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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들의 성공

운영자 2020.08.31 10:36:24
조회 159 추천 5 댓글 0
서초동의 한 변호사가 내게 와서 이런 하소연을 했다. 용접공 출신인 그는 노동을 해서 모아둔 돈으로 고시원에 묵으면서 변호사자격을 얻은 사람이었다. 그는 억울하게 소송에 진 내막을 이렇게 얘기했다.

“큰 건설회사에서 아파트를 짓는데 그 터에 살던 제 의뢰인만 집을 팔지 않은 겁니다. 그러니까 건설회사에서 기가 막히게 매매계약서를 위조했어요. 그리고 법원에서 판사를 하다가 바로 나와 개업을 한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걸었어요. 땅을 팔았으니까 건설회사에 넘기라는 거죠. 제가 그 땅에 살던 할머니의 변호사가 됐죠. 그 할머니는 조상 때부터 살아온 그 땅을 절대 판 적이 없다고 펄쩍 뛰면서 가슴을 쳤어요. 너무 억울하니까 울지도 못하고 꺽꺽대더라구요. 재판장은 일단 형식이 완벽한 위조한 매매계약서가 있고 같이 근무하던 전직 판사가 그 계약서가 진짜라고 하니까 그 쪽 말을 믿더라구요. 나 같은 용접공 출신변호사는 무시하는 느낌이었어요. 저희 측이 졌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땅을 빼앗겼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 변호사는 분을 참지 못했다. 그 후 그는 그 내용들을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뿌렸다. 그러나 세상은 잠시 일어난 그 작은 물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변호사를 하면서 불의를 많이 목격했다. 오래전 들었던 고참 형사의 이런 얘기가 떠오른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상부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라고 닦달하고 언론이 경찰을 몰아칠 때는 하는 수 없이 살인범을 만드는 수도 있었어요. 용의자의 머리털 하나를 구해 몰래 범죄현장에 가져다 놓는 겁니다. 감식반이 그 머리털을 수집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면 바로 디엔에이감정서가 나오죠. 판사들은 그 감정서를 절대적으로 믿고 살인의 유죄판결을 내려요. 그 재판은 절대로 뒤집어 질 수 없는 거죠. 그런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살인범이 된 사람의 이 세상 운명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세상은 의로운 사람과 성결한 사람이 오히려 욕을 먹고 짓밟히는 수라장인 면이 있다. 뇌물을 먹은 자나 호색한이 날뛰는 유흥장이기도 하다. 대통령선거에 출마해서 경쟁을 했던 조봉암 선생이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쟁을 했고 대한민국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분이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은 독재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을 인혁당사건으로 몰아 사형을 확정하고 그들은 다음날 새벽 목에 밧줄이 걸렸다. 1975년 8월17일 장준하 선생은 포천 약사봉 계곡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두개골에는 망치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있었다는 글도 읽었다. 그가 직접 쓴 ‘돌베게’ 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일본군 부대를 탈출한 그는 수천리를 걸어 임시정부가 있는 상해로 갔다. 안일한 임시정부 요인들에게 실망한 그는 방망이를 가지고 다시 그곳으로 가기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그는 사상계라는 잡지를 내면서 날카롭게 독재를 지적하기도 했었다. 나는 그를 의인이라고 생각했다. 부정부패로 돈을 벌어 대대로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재산이 없던 사람이 장관을 마친지 십 년이 지나도 그 가족과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런 생활의 원천은 뇌물인 경우가 많다. 왜 세상이 이럴까. 나는 내가 본 삶의 경험을 마치 찢어진 한 페이지의 소설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본 뜯어진 소설 페이지를 읽으면서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한 조각에 불과하고 전체 이야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 전체를 안다면 내가 읽은 페이지는 앞뒤가 맞고 이해가 되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의미란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부분을 아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의 전반부다. 내가 읽은 것은 그 전반부의 한 페이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저자인 하나님에게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 전반부에는 악인의 의도대로 성결한 의인을 점점 더 곤경으로 몰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예수의 비참한 죽음이 그것이다. 목이 잘려 죽은 바울도 후반부에 있는 하늘나라의 자기를 느끼면서 이 세상이 전부였다면 자기는 가장 비참한 존재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악인의 성공을 보고 분노하거나 투덜대는 것은 우리가 아직 하나님을 조금밖에 믿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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