 신약성경은 백 삼십 번이 넘었다. 그 재미없는 책을 오락 잡기에도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둔한 인간이 그렇게 읽었다는 것은 기적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내 안에 들어와 그렇게 읽게 만든 게 틀림없다. 나는 촘촘한 글씨가 박힌 두꺼운 성경의 페이지 속에서 어떤 광경을 상상하기도 한다. 커튼 한 장이 현세와 내세를 갈라놓고 있다. 커튼 너머로 참되고 영원한 세계가 있고 커튼 이편에 잠깐이고 임시인 현세가 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커튼 저쪽에서 이쪽으로 보내셔서 우리의 소망을 그쪽으로 옮기게 가르쳐 주셨다. 소설책 같고 만화책 같아도 한번 리얼로 속아보는 건 어떨까. 속는다고 피해가 있을까. 진짜면 대박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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