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박살나는 소설가들

운영자 2021.04.12 10:44:16
조회 166 추천 1 댓글 0

박살 나는 소설가들




소설가 백시종씨는 오래전에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을 묘사한 ‘왕회장’이란 소설을 발표해서 재벌그룹의 이면을 폭로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백시종씨한테 이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책을 써서 출판했는데도 시중의 그 많은 서점에 책이 한권도 꽂히지를 않는 거예요. 그리고 당시는 도로를 거의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된 포니가 누비고 다닐 때예요. 어느날 그 포니가 길을 가는 저를 덮칠 우려가 있으니 몸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작가가 자신이 체험한 어떤 사실을 폭로하려면 참 힘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학 시절 ‘인간시장’이란 사회 구석구석의 비리를 폭로한 소설이 베스트 셀러가 된 적이 있었다. 소설가 김홍신씨를 최고의 작가로 만든 소설이었다. 나중에 김홍신씨는 내게 이런 체험담을 말해주었다.

“밤중에 누가 집에 돌을 던져 유리창이 박살 나기도 하고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계속 와서 피해 다닌 적도 있어요. 원래 바른 소리를 하거나 글을 쓰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좌파단체의 여러 사람들이 소설가 이문열씨가 쓴 책들을 관속에 집어넣고 이천의 이문열씨집 문 앞으로 가서 불태워버린 적이 있다. 이문열씨가 쓴 한 컬럼에 반발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금년 초 이문열씨를 찾아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할 때였다. 그가 한 장소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가 내 책들이 모두 화형식을 당한 자리예요. 이 자리에 ‘불망비’라는 비석을 개인적으로 세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의 쓰라린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살아있을 때 원로 소설가 정을병씨와도 친하게 지냈었다. 그가 이런 말을 했었다.

“박정희가 혁명을 한 후 강원도나 제주도 도로를 닦을 때 불량배들을 잡아다가 강제노동을 시켰어요. 그 노동에 참여해서 직접 경험을 하고 ‘개새끼들’이라는 소설을 썼죠. 그리고는 문인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보안대에 끌려가서 엄청나게 얻어맞았어요. 그때가 겨울이라 그 부대에 뜨거운 물이 도는 라지에다가 있었는데 맨발로 그 위에 서 있게 벌을 주더라구. 재주부리는 곰 같이 한발을 디디고 섰다가 다른 발로 바꾸곤 했었지.”

글을 쓴다는 건 그런 십자가를 지는 운명이 따르는 것 같았다. 그건 전문 소설가만이 아니었다.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한승헌 변호사는 그가 쓴 수필 때문에 두 번을 감옥에 갔다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글로 폭로하는 게 작가의 임무인지도 모른다. 나의 등단작품도 폭로소설이었다. 판사 사위를 돈으로 들여온 재벌 회장 부인의 청부살인의 내막을 그대로 폭로했다. 변호를 하면서 파악한 비밀이 더러 포함되어 있었다. 먼저 업무상 비밀누설죄로 고소를 당했다. 처벌을 받더라도 사실을 폭로해야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사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다 뒤집어 씌우고 자신은 법망을 빠져 나가려고 하는 사실을 알았다. 싸늘하게 식은 재가 되어 공원묘지 납골당에 있는 억울하게 죽은 여대생이 떠올랐다. 내가 십자가를 지더라도 그들의 모략을 폭로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회사에서는 나의 글 때문에 주가가 이백억이상 하락했다고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판사였던 그 집 사위는 나의 글 때문에 판사재임용에서 떨어졌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명예훼손으로도 민 형사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몇 차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였다. 담당형사가 물었다.

“좌파예요?”

“왜요?”

내가 되물었다.

“재벌그룹 회장을 소설로 나쁘게 쓴 거 같아서 물었어요.”

형사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정치에 뜻이 있어요? 이렇게 소설을 써서 이름을 알린 다음에 출마하려고 하는 거예요?”

“전혀 그런 뜻이 없어요.”

“그러면 뭐예요?”

형사가 물었다.

