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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선배의 이야기(2)

운영자 2021.02.15 10: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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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선배의 이야기(2)




우리들이 모인 사석에서 이종찬 선배는 김구 선생 사망 직후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김구선생이 돌아가셨을 당시 헌병 사령관이 장흥이라는 사람이었어. 이 양반이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김구선생 암살 소식을 듣고 부지런히 서울로 돌아와 사령부로 들어섰대. 그런데 김구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가 헌병사령부 내의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밥을 먹고 있더라는 거야. 그걸 보고 화가 치밀어서 저런 놈을 영창에 쳐박아 놓지 않고 뭐하느냐고 냅다 소리를 쳤다는 거야. 그 다음날로 암살범 안두희가 아니라 장흥 헌병 사령관의 목이 날아갔지. 그리고 전봉덕씨가 헌병 사령관으로 왔고 안두희의 처벌이 흐지부지 됐지. 결국 김구의 암살은 이승만 밑의 김창룡쪽에서 시킨 것으로 추정하는 거지.”

“그러면 그 후 안두희는 어떻게 됐나요?”

내가 물었다.

“안두희는 가족을 한명 한명 미국으로 보냈어. 그러다가 마지막에 자기가 마지막으로 여권신청을 했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절대 안두희를 내보내지 말라고 했어. 그러다가 김창룡의 부관이던 사람이 외무부장관이 됐던 적이 있어. 그 사람이 안두희에게 여권을 내 주었지. 그때 얘기는 이국장 자네가 외무부 출입기자로 있을 때 특종을 했지 아마?”

이종찬 선배가 신문사 정치부장과 부국장을 한 선배를 보면서 말했다. 기자출신 선배가 그 말을 받아 입을 열었다.

“제가 외무부에 출입할 때 여권과에 근무하던 담당자가 내게 슬며서 연락을 해 주더라구요. 안두희가 여권이 나왔다구요. 연락을 준 여권담당 직원은 애국자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기사화 했죠. 여권을 받고 안두희가 미국 대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러 갔는데 대사관 측에서 내가 쓴 기사를 보고 문제 있는 인물에겐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다고 거절한 거예요.”

“그렇지 결국 안두희는 이 국장 때문에 미국행을 하지 못한 거야.”

기자 출신 선배가 말을 계속했다.

“그때 여권 담당자는 안두희에게 물어보면 여권을 내주라는 특별지시가 김창룡의 부관을 하던 그 장관에게서 나왔는지 전두환 대통령에게서 나왔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전두환 대통령은 절대 아닐 거야. 결재를 했더라도 아마 밑에서 보고하기를 안두희 그 사람을 계속 국내에 두면 문제가 복잡해 질 거라고 하니까 결재를 한 정도일걸.”

이종찬 선배가 확신하는 어조로 말했다. 육사출신인 그는 전두환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장교 시절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내가 이종찬 선배에게 물었다.

“ 오일육 혁명때인데 말이야. 내가 전방에서 육군 중위로 근무하다가 혁명위원회로 명령이 났었어. 혁명위원회가 중앙청 앞 문광부 건물에 있었지. 우리 기술로 그만한 건물을 지을 수 없어 필리핀에서 지어준 거였지. 전입신고를 하고 근무하는데 점심을 어디서 먹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 그때 전화가 왔어. 전두환 대위라고 하면서 밥 먹었냐고 묻는 거야. 안먹었다고 하니까 나를 당시 한국일보 뒷골목에 있는 불고기 집으로 데리고 가더라구. 그런 이런저런 인연으로 그 양반이 대통령이 됐을 때 내가 민정당을 창당하고 국회의원이 됐지. 내가 국회의원이 됐을 때 이웃집에 전봉덕씨가 살았어.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의 처벌이 흐지부지 됐을 때 헌병 사령관이었지. 왜 안두희를 쳐 넣으라고 한 장흥 헌병 사령관이 쫓겨나고 다음날 헌병사령관으로 온 인물이었지. 그 전봉덕씨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더라구. 더 있으면 위험하다 싶었겠지.”

해방 후 죽고 죽이는 악연은 이 이후까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 죽은 김구계열의 테러리스트가 민족의 지도자 송진우를 죽인 건 틀림없었다. 나는 그 죽음에 김구선생의 지시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 이종찬 선배에게 물었다.

“민족 지도자 송진우의 죽음과 김구 선생은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겁니까? 통제할 수 없는 조직내 테러리스트가 자기들 멋대로 한 건가요?”

“그건 내가 민정당 창당할 때 경제인 협회 김용환 회장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어. 김용환 회장은 민족지도자 송진우선생이 중앙학교 교사였을 때 제자였고 그 후에 경성방직을 경영하면서 한민당을 이끌던 송진우선생을 후원했으니까 아주 막역한 사이였지. 그 김용환회장이 하는 말이 송진우 선생이 죽기 전날 임정요인들과 신탁통치에 대해 밤이 새도록 토론을 하고 논쟁을 했었대. 그러다가 그 모임에서 떠날 무렵이었는데 김구선생이 송진우선생의 손을 잡으면서 절대 오늘은 집에서 잠을 자지 말라고 하시더래. 김구선생이 그 말을 한 날 송진우 선생이 암살당하셨다고 해.”

이종찬 선배의 집안과 그의 삶 자체가 역사였다. 그가 자유롭게 하는 얘기를 듣고 메모해 두었었다. 역사관에 묶이지 않고 대외적인 발표를 의식하지 않은 진정성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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