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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도둑과 황소 도둑 1

운영자 2010.01.19 12:47:40
조회 369 추천 0 댓글 0

    이임석, 그는 어딘가 약간 모자라 보이는 청년이었다. 껑충한 키에 머리모양도 위 아래로 럭비공같이 길쭉하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했는지 하얀 피부에 더러 여드름 자국이 불듯불긋 피어 있었다. 털들이 사방으로 무성하게 내뻗친 송충이형의 굵은 눈썹과 앞으로 향해 펼쳐진 두터운 귓바퀴가 특이하다. 눈동자가 잠시도 쉬지 않고 좌우로 흔들린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잡혀 들어오게 됐어?”

    변호사인 나는 일단 안됐다는 태도를 보이며 ‘쯧쯧’하고 혀를 찬다. 먼저 그의 평이 되고 마음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됐어요.”

    그는 시큰둥한 표정이다. 그리고 접견실의 밑바닥만을 쳐다본다. 세상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냐는 달관한 표정이다.

    “자네는 전과 때문에 힘들겠는데.. 별이 다섯 개나 되는 데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한번 말해 줄래?”

    “어릴 적 첫 번째로 소년원에 간건요. 강도 예비로 갔어요. 뭐냐면요, 돈암동에서 칼을 가지고 있다가 불심검문에 걸렸어요. 형사들이 강도 예비라고 하데요. 그렇게 잡혀갔다가 어리다고 소년 사건으로 됐구요. 두 번째는 진짜로 훔쳤어요. 굿을 하는데 몰래 들어가서 돈을 백이십만원 훔쳐냈어요. 그러다가 재수없이 걸렸는데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다 물어줬어요. 그런데 돈을 잃어버렸다는 무당이 250만원을 도둑맞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오히려 돈을 보태 준 셈이 됐지요. 점점 간덩이가 붓더라구요. 세 번째는 전철역에서 빽치기를 혼자 하다가 걸렸어요. 어떤 아저씨가 나를 붙잡으려고 하길래 다급한 김에 한 대 쳤는데 그건 나중에 강도 상해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아파트에 몰래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려다가 경비원한테 잡혔지요. 나머지는 다 비슷비슷해요.”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전과 목록을 줄줄이 풀어 놓았다.

    “그러면 이번 사건은 어떻게 한거야?”

    “극장이 들어오는 빌딩건물에 구경하러 들어갔지요. 이층쯤 오르는데 매장으로 통하는 문의 밑쪽이 베니어판으로 막혀 있더라구요. 순차적으로 ‘그것만 뜯어내면 들어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구경하러 갔던 영화관이 내부 수리중이라고 안 하더라구요. 내려오는 길로 베니어판을 뜯고 들어갔지요. 쉽게 뜯어지던데요. 들어가 보니까 빈 매장인데 구두나 가방들이 산더미 같이 쌓였더라구요. 그래서 물건보다는 돈을 찾는데 웬 탈바가지를 하고 방망이하고 총은 든 사람이 나타나잖아요. 그래서 그 사람한테 얻어맞고 붙잡힌 거지요. 그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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