“나는 변호사지만 작가도 되고 싶어요. 작가의 사명은 사회적 불의를 보고 그걸 글로 써서 알리고 세상을 정화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감옥에 갈 각오도 하고 배상금을 물고 빈털터리가 될 각오도 해야 하겠죠.”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네”

아내가 약국을 하고 있다는 고참 형사의 말이었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SNS로 싸우면 절대 안 질 것 같은 고집 있는 스타는? 운영자 24/05/06 - -
3294 노년의 진짜 공부 운영자 24.03.19 132 0
3293 주는 즐거움 운영자 24.03.19 116 1
3292 장사꾼 대통령 운영자 24.03.19 144 1
3291 나는 어떻게 크리스챤이 됐을까. 운영자 24.03.19 158 1
3290 태극기부대원과 인민군상좌 운영자 24.03.19 127 2
3289 결혼관을 묻는 청년에게 [4] 운영자 24.03.11 348 0
3288 손자의 마음 밭 갈기 운영자 24.03.11 159 1
3287 어떤 여행길 운영자 24.03.11 152 2
3286 나의 돈 쓰는 방법 [5] 운영자 24.03.11 2273 12
3285 순간 순간 몰입하기 운영자 24.03.11 154 1
3284 먼지 덮인 수필집으로 남은 남자 운영자 24.03.11 141 1
3283 아버지 제사 운영자 24.03.11 142 2
3282 속을 털어놓기 운영자 24.03.04 159 1
3281 반전의 묘미 운영자 24.03.04 148 1
3280 성공과 승리 운영자 24.03.04 152 2
3279 영정사진 속의 표정들 운영자 24.03.04 131 2
3278 세 가지 선택 [1] 운영자 24.03.04 167 2
3277 인생의 작은 맛 [1] 운영자 24.03.04 175 2
3276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두 손님 운영자 24.03.04 144 1
3275 인생 무대는 연습이 없다 운영자 24.02.26 169 2
3274 영혼이 강철같이 되는 법 운영자 24.02.26 153 2
3273 이긴 자와 진 자 운영자 24.02.26 141 2
3272 법조계의 ‘기부왕’ 운영자 24.02.26 148 2
3271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지? 운영자 24.02.26 132 1
3270 하고 싶은 일 운영자 24.02.26 125 1
3269 쓰는 게 기도다 운영자 24.02.26 126 0
3268 나의 노예적 속성 운영자 24.02.19 161 2
3267 내가 아닌 다른 누가 되려고 했다 운영자 24.02.19 134 2
3266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운영자 24.02.19 131 1
3265 소설이 나를 만들었다 운영자 24.02.19 123 2
3264 잘 산다는 건 운영자 24.02.19 139 3
3263 위대한 평민의식 운영자 24.02.19 118 2
3262 노인 나라의 초청장들 운영자 24.02.13 144 2
3261 내가 틀릴 수 있어 운영자 24.02.13 121 2
3260 숨은그림 같은 삶의 메시지들 운영자 24.02.13 106 2
3259 ‘제3의 삶’을 사는 젊은이들 운영자 24.02.13 115 2
3258 모략의 대처 방법 운영자 24.02.13 116 2
3257 얕은 우정, 깊은 우정 운영자 24.02.13 97 2
3256 미안해, 정말 미안해 운영자 24.02.13 107 2
3255 신영균 어르신 운영자 24.02.13 119 2
3254 진짜 부자의 기준 운영자 24.02.13 115 2
3253 칠십대 노인의 촉 운영자 24.02.05 144 3
3252 백점짜리 행복, 십점짜리 행복 운영자 24.02.05 122 2
3251 듣는 판사, 안 듣는 판사 운영자 24.02.05 118 2
3250 쳇지피티가 대답한 저출산의 원인 운영자 24.02.05 98 1
3249 기도하는 노년인생 운영자 24.02.05 117 2
3248 열정과 몰입 운영자 24.02.05 105 1
3247 집짓기 놀이 운영자 24.02.05 80 1
3246 시간은 쪼개 쓰는 것 운영자 24.01.29 129 2
3245 노인들의 조용한 분노 운영자 24.01.29 112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